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야구와 친해지기…SK의 이색 프로젝트 ‘야구 수학 토크 콘서트’

입력 2018-09-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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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는 최근 야구와 수학을 접목한 토크콘서트를 선보였다. 연고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야구 속 수학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펼쳐 연고지역 내 초중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물론 대학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인천 지역 학생들이 강연을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그라운드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숫자들이 저마다의 의미를 품고 이야기로 흐른다. 그래서 각종 수학 공식들과도 긴밀히 어우러진다. 이렇게 야구와 만난 수학은 ‘어렵다’는 고정관념도 가볍게 부순다. 야구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SK 와이번스가 7월 첫 선을 보인 ‘인천SK 야구수학 토크콘서트’의 모티브다. 야구와 수학의 공통분모를 찾아 연고 지역의 수학 교육에 힘을 보태려는 ‘착한 생각’이 출발점이 됐다. 더욱이 야구 속 수학이야기를 주제로 한 이색 강의를 시작으로 홈경기 단체 관람까지 이어지는 알찬 프로그램 덕분에 일일 수강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초·중·고·대학교 학생과 교사를 아우르며 전 세대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SK와 인천의 똑똑한 상생이다.


● 야구랑 수학이 이렇게 친해?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7월 18일 NC다이노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열린 1차 토크콘서트 참가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도 SK는 깜짝 놀랐다. 당초 200명을 초대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682명이 참가 의사를 밝혀 조기에 신청을 마감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수학이라는 과목 특성상 현장체험학습의 기회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가 동참하는 가족 행사로도 두루 활용된 까닭이다.

9월에는 규모를 키웠다. ‘가을 시리즈’라는 명명아래 초·중·고·대학교 과정별로 총 4회에 걸쳐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대학생들에게는 ‘에이징 커브(나이대별 성적 변화)’를, 고교생들에게는 타율과 OPS(출루율+장타율) 등의 기본 개념 설명하는 식으로 수준을 나눴다. 야구와 수학에 대한 친밀한 감정과 전문 지식을 모두 챙길 수 있었다. 특히 대학교 과정이 열린 11일 토크콘서트에는 투수 박종훈과 손지환 수비코치, 고등학교 과정이 진행된 12일에는 투수 서진용이 일일강사로 자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12일 KT 위즈와의 홈경기에 앞서 열린 고등학교 과정의 토크콘서트는 열띤 분위기 속에서 펼쳐졌다. 강화여고 1·2학년 전교생 350명은 버스 8대를 대절해 강의에 참여하는 열의를 보였고, 인천 지역 6개 고등학교를 비롯해 총 543명이 참가했다. 강의 내용으론 수비시프트에 수학의 ‘배반 사건’이라는 개념을 접목시켰는데, 평소 SK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물론 야구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이들에게도 반응이 좋았다. 대인고 1학년 송상윤 군은 “야구에 흥미가 없었는데, 와보니 분위기가 정말 뜨겁다. 수학과 야구를 연관지은 것이 흥미로웠다”며 미소 지었다.

야구와 수학의 만남은 선수에게도 특별하긴 마찬가지다. 서진용은 “학생들과 함께 행사를 지켜보니 ‘야구와 수학이 이렇게 관련이 많았구나’ 싶을 정도다. 나 역시 야구와 수학과의 접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토크콘서트를 진행중인 SK 김우중 장내 아나운서와 투수 서진용, 박윤성 전략육성팀 매니저, 인천 인항고 홍석만 교사(왼쪽부터).


● 잊지 못할 순간을 안기다

SK의 토크콘서트는 단순히 수학 공부를 하는데 있어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선수와 인천 시민이 가까운 곳에서 만나 스킨십을 주고받는 기회의 장이기도 했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열린 강의에 참석했던 서진용은 진행자로부터 ‘학생들에게 격려의 말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학창시절 운동에 매진해야했던 까닭에 학업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인생의 선배로서 진솔한 조언을 남겼다. 서진용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꼭 찾길 바란다. 그리고 그 일에 매진해 꼭 꿈을 이루기 바란다. 무엇보다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특별한 추억도 함께 선사했다. 노수광의 유니폼을 입고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강화여고 2학년 이세영(17) 양은 퀴즈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KT전 식전행사 참여 기회를 얻었다. 평소 응원하던 노수광 옆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사인볼도 받았다. 그는 “SK 팬으로서 감동적인 이벤트였다. 좋은 기회를 마련해준 구단 분들께 감사드린다.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 같다”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행사의 전체 기획을 맡은 류선규 전략육성팀장은 “‘타율이나 수비 시프트 같은 얘기를 일반인들이 수학으로 인지할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막상 강의를 해보니 수학과 연결된 포인트가 많았다”며 “내년에도 전반기와 후반기 각 1회씩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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