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포잡] PO는 1년 먼저 시작할 수 있었다?

입력 2018-10-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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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한국시리즈가 무산됐던 1985년 삼성의 우승 세리머니. 당시 전·후기 통합우승으로 한국시리즈가 열리지 않았다.

KBO리그의 포스트시즌은 꾸준히 확대·재편돼왔다. 미국, 일본처럼 한국시리즈(KS)만 펼치던 초창기와 비교하면 와일드카드 결정전(WC)까지 치르는 지금의 포스트시즌은 상전벽해에 다름 아니다. 단기전에 대한 주목도가 남달라 폭발적 흥행이 이어진 덕분에 1986년 플레이오프(PO), 1989년 준PO, 2015년 WC가 차례로 도입됐다.

KS와 준PO는 한 차례씩 무산된 적이 있다. KS는 삼성 라이온즈가 정규시즌 전·후기 통합우승을 차지한 1985년을 건너뛰었다. 그 해 삼성은 전기 40승1무14패(승률 0.741)로 1위, 후기 37승18패(승률 0.673)로 1위 등 압도적인 종합승률 1위(77승1무32패·승률 0.706)를 달성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다. PO는 1985년부터 시작될 수 있었다. 1984년 전기 우승팀 삼성이 KS 파트너로 손쉬운 상대(롯데 자이언츠)를 맞으려고 ‘져주기 게임’을 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1985년에는 종합승률제가 채택됐다. 이에 따르면 ‘전·후기 종합승률 1위와 전·후기 우승팀이 모두 다른 경우’에는 전·후기 우승팀끼리 PO를 치르고, 그 승자가 KS에 올라 승률 1위와 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삼성이 전·후기 우승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PO는 고사하고 KS까지 불필요해진 것이다.

준PO는 1999년을 쉬었다. 1999년과 2000년에는 실험적으로 드림·매직의 양대리그가 채택됐는데, 그 영향이다. 당시 각 리그 1·2위는 7전4선승제의 PO를 거치고, 그 승자들끼리 역시 7전4선승제의 KS를 치르도록 규정돼 있었다. 양대리그가 급조된 까닭에 리그간 전력균형이 어긋나는 경우에 대비해 준PO를 명문화했는데, A리그 3위의 승률이 B리그 2위보다 높거나 같다면 3전2선승제의 준PO를 치르게 했다.

1999년에는 준PO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0년에는 드림리그 3위 삼성(69승5무59패·승률 0.539)이 매직리그 2위 롯데(65승4무64패·승률 0.504)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준PO가 되살아났다. 삼성이 롯데를 2승1패로 따돌리고 PO에 올라 드림리그 1위 현대 유니콘스(91승2무40패·승률 0.695)와 대결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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