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변화의 신호탄 든든한 4~5선발

입력 2018-04-18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이용찬-넥센 한현희-롯데 윤성빈-kt 금민철(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타고투저에 신음하던 KBO리그 마운드에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걸까. 4~5선발들이 기대 이상으로 역할을 해 새로운 선발야구 시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16일까지 리그 선발진 평균 방어율은 4.90이다.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2016년(5.29)에 비해 한결 나아졌지만 지난해(4.88)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선발투수의 평균 소화 이닝이 5.37이닝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극심한 타고투저 속 선발투수 평균 소화 이닝은 2013년 이후 내리막이 계속됐는데 올해 시즌 초반 다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각 팀 4~5 선발투수들의 활약이 있다. 매년 선발투수들의 조기 강판은 불펜 소모, 경기시간 증가 등 부작용이 따랐는데 올해는 1~2선발과 3~4선발의 이닝 소화능력 차이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리그 방어율 20걸을 살펴보면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용찬(두산·2.37)을 필두로 한현희(넥센·3.33), 윤성빈(롯데·3.86), 금민철(KT·4.50), 임찬규(LG·5.06) 등 4~5선발로 분류됐던 이들의 이름이 대거 포진했다. 하위 순번 선발인 탓에 아직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문승원(SK·4.15), 박세진(KT·2.45) 등의 분전도 돋보인다.

LG 임찬규-김대현-kt 박세진-SK 문승원(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수년째 타고투저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맞이한 반가운 변화다. 2000년대 중반부터 많은 팀들이 유망주 투수를 즉시전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선발 육성보다는 불펜에 투입에 치중했다. 당연히 4~5선발부터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선발육성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영건들에게 고정적인 선발 기회를 주기 시작했고, 이들은 잠재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특히 윤성빈과 박세진은 리그 대표 에이스들과 맞대결을 펼치면서도 선전하고 있다. 윤성빈은 김광현(SK), 로건 베렛(NC), 차우찬(LG), 양현종(KIA)을 차례로 만났지만 기죽지 않았다. 박세진 역시 에스밀 로저스(넥센)와 만나 상대적으로 더 나은 투구를 선보였다.

박세진을 5선발로 기용 중인 KT의 정명원 투수코치는 “5선발이라고 무조건 1선발보다 못 던져야 된다는 법은 없지 않나. 팀 입장에서 5선발이 상대 1선발과 겨뤄 이겨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팀이 연승을 달리는 지름길이다”고 주장했다. 한현희가 ‘1선발급’ 5선발로 버티고 있는 넥센 장정석 감독도 “(한)현희는 상대 투수가 누구든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감독으로서는 마운드 운용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민철 MBC스포츠+ 해설위원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정 위원은 “투수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반갑다. 확실히 젊은 투수들이 4~5선발에서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며 선발 야구 시대가 조금씩 다가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평준화는 상향과 하향, 두 종류가 있다. 지금의 분위기는 확실히 상향 평준화다. 수년째 타고투저로 신음하던 KBO리그에 생긴 긍정적 변화다”라고 분석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