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의 ‘위태로운 재능’, 롯데는 지켜줄까

입력 2018-02-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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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조정훈. 스포츠동아DB

롯데 대만캠프에는 별 뉴스가 없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거의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움직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롯데캠프에 의미 있는 움직임이 설 연휴 끝자락에 있었다. 조정훈(33)과 윤길현(35)이 18일 대만캠프에 합류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롯데 2군 캠프로 왔다. 롯데의 대만 가오슝 캠프는 사실상 1·2군 합동 체제로 편성됐다. 시설이 갖춰진 곳이라 2군 선수단도 1군 바로 옆 야구장에서 훈련을 한다. 조원우 감독 등 롯데 코치진이 1·2군을 두루 챙겨볼 수 있는 이점이 발생한다.

두 투수가 대만에 왔다는 것은 캐치볼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2017시즌 도중 어깨 이상을 노출한 윤길현은 재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정훈은 2017년 준플레이오프까지 던졌다. 26경기(23이닝)에서 4승2패 8홀드 방어율 3.91을 기록했다. 2010년을 마지막으로 1군 마운드에서 사라졌던 투수가 기적처럼 재기했다. 박진형~조정훈~손승락의 이니셜을 딴 ‘PCS 불펜’은 롯데 후반기 반등의 상징이었다.

누구보다 힘들었던 조정훈의 여정을 잘 아는 조원우 감독은 2017시즌 복귀 시점부터 각별히 관리했다. 아무리 팀이 아쉬워도 연투를 원칙적으로 금했고, 투구수 제한을 설정해 멀티이닝 투구도 최소화시켰다.

롯데 조정훈.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조 감독은 조정훈에 대해 “선수 생명을 걸고 던지는 투수”라고 말한다. 그런 위태로운 재능을 지켜주기 위해 조 감독은 2018시즌 준비 과정에서도 큰 결단을 내렸다. “조정훈은 시범경기까지 던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 개막전에 맞추지 못해도 감수하겠다.”

조정훈이 날씨가 따뜻해져서 안전하게 던질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롯데 불펜진의 큰 숙제다. 조 감독은 “지난해보다 불펜 옵션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조무근(프리에이전트 황재균의 보상선수로 kt에서 영입), 구승민(군 제대), 윤성빈(재활 종료) 등이 새롭게 가세했다. 기존의 박시영, 배장호, 장시환 등도 있다. 이정민, 고효준, 노경은, 오현택 등 베테랑도 있다.

조 감독은 “조정훈을 일본 오키나와캠프에 데려갈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가더라도 실전등판은 없다”고 말했다. 조정훈은 21일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마음을 비우고 있다. 내 몸 상태를 판단해서 하나하나 채워가겠다”고 초연하게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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