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호 쾅쾅’ 호잉 장타력, 한화 스카우트팀의 시선은 정확했다

입력 2018-04-17 2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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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호잉. 스포츠동아DB

한화 제라드 호잉(29)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 지독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빠른 발과 수비에선 검증을 마쳤지만, 가장 우려했던 타격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화 한용덕 감독이 8번타자 배치까지 고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잘하는 수비와 주루에 집중하며 타격에 대한 부담은 덜어주려는 배려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 문제로 고민할 이유가 전혀 없다. 호잉은 한화의 4번이자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타자가 됐다. 누상의 주자를 불러들여야 하는 부담이 큰 자리임에도 호잉은 걱정하지 않았다. “팀이 필요할 때 그에 맞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그의 다짐은 단순히 바람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됐다. 4번타순에서 거둔 성적은 타율 0.366(41타수 15안타), 5홈런, 19타점. 해결사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가장 놀라운 점은 기대 이상의 장타력이다. 호잉은 애초 좌·우중간의 빈 공간을 노린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 ‘갭투갭 히터’로 평가받았다. 메이저리그(MLB) 75경기에선 홈런이 한 개밖에 없었고,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014시즌 트리플A(라운드록)에서 기록한 26개였다. 냉정히 말해 거포 유형의 타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호잉과 계약 당시 한화 스카우트팀 핵심 관계자는 “(호잉은) 홈런도 칠 수 있는 타자”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MLB 시절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힌 타구가 많았다. MLB 구장과 견줘 펜스 길이가 짧은 KBO리그에선 홈런도 많이 칠 수 있을 것이다.” 호잉도 오키나와 캠프 당시 “나는 정확한 타격을 위주로 하지만,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도 갖췄다”고 자신했다.

스카우트의 시선은 정확했고, 호잉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호잉은 올 시즌 18경기에서 타율 0.403(67타수 27안타), 8홈런, 23타점을 기록 중이다. 17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4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장해 두산 유희관을 상대로 1회(7호)와 3회(8호) 연달아 2점홈런을 터트리며 팀의 5-2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2-0으로 앞선 3회 볼카운트 3B 0S에서 유희관이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4구째 시속 121㎞ 슬라이더를 걷어올려 홈런을 만들어낸 장면이 백미였다. 카운트에 관계없이 풀스윙을 한다면, 상대 투수 입장에선 호잉과 쉽게 승부하기 어려워진다.

호잉은 초반 활약의 비결을 묻자 “짧은 기간에 한국 야구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상대 투수의 견제 패턴과 수비 시프트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도 영상을 보며 연구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재능과 성실함을 모두 갖춘 선수는 팀에 꼭 필요하다. 한화가 그 적임자를 찾았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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