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삼성 강민호, 사직서 롯데를 저격하다

입력 2018-04-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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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동안 홈이었지만 이젠 원정경기다.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삼성 안방마님이 된 강민호가 17일 시즌 첫 사직경기 첫 타석에 들어서기 직전 헬멧을 벗고 1루와 중앙 관중석 롯데 팬들에게 번갈아 공손히 인사했다. 부산 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롯데의 강민호(33)는 더 이상 없다. 삼성 강민호가 17일 롯데의 심장 사직으로 왔다.

최하위권 두 팀의 대결이었음에도 유독 관심이 쏠린 것은 두 팀의 스토브리그 스토리 때문이다. 2017년 겨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가장 의외성을 안겼던 뉴스는 강민호의 전격 삼성 이적이었다.

강민호는 ‘롯데의 프랜차이즈’라는 브랜드까지 내려놓으면서 삼성행을 선택했다. 발표 조건(4년 80억원)만 따지면 삼성의 제시액이 딱히 롯데보다 우월한 것도 아니었다. 그랬기에 말은 무성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이 채 걷히지 않은 속에서 롯데와 재회한 강민호의 표정은 평소처럼 밝았다. 조원우 감독 등 롯데 동료들과 웃으며 얘기했다. 조 감독은 “(강)민호가 ‘요즘 방망이가 안 맞아 죽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조 감독은 “강민호가 당연히 잘하고 싶을 것이다. 너무 잘하려는 마음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민호와 롯데가 아니라 삼성과 롯데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5회초 2사 만루에서 삼성 강민호가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김한수 감독은 “최근 타격이 좋지 못하자 따로 웨이트 훈련을 많이 하더라. 롯데전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큰 것 아니겠나”라고 바라봤다. 강민호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경기 전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았다.

6번타자, 포수로 출장한 강민호가 2회 1사 1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순간, 사직 관중석에서 작은 박수가 나왔다. 강민호는 헬멧을 벗더니 그동안 자신을 키워줬던 1루 내야석과 본부석 뒤쪽의 롯데 팬들을 향해 고개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그때 더 큰 환호가 나왔다. 그러나 강민호가 롯데 선발 브룩스 레일리의 초구를 건드려 3루 땅볼 아웃되자 롯데 팬의 함성은 가장 컸다.

강민호는 4회 삼진 뒤, 5회 2사 만루에서 3번째로 나왔다. 관중석에서는 “롯데의 강민호~”라는 옛 응원가가 들렸다. 그러나 강민호는 6-0으로 벌리는 2타점 우전안타를 터뜨렸다. 강민호는 큰 제스처로 포효했다. 삼성 강민호의 사직 데뷔전은 강렬했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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