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 전문기자의 MLB 트래커] 45세 콜론, 위대한 생존 여정

입력 2018-03-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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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로 콜론은 텍사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올해 도미니카공화국 태생 투수의 통산 최다승에 도전한다. 우선은 시범경기를 통해 생존에 성공해야 한다. 콜론이 2일(한국시간) 서프라이즈에서 열린 시범경기 샌디에이고전에 선발등판해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박찬호와 동갑이지만 변함없는 현역 의지
97년 ML데뷔 작년까지 10개팀서 240승
최고령 완투·데뷔포…전 구단 상대V 까지
올해도 텍사스 선발경쟁…아름다운 도전


텍사스 투수 바르톨로 콜론(45)은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령 선수’가 유력하다. 우리 나이로 마흔여섯 살인 1973년생이다. 다만 신분은 불안정하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은퇴 직전의 투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몇 차례 은퇴 위기를 겪었다.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꽤 익숙한 얼굴이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동갑이라 활동시기가 겹친다. 박찬호는 LA 다저스 소속으로 1996년 풀타임 빅리거로 도약했고, 콜론은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고 1997년 데뷔했다. 박찬호가 2010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떠난 반면 콜론은 여전히 현역연장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콜론은 현재 텍사스의 스프링캠프에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다. 시범경기 초반 3게임에선 1.04의 방어율로 건재를 과시하며 잔류에 청신호를 켰다. 그러나 18일(한국시간) 캔자스시티를 맞아선 4이닝 7안타 3홈런 5실점으로 무너져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올해 빅리그 잔류에 성공한다면, 그의 여정에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추가된다.

아메리칸리그 다승 1위, 사이영상을 차지한 2005년의 콜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화룡점정 남은 위대한 여정

콜론은 지난해까지 무려 10개 팀에서 활약했다. 지금은 사라진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도 뛰었다. 엑스포스 출신으로 현역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유일한 선수다. 지난해까지 꿋꿋이 빅리그를 지킨 만큼 통산 성적은 어마어마하다. 240승176패, 방어율 4.04다. LA 에인절스 때인 2005년에는 21승8패, 방어율 3.48로 아메리칸리그 다승 1위에 오르며 사이영상도 차지했다.

전성기에는 시속 100마일(161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파이어볼러였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팔꿈치와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빛을 잃었다. 컨트롤 투수로 변신해 2012년 다시 두 자리 승수를 따낸 뒤로는 ‘생존의 달인’이 됐다. ‘늙은 노새가 힘은 없어도 길은 잘 안다’는 말처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다. 모두 13시즌에 걸쳐 두 자릿수 승리를 찍었다.

신인 시절 콜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콜론은 올해 도미니카공화국 태생 투수의 통산 최다승 기록에 도전한다. 후안 마리찰의 243승(142패·방어율 2.89) 경신까지 4승이 남았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200승을 넘긴 투수는 마리찰과 콜론,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219승100패·방어율 2.93) 등 3명뿐이다.

1960년부터 1975년까지 샌프란시스코∼보스턴∼다저스에서 활약한 마리찰은 1983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1992년부터 2009년까지 다저스∼몬트리올∼보스턴∼뉴욕 메츠∼필라델피아를 거친 마르티네스는 사이영상만 3차례(1997·1999·2000년)나 수상하며 2015년 일찌감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비록 한 차례 약물 파동을 겪긴 했지만, 콜론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만한 성적을 거둔 대투수임에 틀림없다.

미네소타 소속이던 지난해 8월 21일 애리조나를 상대로 승리투수가 되며 전 구단 상대 승리를 챙긴 콜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콜론의 가슴에 새겨진 훈장들

콜론은 여러 개의 값진 훈장도 가슴에 달고 있다. 미네소타 소속이던 지난해 8월 21일 애리조나와의 인터리그 홈경기에서 선발 6이닝 7안타 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1998년 애리조나와 탬파베이의 합류로 메이저리그가 30개 구단 체제로 재편된 이후 18번째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 기록이다. 역대 1호는 2002년 메츠 소속의 앨 라이터.

이보다 보름여 앞선 8월 5일 텍사스와의 홈경기에선 9이닝 9안타 3실점으로 미네소타 구단 역사상 최고령 완투승 기록(만 44세 72일)을 세웠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령 완투승은 2010년 6월 6일 샌디에이고전에서 필라델피아 제이미 모이어가 작성한 만 47세 199일이다.

타석에서도 진기록을 만들었다. 메츠에서 뛰던 2016년 5월 8일 샌디에이고 원정경기에서다. 이날로 만 42세 349일이었던 콜론은 마운드에서도 6.2이닝 6안타 3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는데, 2-0으로 앞선 2회초 1사 2루 타석에선 좌월 2점포를 터트려 메이저리그 최고령 데뷔 첫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빅유닛’ 랜디 존슨의 종전 기록(만 40세 9일)을 세 살 가까이 경신했다.

바르톨로 콜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선발일까? 롱릴리버일까?

콜론은 올해 시범경기 초반 선발 진입에 바짝 다가서는 듯한 투구를 거듭했다. 3게임 동안 8.2이닝 4실점(1자책점)으로 방어율 1.04를 기록했다. 에이스 콜 해멀스를 제외하곤 확실한 선발투수가 드문 텍사스의 마운드 사정도 그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줬다. 지난해 애틀랜타와 미네소타에서 7승14패, 방어율 6.48에 그친 노장투수의 힘찬 도전에 박수를 보내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5선발 진입을 기대케 했다.

그러나 18일 캔자스시티전 부진으로 인해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해멀스∼맷 무어∼덕 피스터로 이어지는 1∼3선발을 확정한 가운데 나머지 선발들을 고심 중인 텍사스 벤치도 복잡한 계산에 직면했다. 현지에선 텍사스가 6선발 체제까지 고려하고 있는 만큼, 콜론이 선발진의 마지막 한 자리를 꿰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발이 여의치 않다면 롱릴리버 역할을 예상하고 있다. 어느 경우든 빅리그 잔류를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그 같은 전망대로 백전도장 콜론이 올해도 빅리그 마운드에 설 수 있기를 응원해본다.


● 바르톨로 콜론은?


▲생년월일=1973년 5월 24일(현지시간·도미니카공화국 알타미라 출생)

▲키·몸무게=180㎝·84㎏

▲메이저리그 데뷔=1997년(우투우타)

▲소속팀 변화=클리블랜드(1997~2002년)-몬트리올(2002년)-시카고 화이트삭스(2003년)-애너하임·LA 에인절스(2004~2007년)-보스턴(2008년)-시카고 화이트삭스(2009년)-뉴욕 양키스(2011년)-오클랜드(2012~2013년)-뉴욕 메츠(2014~2016년)-애틀랜타(2017년)-미네소타(2017년)-텍사스(2018년)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537경기(선발 528경기), 3315.1이닝, 240승176패, 2454탈삼진, 방어율 4.04, 피안타율 0.266, WHIP 1.31

올스타 4차례(1998·2005·2013·2016년)

사이영상 1차례(2005년)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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