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DNA’ 평범해서 더 특별한 두산의 선두질주

입력 2018-04-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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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6회 1사 1, 2루에서 두산 김민혁이 SK 서진용을 상대로 중월 3점 홈런을 쏘아 올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팀 홈런과 방어율 모두 리그 중위권 수준의 팀이다. 선발투수들의 방어율 역시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중간계투진의 방어율은 하위권이다. 돋보이는 성적이라곤 딱히 찾아 볼 수 없다.

세세하게 기록을 들여다보면 도저히 만족할만한 성적을 낼 수 없는 팀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이 팀은 KBO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10개 팀 중 가장 많은 승수인 19승을 차지하며 한달 가까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년 만에 다시 왕좌에 오르려는 곰 군단, 두산이다.

두산은 2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SK와 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서 10-9의 승리를 거뒀다. 시즌 초반 1~2위 맞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던 경기는 ‘수성’의 두산의 승리로 끝이 났다. SK는 매서운 추격자의 면모를 보였으나 두산의 견고함을 뚫지 못했다.

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6회 1사 3루에서 두산 박건우의 희생플라이 때 3루 주자 최주환이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단 한 경기였지만, 두산의 올 시즌 특색을 고스란히 담아낸 경기였다. 부족함을 서로 채워주는 투수진, 짜임새 있는 타선, 강력한 수비 등 여러 톱니바퀴가 원활하게 돌아가며 승리 방정식을 완성시켰다.

이날 두산 선발투수 이영하는 경기 초반 제구난조로 크게 흔들렸다. 3.2이닝 동안 볼넷만 4개를 내주는 등 총 3실점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3으로 뒤지고 있던 두산은 이영하를 4회에 내리며 승부수를 띄웠다. 허리에서 든든한 역할을 하고 있던 박치국을 조기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박치국이 1.1이닝 무실점, 뒤이어 나온 곽빈 역시 1.1이닝 무실점을 기록해 SK의 화력을 잠재웠다.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함덕주는 무려 2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무실점 세이브를 챙겼다.

답답한 공격을 이어가던 타선은 6회 일순간에 폭발하며 점수를 뒤집었다. 선두타자 양의지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출루한 뒤 상대 수비 실책을 틈 타 3-3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되는 1사 1·2루 상황에서 8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김민혁이 바뀐 투수 서진용을 상대로 3점홈런을 뽑아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오재원까지 홈런을 때리자 승기는 두산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하위타선에 연이어 홈런포를 허용하니 SK 선수들은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경기 전까지 두산의 하위타선 타율은 0.282, 10개 팀 중 4위 정도의 수준이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격을 당하니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1사에서 두산 양의지가 2루타를 치고 난 뒤 슬라이딩 세이프 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수년째 견고함을 자랑하는 수비는 이날도 두산 기준으로 ‘무난한’ 수비를 펼쳤다. 투수진이 부진한 가운데도 실책 하나 없는 깔끔한 수비로 오직 내줄 점수만을 내줬다. 두산은 24일까지 11개의 팀 실책을 기록했는데, 이는 10개 팀 중 최소 수치다. 특히 양의지~김재호~오재원~박건우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은 리그 최강의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팀 승리에 공헌한 부분이 분명 상당하다.

‘승리 DNA’를 가지고 있는 팀은 상대하기 가장 꺼려지는 법이다. 두산은 평범함 속에서 빚어낸 조직력이라는 무기로 2018시즌을 주도하고 있다. 곰 군단의 무서움은 개개인이 아니라 절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팀의 힘에 있다.

인천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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