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리포트] 두산 최주환의 포지션 정체성 찾기, 어디까지 왔을까

입력 2019-02-1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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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두산 베어스)은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미완의 대기였던 그는 만 서른에 비로소 주전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대부분 지명타자로 뛰었다. 수비력이 약점으로 꼽히는 그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포지션에 대한 정체성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두산 베어스 최주환(31)은 지난 1월31일 일본 오키나와 1차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최주환은 지난해 138경기에서 타율 0.333(519타수173안타), 26홈런, 108타점, 출루율 0.397의 맹타를 휘둘렀고, 한국시리즈(KS) 6게임에서도 타율 0.478(23타수11안타), 1홈런, 7타점으로 활약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게다가 성실함까지 갖췄다. 메이저리그(MLB)는 물론 일본프로야구(NPB) 영상까지 찾아보며 타격폼에 대한 연구를 쉬지 않는다. 지금의 성적은 그 노력의 결과다. 연봉도 종전 2억원에서 2배 가까운 3억85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 최주환은 왜 고민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걱정을 지우지 못했다. 포지션에 대한 고민 탓이다. 2018시즌 2루수로 20경기(123이닝), 1루수로 10경기(87이닝), 3루수로 8경기(56.1이닝)를 소화했지만, 대부분을 지명타자로 뛰었다. 자기 위치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도 만족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팀을 위한 고민이다.

최주환이 수비에서 힘을 보탤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두산은 지난해 내야수들의 수비이닝이 모두 900이닝을 초과했다. 3루수 허경민(1046이닝)~2루수 오재원(966이닝)~1루수 오재일(939.2이닝)~유격수 김재호(939이닝)가 팀 내 수비 이닝 1~4위였다. 그러다 보니 시즌 중판 체력 부담을 피할 수 없었다. 최주환은 “내가 뭔가를 하고 싶다고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면서도 “2018시즌과 비교해 팀 구성상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 팀의 상황에 맞게끔 준비 잘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베스트 시나리오는 ‘2루수 최주환’

최주환은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내야 멀티자원이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확실한 자기 포지션이 없다는 뜻이다. 최주환이 이번 캠프에서 수비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조성환 두산 수비코치의 조언은 그가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요소다. 조 코치는 “최주환이 건강하게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줄 수 있다”고 믿음을 숨기지 않았다.

최주환이 주력하는 포지션은 2루수다. 2017시즌 76경기(61선발)에서 476.2이닝을 소화한 포지션인 만큼 적응에는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기존의 주전 2루수 오재원과 경쟁을 벌이는 것까진 아니다.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에서 원활한 로테이션이 가능하게끔 돕는 역할이다. 조 코치는 “최주환이 2루에서 오재원의 체력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게 베스트다. 사실 오재원이 지난해 수비 이닝이 많아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라며 “1루수는 오재일과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경쟁한다. 페르난데스는 2루수 훈련은 하지 않고 있다. (최주환이) 정말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코치의 평가는 최주환이 포지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오키나와(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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