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라도 하면 어쩌려고?” 극성팬은 KBO리그와 NPB의 공통고민

입력 2019-02-1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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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자카 다이스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어깨 통증을 안고 있던 마쓰자카가 부상으로 은퇴 위기에 몰리기라도 하면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단순 부상이 아니다. 팬서비스 도중 팬이 팔을 잡아당긴 탓에 통증을 호소한 마쓰자카 다이스케(38·주니치 드래건스)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12일 오후 일본 스포츠전문지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마쓰자카는 이날 오키나와 시내의 병원에서 검진 결과 오른쪽 어깨 염증 진단을 받았다. 11일 사인을 하던 도중 한 팬이 팔을 잡아당겼을 때 극심한 통증을 느꼈던 바로 그 부위다. 주니치 구단관계자는 “염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공을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8시즌을 앞두고 입단테스트를 통해 주니치에 입단한 마쓰자카는 11경기 6승4패, 평균자책점 3.74의 성적을 거두며 부활을 알렸지만, 한 팬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2019시즌 정상 등판에 차질이 생겼다.

일본 현지 언론은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더 페이지’는 ‘우려했던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마쓰자카가 캐치볼도 하지 못하고 시즌 개막을 준비해야 할 처지다. 잠을 잘 때도 오른팔의 위치에 신경 쓸 정도로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주니치를 제외한 NPB 구단들도 서서히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신 타이거즈는 선수의 숙소 또는 목욕탕 등지에서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에게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 중이다. 정규시즌 경기 승리 시 팬과 하이파이브 이벤트를 진행해온 세이부 라이온즈는 지난해 7월31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전 직후 한 팬이 4번타자 야마가와 호타카가 목에 걸치고 있던 수건을 뺏은 사례를 털어놓았다.

지바 롯데의 레전드이자 일본야구대표팀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사토자키 도모야도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바라봤다. 그는 ‘더 페이지’와 인터뷰에서 “어깨 통증을 안고 있던 마쓰자카가 부상으로 은퇴 위기에 몰리기라도 하면 도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 같은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사인과 악수 등은 따로 이벤트를 진행할 때만 하고, 이외에는 선수와 팬의 접촉을 원천 봉쇄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선수단 최고참이라면 팬과 접촉을 금지할 것이다. 지금은 팬의 양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사토자키는 은퇴식 때 직접 무대에 올라 구단의 응원가를 부르는 등 현역 시절 팬서비스에 매우 충실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울타리를 넘어 사토자키에게 돌진하는 등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는 “전면 사인 금지 조치를 내려도 마쓰자카에게 부상을 입힌 팬과 같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은 사인과 악수 등을 거절하면 즉시 SNS에서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선수도 프로이기 이전에 한 인간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KBO리그 팬들도 팬서비스에 무척 민감하다. 실제로 팬서비스에 인색한 선수도 있지만, 고사리손을 내미는 팬들에게 모두 사인을 해준 뒤에야 자리를 뜨는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문제는 도를 넘은 극성팬들에 대한 대응이다. 2012년에는 수도권 구단 주축 선수 A가 경기 후 자신의 차량 문을 열자 그 사이에 뒷문을 열고 탑승한 팬도 있었다. 그야말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매일 경기장에 찾아와 사인을 요구하는 팬들에 대해선 어느 정도의 선을 그을 필요도 있다. 사인의 가치 문제가 아니라, 사인에 목마른 팬의 몰상식한 행동이 선수에게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마쓰자카 사태’를 통해 확실히 드러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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