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3년 476억 투자’ 롯데 앞에 놓인 미완의 과제

입력 2017-12-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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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손승락-이대호-손아섭-민병헌(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롯데 자이언츠

어찌 보면 롯데 조원우 감독은 복 받았다. 3년 동안 롯데 프런트가 잡아준 프리에이전트(FA)만 7명(내부 FA 포함)에 달한다. 이 7명의 순수 몸값(보상금 제외)만 총 476억원(발표액 기준)에 달한다.

롯데는 조 감독 취임 직후인 2015년 스토브리그에서 마무리 손승락(4년 60억), 셋업맨 윤길현(4년 38억), 선발투수 송승준(4년 40억) 영입에 총 138억을 썼다. 2016년 스토브리그에서는 이대호 단 한명에게 150억(4년)을 투자했다. 가을야구와 사직 100만 관중을 달성했음에도 투자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2017년 스토브리그에서도 문규현(2+1년 10억), 손아섭(4년 98억원), 민병헌(4년 80억)에게 188억을 베팅했다.

야구계에서는 “롯데 프런트의 판단으로 단행할 수 없는 규모다. 롯데그룹 차원에서 야구를 잘해야 할 어떤 필요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듯하다”고 말한다. 판이 이렇게 진행됐으면 ‘스토브리그의 승자’ 같은 긍정론만 퍼졌으면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구조적으로 롯데가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라 더 난해하다.

롯데를 떠난 강민호-린드블럼(오른쪽). 스포츠동아DB



● FA 적정가치 논쟁 그리고 린드블럼 노이즈

롯데는 FA 포수 강민호(삼성행)를 놓쳤고, FA 외야수 손아섭과 민병헌을 잡았다. 세 선수는 동일 에이전트에게 협상을 맡겼다. 강민호를 놓쳤음에도 롯데는 판을 깰 수 없었다. 오히려 더 아쉬워졌다. 수도권 모 구단이 기웃거리자 가격은 치솟았다. 오버페이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손아섭, 민병헌을 잡아야 할 상황으로 몰렸다. 린드블럼이 롯데를 떠나며 보여준 ‘적개심’도 더 이상 롯데가 갑의 위치가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린드블럼과의 협상 과정에서 롯데는 결별을 예감하면서도 플랜B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에 보안을 유지했다. “린드블럼이 서운해할까봐”가 그 이유였다. 린드블럼이 요구했다고 세간에 알려진 추정연봉에 관해서도 롯데 관계자는 “어디서 나온 얘기인지 모르겠다.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롯데는 린드블럼에 관해 추가 대응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외국인선수와의 진실게임에서 이기는 쪽이 아니라, 소모적 ‘노이즈’를 차단하는데 목적을 두기 때문이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결국 롯데 안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불가항력적이겠지만 3년 동안 476억을 쓰고도 내상을 입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롯데 선수층의 구조적 빈약성이 효율성을 저해해온 탓이다. 롯데는 2008년부터 5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다. 이 호황기에 우승에만 목매달았을 뿐, 미래를 위한 준비가 취약했다. 이후 2013년부터 ‘잃어버린 3년’이 닥쳤다. 이 공백을 단기간에 메우기 위해 선수를 바깥에서 사올 수밖에 없었다. 내부 FA도 빠지면 바로 구멍이니 ‘묻지마 잔류’를 시도해야 했다. 가열 찬 투자로 짠돌이 이미지는 불식됐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럴 순 없다. 3년의 투자로 시간은 벌었다. 롯데가 그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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