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으로 번진 이태양-문우람 기자회견과 흐려진 본질

입력 2018-12-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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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프로야구 선수 이태양(사진)은 문우람과 함께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승부조작을 했다”고 전한 타 구단 선수들의 실명을 거론해 파문이 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전 프로야구 선수 이태양(전 NC 다이노스)과 문우람(전 넥센 히어로즈)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취지는 분명했다. 이태양이 직접 “이유 없이 승부조작 브로커로 몰렸다”고 주장하는 문우람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만든 자리였다. 이 자리에 동행한 둘의 측근은 “이태양이 문우람과 관련해 양심선언을 하고, 문우람이 국민호소문을 발표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문우람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받은 이태양의 승부조작 브로커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1심 재판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실제 브로커 A로부터 시계 등의 선물을 받은 것, A와 여러 통화내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의심을 샀다”는 게 문우람의 주장이다. 결국 문우람은 벌금 선고에 이어 KBO로부터 영구실격 제재까지 받았다. 단 KBO는 “문우람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 야구계에 복귀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태양은 “창원지검 첫 조사에서 ‘문우람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 나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검사의 말을 듣고 ‘우람이도 아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며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내가 검사에게 속았다. 나중에 진술을 번복하려 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검찰은 문우람의 통장을 모두 조사했지만, 어떤 거래도 발견되지 않았다. 검사의 말에 속아 잘못된 진술을 했다는 죄책감이 느껴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브로커 A가 이태양에게 승부조작 제안 당시 “선수들이 다 (승부조작) 한다. 우리만 알면 아무도 모른다”며 언급했던 현역 선수들의 실명이 거론됐다. 문성현, 정대현(이상 히어로즈), 김택형(SK 와이번스), 이재학(NC), 김수완(전 두산 베어스) 등의 이름이 나왔다. 자료에는 정우람(한화 이글스)의 이름도 있었다. 이태양은 “왜 이 선수들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자회견의 본질도 흐려졌다. 문우람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마련한 자리가 폭로전으로 변질된 것이다.

실명이 거론된 선수의 소속팀은 곧바로 발칵 뒤집어졌다. 정우람은 “무고한 선수에게 사실과 다른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이미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경 대응했다. 정우람은 이날 예정된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도 불참했다. “시상식 외적인 부분이 집중되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히어로즈 구단관계자도 “정대현과 문성현 모두 어떤 혐의도 없다”고 밝혔다. KBO 장윤호 사무총장도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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