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을 남긴 ‘악동’ 외국인선수들

입력 2017-12-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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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스토브리그에서는 유독 외국인 선수들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높다. 조쉬 린드블럼의 이적과 관련된 잡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KBO리그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이래 또 하나의 파열음으로 기록되며 좋지 않은 사례로 남고 말았다. 스포츠동아 DB 

롯데 팬들에게 ‘린동원’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남다른 사랑을 받던 외국인투수 조쉬 린드블럼(30)은 11일 전격적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와의 재계약 협상 과정에서 상호신뢰가 깨진 데 이은 깜짝 이동이었다. 린드블럼은 이례적으로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롯데와의 협상에서 쌓인 감정의 찌꺼기들을 쏟아내 적잖은 파장을 낳았다. 이로 인해 롯데는 결코 가볍지 않은 생채기를 입었고, 린드블럼을 새 식구로 맞이한 두산 또한 동업자 정신(롯데와의 관계) 때문에 적잖이 당혹감을 느꼈다. 어느덧 KBO리그의 중요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한 외국인선수는 이제 팀 전력을 쥐락펴락하는 단계를 넘어 구단의 평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등장했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KBO리그를 거쳐 간 추억의 인물들을 통해 그 명암을 조명해본다.

사진|린드블럼 인스타그램 캡쳐


KBO리그 10개 구단이 속속 2018시즌 외국인선수 구성을 마무리해가고 있다. NC, LG, 한화, 삼성, kt 등 5개 구단은 아직 빈 자리를 남겨놓고 있지만 내년 시즌 KBO리그에서 활약할 총 30명의 외국인선수 중 23명은 이미 확정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몇몇 팀은 큰 손실을 입었다. 롯데는 두산으로 옮겨간 우완투수 린드블럼과 진실공방에 직면했고, LG는 당초 재계약이 유력한 듯했던 좌완투수 데이비드 허프와의 협상 결렬로 낭패를 봤다. 이처럼 계약 단계에서부터 일부 구단은 외국인선수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다.

탁월한 피지컬을 갖춘 외국인선수들은 전력의 주축이다. 잘 뽑은 외국인선수 한 명이 소속팀의 운명은 물론 KBO리그의 판도를 좌우하는 만큼 각 팀은 자체 스카우트 인력을 밀도 있게 구축하는 한편 미국 구석구석은 물론 카리브해의 섬나라들까지 뒤진다. 영입 리스트를 작성한 뒤에는 대상선수들의 인성까지 확인하기 위해 애를 쓴다. 역대 사례에서도 드러나듯 일부는 계약위반도 서슴지 않는 만큼 결코 검증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구단을 골탕 먹이고, 팬들을 어이없게 만든 악동 이미지의 외국인선수들을 완전히 거를 순 없었다.

롯데 선수 시절 호세-관중을 향해 방망이를 투척한 호세(아래)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MBC 캡쳐



● 대구 관중에게 방망이 투척한 호세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듬해인 1999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한국 땅을 밟은 펠릭스 호세(52)는 아직까지도 부산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폭발적인 힘과 저돌적인 이미지로 상징되는 호세는 재계약 여부를 놓고 수차례 롯데의 애간장을 녹이곤 했다. 1999년과 2001년, 2006~2007년 등 4년간 통산 타율 0.309에 95홈런 314타점을 올리며 ‘검은 갈매기’라는 애칭까지 얻었는데, 수많은 일화도 남겼다. 그 가운데 2001년 9월 18일 마산 경기 도중 마운드 위의 삼성 투수 배영수에게 돌진해 주먹을 날린 장면은 결코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삼성과는 유독 악연인데, 그보다 2년 앞선 1999년 플레이오프에서 비롯됐다. 그해 10월 20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양 팀의 7차전 6회초 1-2로 따라붙는 중월솔로아치를 그린 호세는 자신을 향해 오물을 던진 관중을 향해 그만 방망이를 투척하고 말았다. 호세에게는 즉각 퇴장이 선언됐지만, 흥분한 롯데 선수들과 코치들 일부는 계속해서 그물망을 사이에 두고 관중과 발길질을 주고받았다.

전 SK 브리또.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경기 도중 원정 덕아웃 덮친 브리또

2000년부터 2005년까지 SK, 삼성, 한화에서 활약한 틸슨 브리또(45)는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로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초창기를 빛냈다. 6시즌 동안 635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0.292에 112홈런 391타점을 작성했다. 중남미 출신 특유의 쾌활한 성격을 지닌 선수였지만, SK 소속이던 2004년 8월 5일 삼성과의 홈경기 도중 사상 초유의 원정 덕아웃 기습사건으로 큰 물의를 빚었다. 삼성 외국인투수 케빈 호지스의 거듭되는 위협구에 감정이 격앙된 브리또는 8회초로 이닝이 교체되던 사이 문학구장 복도를 통해 방망이를 들고 원정 덕아웃으로 난입해 난동을 부렸다. 브리또를 비롯한 SK 선수 5명이 퇴장 당했고, 추후 브리또에게는 20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전 삼성 갈베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시즌 도중 태업하며 짐 싼 갈베스

삼성은 2000년대 중반까지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프리에이전트(FA)를 비롯해 거물급 선수들을 싹쓸이했다. 외국인선수 영입에서도 마찬가지. 메이저리그 타격왕 출신의 스타플레이어까지 주저 없이 데려왔다. 그러나 이면에선 사건·사고도 끊이질 않았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열악하기 그지없던 당시의 국내 야구인프라 때문에 시즌 도중 짐을 싸거나, 한국시리즈(KS) 우승에 목마른 삼성의 아킬레스건을 악용해 태업을 일삼으며 웃돈을 요구한 외국인선수도 있었다. 2001년 한 해만 삼성에서 뛴 투수 발비노 갈베스(53)가 대표적이다. 이미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던 시절 경기 도중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에게 공을 던진 악행으로 유명했던 갈베스는 시즌 도중 어머니 병구완을 이유로 출국한 뒤 수차례 복귀 일정을 연기하며 삼성을 곤혹스럽게 했다. 교체 외국인투수로 입단했던 갈베스는 15경기만 던지고도 10승(4패·방어율 2.47)을 따내며 삼성의 우승 갈증을 씻어줄 해결사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8월말 미국으로 떠난 뒤 인센티브를 요구하며 정규시즌 종료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한국시리즈(KS) 직전 복귀했으나, 팀 분위기는 이미 가라앉은 뒤였다. 삼성은 두산에 밀려 끝내 KS 우승에 실패했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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