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입대 앞둔 넥센 김재현, ‘2인자’의 반란을 꿈꾸며

입력 2018-10-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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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을 백업포수로 시작한 넥센 히어로즈 김재현은 박동원의 갑작스런 이탈로 졸지에 주전이 됐다. 투수진을 안정적으로 리드한 그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보탬이 됐고, 가을 잔치에서도 주전 마스크를 쓰게 됐다. 시즌 후 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어 각오는 남다르다. 스포츠동아DB

넥센 히어로즈 포수 김재현(25)에게 2018시즌 가을야구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15~2016시즌에도 준플레이오프(준PO)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당시에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의 역할은 부동의 주전포수였던 박동원의 백업이었는데,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대수비로 한 경기씩 나선 게 전부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박동원이 시즌 도중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엉겁결에 제1의 포수가 됐다. 1군 데뷔 첫해인 2015시즌부터 매년 50게임 이상 나가며 경험을 쌓았지만, 포수 포지션의 특성상 주전과 백업이 느끼는 무게감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처음 풀타임을 소화한 포수들이 하나같이 혀를 내두르는 이유다. 주축 투수들의 구종 등 기술적은 부분은 물론 성향 등 심리적인 부분까지 폭넓게 분석해야 한다. 여기에 플레이 하나하나가 희비를 가르는 포스트시즌(PS)이라면 그 중압감은 정규시즌에 느끼는 것 이상이다. 김재현이 딱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16일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에 앞서 만난 만난 그의 목소리는 우려와 달리 자신감이 넘쳤다.

“솔직히 말하면 살짝 부담도 있지만, 그래도 꾸준히 선발로 나가는 게 오히려 더 편하다.경기를 하면서 편안해지는 게 있다. 뒤에 나가는 게 오히려 부담이 크다. 우리 팀 타격이 좋으니 먼저 나가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큰 경기에선 전체적으로 긴장하다 보니 포수가 긴장하지 않고 중심을 잡아줘야 할 것 같다. 정규시즌에도 (주)효상이와 번갈아 경기에 나갔다. 특별히 압박을 느끼진 않는다.”

믿음을 강조했다. 2018 정규시즌에는 100경기 이상(116경기·625이닝) 마스크를 쓰며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 “투수를 휘어잡아야 한다.” 그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렸다. 김재현은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투수와 함께 가려고만 한다. 뒤에 나갈 때는 몰랐지만, 선발로 나가다 보니 투수가 뭔가 하려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물론 포구와 블로킹 등 가장 기본적인 것을 내가 잘해야 한다. 투수를 휘어잡는 것은 포수가 먼저 믿음을 심어줬을 때 따라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PS가 끝나면 당분간 넥센을 떠나 있어야 한다. 국방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할 것이 유력하다. 이번 PS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두 번 PS 엔트리에 들어갔는데, 그때는 거의 벤치에만 있었다. 그때도 엄청나게 긴장됐다. 내게 가을야구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벤치에 있는 것보다 그라운드를 밟는 게 더 기대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까진 2인자의 이미지가 강했다. ‘박동원의 백업’ 또는 ‘수비형 포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제는 주전포수로 투수들을 이끌어야 한다. 그 자체로 김재현의 이미지는 180도 달라졌다. 넥센이 숱한 악재를 딛고 4위(75승69패)로 PS에 진출한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김재현의 존재였다. 주전포수의 이탈이라는 엄청난 악재를 지운 것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을 만했다. 김재현은 “100경기 이상 뛰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었다”며 “큰 경기다 보니 한 경기만에 끝날 수도 있다. PS에선 더 집중해야 한다”고 외쳤다.

고척|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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