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베이스볼’ 향한 연이은 단죄…일벌백계의 무거움

입력 2018-04-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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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순 전 심판위원. 스포츠동아DB

며칠 사이 야구계 안팎이 시끌시끌하다. 한국야구의 명예를 실추시킨 최규순(52) 전 심판과 안지만(전 삼성·34)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가 하루 간격으로 나왔다. 유관기관은 다르지만 이들의 처벌을 보면, 모두가 ‘클린 베이스볼’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이 엿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부장판사 홍기찬)은 지난 19일, 전 KBO 심판팀장 최규순의 상습사기 및 상습도박 혐의에 대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최 씨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들과 지인들에게 ‘교통사고 합의금’ 등을 명목으로 총 3500만원을 빌렸다. 이 중 대부분을 갚지 않아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KBO를 들썩이게 한 이른바 ‘최규순 게이트’의 1심결과는 실형이었다. 최 씨는 법정구속됐다.

최 씨는 총 4개 구단의 관계자들에게 금전을 빌렸다. 액수 자체가 크진 않았지만, 심판과 구단 직원들의 금전 거래는 엄연히 금지 대상이다. 그럼에도 심판이라는 권위를 악용해 돈을 빌렸고, 이를 갚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금품을 편취한 점, 관련자들 대부분이 금전 요구를 거절할 경우 불리한 판정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기준을 밝혔다.

안지만.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튿날인 20일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개설 연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지만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가 진행됐다. 대구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허용구)는 안지만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도박개장 등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로 보고, 형법상 도박공간개설 혐의만 인정한 것이다. 안지만은 2016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에서 운영하는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투자 혐의가 드러났다. 이 금액 대다수가 사이트 운영자금으로 쓰였고, 안지만은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2002년 삼성에 2차 5라운드로 입단한 안지만은 2016년까지 593경기에 등판해 60승35패15세이브177홀드 방어율 3.59를 기록한 ‘특급 불펜 자원’이었다. 그러나 원정 도박사건과 인터넷 불법도박, 도박 사이트 개설 자금 지원 문제 등이 불거지며 불명예스럽게 유니폼을 벗었다.

프로야구는 수년째 크고 작은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야구선수가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는 건 이제 낯설지 않다. 지난해는 심판 관련 스캔들까지 나왔다. 이를 ‘매수’라고 칭한다면 비약이지만, 심판의 비위 행위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건 분명하다. 불법 도박에 연루된 안지만도 마찬가지다. KBO 정운찬 신임총재가 취임 일성으로 ‘클린 베이스볼’을 내걸었던 건 이로 인한 팬들의 실망감을 달래기 위해서다. 사법기관에 야구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야구계에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다. 범죄 소식이 연달아 전해지면 팬들은 이에 무뎌지기보단 실망할 수밖에 없다. 이들 향한 일벌백계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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