[프로야구 GM을 만나다] 삼성 홍준학 단장, “스토리의 삼성 되겠다”

입력 2017-12-08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성 홍준학 단장은 라이온즈 프런트에서만 27년 간 근무한 전형적인 ‘삼성맨’이다. 비시즌 광폭행보를 주도하며 사자군단의 리빌딩을 이끄는 중이다.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GM(General Manager·단장) 야구’ 시대다. 한국 프로야구도 시간이 흐를수록 메이저리그처럼 현장보다는 프런트 쪽으로 점차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프런트의 중심은 단연 단장이다. 스포츠동아는 오프시즌을 맞아 프로야구 10개 구단 단장들을 차례로 만나 구단의 당면과제와 장기비전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 프로야구에 선수출신 단장 돌풍이 불고 있다. 10개 구단 중에서 무려 7개의 구단이 선수출신 단장을 선택하며 KBO리그에 변혁기를 몰고 왔다. 팀들은 ‘전문성’이라는 명분으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야구인’들을 단장 자리에 앉혔다. 그러나 현장의 전문성이란 단순히 야구인 출신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삼성 홍준학(52) 단장은 1990년에 삼성에 입사해 프런트에서만 27년의 세월을 보낸 비(非)선수 출신 단장이다. 선수지원, 운영, 마케팅, 홍보, 심지어 신규구장 태스크포스(TF)팀에서도 업무를 본 프런트계의 베테랑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삼성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전문가’다. 단장 부임 1년 만에 팀의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광폭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프리에이전트(FA) 강민호, 메이저리그 출신 선발투수 팀 아델만 영입 등 비시즌 발걸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 홍준학 단장.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사원에서 단장까지, 30년 가까이 지켜본 삼성

-사원에서 단장까지. 프런트에서는 그야말로 전설적인 존재다.


“‘전설’ 씩이나?(웃음). 과찬이다. 단장이라면 프런트로서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자리 아니겠나. 격동의 시기에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왔다. 운이 좋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삼성이라는 명문 구단의 단장이 되었으니 더욱 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단장의 위치에서 본 시야는 이전과는 분명 달랐을 것 같다.

“팀장일 때는 해당 분야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됐다. 그러나 단장은 모든 부서의 일에 신경을 곤두 세워야 한다. 부서 간의 조율, 구단의 방향성 등 고민과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늘어났다.”


-첫 해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참 힘든 1년이었다. 우리는 왕조를 구축한 세월에 비해 그 뒤를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여러 미흡한 부분에 악재까지 겹치니 출발이 좋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혹독했던 시간이 앞으로의 우리에게 좋은 ‘약’이 될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생각하나.

“하락세를 맞이한 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전의 영광에 가려 ‘하위권의 삼성’을 너무 몰랐다. 정확하게 ‘우리가 지금 이 정도구나’라는 파악이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 추락의 순간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경험했다. 리빌딩이 필요한 팀이 3~4년 동안 겪어야 할 일을 1년 만에 맛 본 것이다. 팬들에게는 참으로 죄송한 시간이었다.”

삼성 홍준학 단장. 대구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전력을 넘어선 ‘전략’보강, 경기력이 최고의 팬 서비스

-이제 중요한 건 앞으로의 미래다.


“물론이다. 단, 미래를 위해서는 우리의 과거를 정확히 짚어야 한다. 나는 우리에게 반드시 복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한수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고, 프런트와 현장이 함께 진행하는 워크샵을 개최했다. 우리가 1년간 무엇을 잘못했고, 그로 인해 생산된 기록들은 무엇인지 상세하게 준비해 발표했다. 불편한 숫자와 통계의 연속이었지만 현장에 오해가 생기지 않게 잘 전달했다. 토론까지 함께 진행했는데, 의외의 성과가 있었다. 대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을 워크샵을 통해 공론화하니 지난 1년간의 아쉬웠던 부분을 털어놓고 대화하기 시작했다. 얻은 것이 분명한 시간이었다.”


-현장의 성적을 매우 중요시하는 것 같다.

“나는 홍보, 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의 프런트 업무를 경험했다. 구단의 경영과 성적은 별개로 운영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얘기다. 구단의 성적이 마케팅과 홍보에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이 응원하는 팀에 자부심을 갖게 해야 한다. 최고의 팬 서비스와 소비 상품은 그 구단의 경기력이다. 이기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부분이다. 어떤 양질의 경기력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팬심도 변한다. 우리 프런트가 해야 하는 역할은 명확하다. 전력보강을 넘어선 ‘전략보강’이다. 분석, 시스템, 평가 등 세밀한 부분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아 현장 일선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생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삼성 홍준학 단장-김한수 감독(오른쪽).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리빌딩’ 통해 ‘스토리의 삼성’ 되겠다

-현장 출신 단장도 많아지고 있다. 비선수 출신이어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나.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나는 프런트에서 여러 업무를 해봤다. 각 분야의 중요성을 잘 알고, 또 그 곳에 우수한 인재들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들의 고민과 결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신뢰한다. 단장인 나는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다. 현장도 마찬가지다. 야구 관련 전문지식은 내가 선수 출신 단장들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러나 우리 현장에는 프런트와 마찬가지로 각 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그들을 믿고 나눠준 권한에 대해 나는 책임만 지면 된다.”


-구체적으로 ‘리빌딩’ 삼성이 그리는 비전은 무엇인가.

“매년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상시전력을 구축하고 싶다. 우리의 본격적인 리빌딩은 올해부터였다. 육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 해였다. 10개 구단 중 우리만 유일하게 확실한 20대 선발투수가 없다. 좋은 선수를 반드시 잘 키워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를 위해 베테랑 포수가 절실히 필요했고, 강민호 영입을 진행했다. 좋은 코칭스태프와 베테랑 포수의 호흡으로 여러 젊은 투수를 키우고 싶다.”


-리빌딩에서 베테랑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박한이와 권오준으로 예를 들면 적절할 것 같다. 둘은 우리 팀의 왕조시대를 같이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안타나 삼진만이 전부가 아니다. 기록 외적인 부분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베테랑과의 행보는 항상 프런트가 빠르고, 현장은 느리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선수생활을 하고 싶은 게 선수들의 마음이다. 그 부분을 이해하고 원활하게 조율하는 게 단장으로서 역할이라 본다. 둘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선수들이다.”


-임기 내 반드시 이루고 싶은 과제가 하나 있다면?

“정규시즌에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1등 팀을 잡았던 경우가 2000년 이래 딱 두 번 있었다. 공교롭게도 잡힌 1위 팀(2001·2015년)이 모두 우리였다. 이번에는 우리가 올라가서 ‘스토리’를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 삼성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1등이다. 이제는 ‘스토리의 삼성’을 추가하고 싶다. 재도약을 바라고 있는 우리에게 그 보다 더 감동적인 스토리는 없지 않겠나.”


● 홍준학 삼성 단장


▲출생=1965년 4월 14일(52세)

▲학력=동천초∼청구중∼대구 영신고∼영남대 경제학과

▲주요 경력=삼성 선수지원팀(1990∼1992년), 삼성 마케팅팀(1992∼1994년·2002∼2005년·2009∼2011년·2015∼2015년), 삼성 홍보팀(1994∼1997년·2000∼2002년·2006∼2009년), 삼성 운영팀(1998∼2000년), 삼성 경영지원팀(2005∼2006년), 삼성 기획팀(2011∼2014년·2015∼2016년), 삼성 구장지원팀(2014·2016년), 삼성 단장(2016 년 10 월∼현재)

대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