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미스터 제로’ 한화 서균이 공개한 생존비결 셋

입력 2018-04-25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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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서균(26)은 프로 5년차에 야구인생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2014시즌 신인지명회의 2차 8라운드(전체 84번)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그가 데뷔 첫 풀타임 시즌부터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2017시즌이 돼서야 1군에 첫발을 내디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단순히 1군 엔트리 한자리를 차지한 것을 넘어 한화의 필승계투요원으로 활약 중이다.

그가 올 시즌 초반 한두 경기를 실점 없이 막았을 때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15경기(9.1이닝)째 무자책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0.182의 피안타율과 0.96의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그의 안정감을 설명하는 지표다. 우연이 아닌 실력으로 살아남는다는 평가가 어색하지 않다. 서균과 대화가 길어질수록, 그의 생존비결이 하나둘씩 공개됐다.

●생존 비결 하나 : 몸쪽 승부

서균은 올 시즌 우타자와 총 32차례, 좌타자와 4차례 상대했다. 패스트볼의 최고구속은 140㎞대 초반으로 빠르지 않지만, 볼 끝의 움직임이 좋은 데다 슬라이더와 투심패스트볼(투심)의 완성도가 높아 우타자를 상대할 때 강점을 지닌다. 우타자 상대 5.33의 땅볼(16개)/뜬공(3개) 비율은 “공이 빠르지 않으니 무조건 몸쪽을 던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송진우 투수코치의 조언을 완벽하게 흡수한 결과다.

“2017시즌에는 대부분 바깥쪽 코스만 노렸다. 몸쪽 승부를 못 했다. 올해는 송 코치님의 조언을 듣고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하다 보니 타자와 상대하기도 더 수월하다. 훈련 때도 무턱대고 몸쪽 코스만 노렸는데, 그렇게 꾸준히 던지며 감을 잡았다. 확실히 몸쪽 승부가 답이라는 것을 느꼈다. 한용덕 감독님께서 강조하시는 도망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승부를 펼친 것도 올 시즌 활약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생존 비결 둘 : 감각의 중요성을 깨닫다

2015시즌이 끝나고 일본프로야구(NPB) 대표 잠수함 투수였던 와타나베 ¤스케(전 지바 롯데)가 한화의 투수 인스트럭터를 맡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언더 투수는 감각으로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힘으로 상대 타자를 제압하기보다 정확한 제구와 좋은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서균은 올해 스프링캠프 때 비로소 감각의 중요성을 깨달았단다. 이는 서균과 같은 사이드암 투수에게 꼭 필요한 요소인 코너워크, 볼 끝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한다.

“올해 스프링캠프 때 감각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특히 코너워크를 할 많이 느낀다. 사이드암 투수의 패스트볼은 그 자체가 변화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볼 끝의 움직임이 좋아야 타자와 맞붙을 수 있다. 실제로 2017시즌과 견줘 공 끝에 확실히 힘이 붙었다고 느낀다. 감독님과 송 코치님의 조언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실행에 옮기려 한다. 초등학교(화곡초) 선배인 안방마님 (최)재훈이 형은 일상생활과 같은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주셔서 큰 도움이 된다.”

●생존 비결 셋 : 달라진 자신감과 간절함

서균은 이상군 전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2017년 6월 처음 1군 무대를 밟았다. 이는 서균에게 엄청난 자산이다.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간절함도 커졌다. 그가 지금도 이 전 감독대행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있지만, 목표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지난해에는 ‘그저 1군에서 살아남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면, 지금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던질 뿐이다.”

무실점 행진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마자 그는 “미스터 제로라…”며 몇 번이고 되뇌었다. 잠시 후 입을 연 그는 “던지다 보니 그렇게 됐다. 신기하긴 하지만,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책임감을 보였다.

현재(24일 기준) 한화 1군 엔트리에 사이드암 투수는 서균과 김재영의 두 명이 전부다. 김재영은 선발투수다. 서균은 계투진의 유일한 사이드암 자원이다. 이는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는 한화의 사이드암 기근 현상과도 궤를 같이한다. 자연스럽게 서균의 책임감도 더 커졌다. 그는 “한화에 사이드암 투수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완벽하진 않더라도 튼튼한 허리 역할을 잘하고 싶다”고 외쳤다.

광주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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