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두산의 화룡점정, ‘돌아온 수빈이’

입력 2018-09-1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베어스 정수빈이 전역과 동시에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전날 연타석 홈런을 터트린 기세를 살려 13일 잠실 KT 위즈전에선 3루타를 포함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사진은 2회 첫 타석에서 KT 선발 김민을 상대로 우전안타를 때리는 정수빈.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정수빈(28)은 2009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 성영훈, 박건우, 허경민과 함께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가장 주목 받은 선수는 1차지명의 영예를 안은 고교랭킹 1위 투수 성영훈이었다. 2차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뽑힌 허경민과 박건우에 대한 기대도 매우 높았다.

정수빈은 5라운드에 호명됐다. 그러나 1군에서 가장 먼저 빛난 이는 정수빈이었다. 당시 두산 사령탑이던 김경문 감독은 이종욱이 부상을 당하자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는 신인 정수빈을 1군으로 불렀다. 당시 두산 퓨처스 감독이던 박종훈 현 한화 이글스 단장은 1군 감독에게 “지금 당장 1군에서 쓸 백업이 필요하다면 정수빈, 미래의 스타는 박건우”라고 보고하며 놀라운 혜안을 보여줬다.

정수빈은 수많은 여성 팬들의 환호 속에 두산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2014년 커리어 하이를 찍은 데 이어 2015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펄펄 날았다. 그러나 2016년부터 주전 자리가 흔들렸다. 일찌감치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동기생 박건우는 정수빈이 한 번도 도달하지 못한 0.335의 타율에 20홈런을 쳤다. 외야 한 자리는 37홈런을 날린 김재환이 차지했다. 국가대표 외야수 민병헌도 외야에 버티고 있었다. 정수빈은 2016시즌을 마치고 미련 없이 경찰야구단에 입단했다.

동기생들 중 가장 먼저 빛났던 정수빈은 두 시즌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뛰었다. 그 사이 팀은 더 강해졌다. 허경민, 박건우는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7일 전역한 정수빈에게 보장된 자리는 없었다. 마침 외국인타자 반 슬라이크의 부진과 부상이 이어진 상황, 두산 김태형 감독은 8일부터 정수빈을 경기에 투입했다. 정수빈은 “워낙 전력이 탄탄한 팀이다. 내가 입대해도 전혀 공백이 없었다. 경쟁에서 이겨서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2년간 정수빈은 자신의 타격을 다시 정립했다. 야구공부도 많이 했다. 그리고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홈런 2방을 터트리며 복귀를 자축했다. 13일 잠실 KT 위즈전에서도 활약이 이어졌다. 9번 중견수로 선발출장해 2회 첫 타석에서 우전안타,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1타점 좌중간 3루타를 때렸다. 정확한 타격, 폭발적 스피드. 우리가 기억하고 있던 정수빈의 모습이었다.

두산은 KT를 10-3으로 완파했다. 정수빈의 복귀로 화룡점정을 찍은듯 두산은 80승 고지에 가장 먼저 오르며 매직넘버를 하나 더 줄였다.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