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폴 인 베이스볼] 16일 와일드카드 결정전…KIA의 미스 플레이와 넥센의 응집력이 갈라놓은 명암

입력 2018-10-16 22: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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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왼쪽)-넥센 브리검. 사진|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설사 2차전까지 넘어가더라도 단판승부라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속성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1승을 안고 싸우는 4위라고 여유를 부릴 처지는 아니다. 한시도 방심할 수 없다. 정규시즌 4위 넥센 히어로즈와 5위 KIA 타이거즈가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올해 가을야구의 시작을 알리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렀다.

KIA는 지난해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했음에도 올해는 5위로 가을야구에 턱걸이했다. 게다가 시즌 막판 에이스 양현종의 옆구리 부상이라는 악재까지 만났다. 다행히 양현종은 이날 선발등판을 자청하며 투혼을 불살랐다. 시즌 막판 3위까지 넘본 넥센이지만, 양현종을 내세운 디펜딩 챔피언과의 일전이기에 경기 초반 고척돔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기는 중반까지 팽팽하게 진행되다 후반 승부가 급격히 기울면서 넥센의 10-6 승리로 끝이 났다. 넥센은 19일부터 대전에서 3위 한화 이글스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KIA는 올해 가을잔치에서 퇴장했다.


Q=양현종과 넥센 브리검의 선발 맞대결이 팽팽하게 전개됐다. 두 투수 모두 4회까지는 실점 없이 잘 던졌다.

A=두 투수 모두 에이스답게 초반 안정적으로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양현종은 베스트 컨디션이 아닌 가운데서도 직구의 스피드를 조절하고, 제구력 위주로 맞혀 잡는 피칭을 했다. 반면 브리검은 초반부터 전력투구를 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구를 잘 활용했다. 특히 슬라이더의 경우 직구 궤적에서 위아래로 떨어지는 변화를 보여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가 무척 어려웠다.


Q=5회초 KIA가 0의 균형을 깨고 먼저 2점을 뽑은 뒤로 경기 양상이 뜨거워졌다. 5회말 넥센의 반격에는 행운도 많이 따랐다.

A=KIA는 5회초 볼넷과 사구로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고, 2사 2·3루서 최형우의 2타점 적시타로 선취득점에 성공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김선빈이 보내기번트를 대려다가 투구에 오른 손가락을 맞고 부상으로 교체됐는데, 5회말 수비 때 그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또 5회말 무사 1루 김혜성 타석 때 포수 김민식의 타격방해로 1·2루 위기를 자초한 장면도 아쉬웠다. 김민식이 왼팔을 너무 뻗으려고 했다. 포구 미스다.

Q=넥센은 5회말 기민한 주루 플레이와 허를 찌르는 작전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역투하던 양현종과 김민식 배터리를 흔들었다.

A=넥센은 무사 1·2루 김재현 타석 때 초구에 히트앤드런을 걸었는데, 적절한 표현을 찾기 힘들 정도의 작전이었다. 9번타자(김재현)이고, 그 다음 1번타자(이정후)로 넘어가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히트앤드런을 구사했는데, 어찌됐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전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1차전에서 넥센 이정후가 타격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Q=5회말 무사만루 이정후 타석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도 나왔다. 이정후가 볼 카운트 2B-0S서 내야 높이 뜬공을 치면서 인필드 플라이 상황이 됐는데, 이 타구를 김민식이 잡으려다 놓치면서 최종 파울로 판정됐다.

A=김민식이 너무 멀리 나갔다. 3루수한테 맡겨야 할 타구였다. 김민식이 이 타구를 놓치는 실책을 범한 뒤 이정후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이어 김민식의 블로킹 미스와 유격수 황윤호의 실책까지 겹치면서 양현종을 더 궁지로 밀어넣었다. 포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 장면이다. 2-2 동점이 되고 1사 1·3루로 위기가 거듭되자 임창용으로 투수를 교체했는데, 양현종의 컨디션을 봤을 때 적절했다고 본다.


Q=KIA의 6~7회 반격 또한 매서웠다. 기어이 5-5 동점을 만들었는데, 거기까지였다. 5회처럼 또 다시 너무 쉽게 추가 실점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A=6회초 이범호의 2점홈런으로 1점차까지 따라붙은 KIA는 7회초 나지완의 적시타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나지완에 앞서 버나디나는 초구에 2루타를 쳤다. 그러나 곧장 7회말 무사 1루서 서건창에게 볼 카운트 0B-2S서 1타점 2루타를 허용한 뒤 팻딘에서 김윤동으로 투수를 또 교체했다. 김윤동은 초구에 샌즈에게 2점홈런을 허용했는데, 결정적이었다. 경기 후반 1~2점차 승부에서 초구를 너무 쉽게 던지다가 장타로 연결돼 승부가 갈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볼 카운트별 투구법에 대해 양 팀 배터리는 좀더 확실하게 공부하고 숙지할 필요가 있다. 볼 카운트를 잡기 위해 초구를 너무 쉽게 던지다가 장타를 허용하면 그대로 승부가 기울 수 있다.

고척|조범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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