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베어스 포수 ‘수출’의 역사

입력 2018-12-13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베어스는 전신 OB 시절부터 ‘포수 사관학교’로 유명했다. 단순히 두산의 안방만 튼튼했던 것이 아니다. 두산을 떠나 타 팀에서 활약한 사례도 숱하다. 김경문, 진갑용, 최재훈(왼쪽부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두산 베어스는 전신인 OB 시절부터 ‘포수 왕국’이라는 전통을 자랑한다. 단일리그인 KBO에서 포수는 세이버메트릭스로도 계산할 수 없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NC 다이노스가 프리에이전트(FA) 양의지(31)와 4년 보장금액 125억원에 계약한 이유이기도 하다.

두산은 1982년 KBO리그 원년부터 포수 포지션만큼은 항상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타 팀에 가면 당장 주전 안방마님을 차지할 수 있는 포수를 백업으로 보유해왔다.

두산에서 ‘전력의 절반’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양의지의 이적이 단순히 두산과 NC의 전력 변화가 아니라 향후 3~4년 리그 전체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따르는 것도 그래서다.

그동안 두산은 직접 키운 수많은 포수를 타 팀으로 떠나보냈다. 팜에서 쑥쑥 성장한 두산 포수들은 1군 주전경쟁에서 밀리는 순간 여러 팀들의 트레이드 대상 1순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베어스 출신 포수는 KBO리그 역사를 뒤바꾼 주역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전성기를 연 진갑용이 있었고,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한 한화 이글스에도 베어스 출신 포수 최재훈의 역할이 컸다.


●김경문-조범현 ‘포수 왕국 베어스’의 출발

포수 왕국의 행운은 1982년 프로 원년을 앞둔 신인 선발부터 시작했다. OB는 1981년 말 대전-충청지역을 연고지로 창단됐지만 1985년부터 서울로 홈을 옮기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1982년 첫 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선수단 구성도 충청지역 선수를 먼저 지명하고 수도권 고교출신 선수들을 MBC 청룡과 2대 1 비율로 선발했다.

OB는 이러한 방식으로 먼저 공주고 출신 포수 김경문을 영입했고 수도권 고교 충암고를 졸업한 또다른 안방마님 조범현을 선발했다. 김경문-조범현은 1982년 원년 우승의 숨은 공신이었다. 김경문은 주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투수의 구위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과감한 리드가 돋보였다. 조범현은 허를 찌르는 절묘한 투수 리드로 기교파 투수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0년 국가대표 출신 포수 김태형이 OB에 입단하며 베어스의 포수 수출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김태형 입단으로 시작된 포수 ‘수출’


김태형은 1990년 플레잉 코치로 변신한 조범현과 마스크를 번갈아 썼다. 김태형이 성공적으로 프로 무대에 안착하자 OB는 조범현을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했다. 이어 한해 전 태평양 돌핀스로 떠났던 김경문을 다시 영입, 김태형의 성장을 맡겼다. 김태형은 조범현, 김경문의 장점을 그대로 흡수했다. 조범현은 삼성에서 2년간 수비전술 구축에 많은 공을 세웠다.
베어스의 명포수 배출은 계속 이어졌다. 1992년 조경택이 입단했고 김태형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자 그는 1995년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뒤 맹활약했다. 그보다 한 해 앞서 1994년 입단한 이도형은 화끈한 장타력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이도형은 빼어난 신인 포수들의 연이은 입단 속 2002년 한화로 이적해 이후 9시즌을 뛰었다.

베어스는 1996년 또 한명의 걸출한 포수 최기문을 선발했다. 그리고 1997년에는 초대형 포수라는 평가가 따른 진갑용이 입단했다. 최기문은 2억3000만원, 진갑용은 3억8000만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두산이 포수 포지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연이은 포수 선발이었다. 최기문은 1999년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해 2009년까지 뛰었다. 진갑용은 홍성흔과 주전 경쟁을 벌이다 1999년 삼성으로 이적했고, 이후 무려 7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했다.

이 밖에 채상병, 용덕한, 최재훈 등 수 많은 포수들이 베어스를 떠나 리그의 전력 평준화에 공헌했다.

김경문 전 NC 감독은 “OB는 프로 초창기 승리 포수상을 줬다. 다른 팀이 수훈 투수, 타자에게만 포상을 할 때다”며 “그만큼 포수들에 대한 대우가 좋았다. 당연히 건강한 내부 경쟁이 이어졌다. 매년 가능성 있는 신인 포수를 선발해 집중육성하며 미래를 대비했다. 포수왕국의 비결이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