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양현, ‘양훈 동생’ 이상의 의미를 갖다

입력 2018-06-1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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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양현. 스포츠동아DB

넥센 투수 양현(26)은 2017년까지 ‘양훈(32·독립야구단 고양 위너스)의 동생’으로 알려지던 선수였다. 이런 양현에게 2018시즌은 한 명의 야구선수로서 우뚝 서는 시간이 되고 있다. 15일까지 9경기(12.2이닝)에서 평균자책점이 0.71이다.


아직 투구이닝이 적지만 넥센 불펜의 의미 있는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 15일 고척 삼성전에 앞서 만난 양현은 “2군에 있었을 때 박승민 투수코치님에게 투심을 던지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것이 변화의 큰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양현은 직구(포심)를 던지는 투수였다. 그러나 박 코치를 만난 뒤 포심을 버리고 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투심이 생각 이상으로 땅볼 유도율을 올리자 양현은 자기 공을 향한 자신감이 붙었다.


원래 두산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했던 양현은 2017년 겨울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으로 왔다. 2011년 10라운드 지명을 받고 가까스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에서 2011년 3경기(평균자책점 5.40), 2015년 13경기(평균자책점 5.23)를 던진 것이 전부였다. 승리는 없었고, 1패만 당했다.


2차 드래프트로 넥센에 갈 줄은 생각지 못했다. 당일에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알았다. 처음 든 생각은 “형(양훈)이 있는 팀으로 가는구나”였다.


넥센 시절 양훈. 스포츠동아DB


그러나 양훈이 2017시즌을 끝으로 방출되자 형제는 묘하게 엇갈렸다. 그래도 양현에게 양훈은 ‘우상’이다. “초등학교 때 형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 야구하는 동안 형은 나에게 목표 같았던 존재”라고 말한다. 양훈은 한화와 넥센을 거치는 동안 314경기(740이닝)에 등판해, 37승 54패 22홀드 11세이브를 거뒀다. 무뚝뚝한 성품의 형은 지금도 양현에게 딱히 칭찬은 하지 않는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형의 애정을 양현은 느낀다.


이제 양현의 차례일 수 있을 터인데 정작 “나는 지금도 마운드에서 떨린다”고 슬쩍 웃는다. 양현의 유일하고 소박한 시즌 목표는 “아프지 않고 시즌 끝까지 1군에 남아 있는 것”이다. 지금의 0점대 평균자책점 성적에 도취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언젠간 맞는 날도 오게 될 터다. 그때에도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야구를 하는 것, 그것만이 양현의 다짐이다.


고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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