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리포트] ‘두산 수호신’ 함덕주의 회상 “난 강한 투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입력 2019-02-18 1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베어스 함덕주가 17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구장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2018 정규시즌 62경기에서 6승3패27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2.96의 성적을 거두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승선해 금메달에 힘을 보탠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2017시즌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9승을 올리는 등 전천후 투수로서 가치도 인정받았지만, 한층 더 강력해진 구위를 앞세워 팀의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정우람(한화 이글스), 손승락(롯데 자이언츠), 정찬헌(LG 트윈스) 등 2018시즌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KBO리그 마무리투수 4명 가운데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함덕주의 안정감을 보여준 지표다.

2019시즌에는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필승계투조로 활약한 김강률과 곽빈이 부상으로 이탈한 탓에 불펜 운용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홍상삼과 최대성이 스프링캠프 기간에 기대를 키웠지만, 정규시즌 활약을 보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즉, 변수가 많은 두산 불펜에서 가장 상수에 가까운 투수가 바로 함덕주다. 1차 캠프 일정을 모두 마친 함덕주를 17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구장에서 만났다. 무서운 성장 속도만큼 자신감도 커져있었다. 특히 주무기인 체인지업에 대해 얘기할 때는 유독 눈이 반짝였다.

-1차 캠프가 끝났다.

“캠프 초반부터 생각보다 컨디션이 괜찮았다. 훈련소에 입소(4주 기초군사훈련)하는 바람에 페이스가 좋지 않았지만, 열흘 먼저 오키나와에 들어와서 훈련한 덕분에 본진을 따라갈 수 있었다. 12월에 운동을 다소 늦게 시작한 바람에 조금 걱정했지만, 지금까지는 과거의 몸 상태와 전혀 다르지 않다.”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나.

“올해는 내 보직을 어느 정도 받아놓은 상태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많이 맞춰주시려는 것 같아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더 책임감을 갖고, 나만의 방식대로 몸을 만들고 있다.”

-2019시즌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타자의 몸쪽 승부에 대한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슬라이더도 더 많이 던져볼 것이다. 물론 좋았던 부분을 더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코너워크가 된 공들을 보여줘야 하다 보니 그만큼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마무리투수의 매력은 무엇인가.

“위기 상황을 정리한 뒤 경기를 끝내고 같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다. 팬들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게 가장 멋진 마무리투수의 모습 아니겠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지을 때 가장 뿌듯하다.”


-종슬라이더, 포크볼 등 종으로 떨어지는 구종이 아닌,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마무리투수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정우람 선배도 체인지업이 주무기 아닌가. 그래서 영상을 통해 정우람 선배의 투구 패턴을 많이 보고 배웠는데, 그게 큰 공부가 됐다. 체인지업은 강력한 위닝샷보다는 타이밍을 뺏는 공이라 불안할 때도 있지만, 내가 제일 잘 던질 수 있는 구종이다.”


-지금의 체인지업은 언제 완성했나.

“완성이라고 하기보다는 구종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 2017시즌의 선발투수를 경험하면서부터다. 마운드에서 오래 버티며 체인지업으로 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경험 속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계투로 뛸 때는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도 구위와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경험해 보니 체인지업이 잘 떨어져서 타자들이 속을 때가 많더라.”

-왜 상대 타자들은 함덕주의 체인지업을 알고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할까.

“포수 형들이 볼배합을 워낙 잘해주신 덕분이다. 빠른 공과 커브, 슬라이더도 곁들이는데, 포수 형들이 굳이 체인지업뿐만 아니라 슬라이더, 커브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수싸움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양)의지(NC 다이노스)형과 (박)세혁이 형이 정말 좋은 포수다. 믿음이 확고하다. 형들 사인은 잘 따른다.”


-가장 이상적인 마무리투수상이 궁금하다.

“경기를 가장 멋지게 끝내는 것은 마무리투수의 빠른 공이다. 나도 한때는 빠른 공으로 잡아볼까 했다. 지금은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을 때 뿌듯하다. 상대 타자의 헛스윙이 나오면, 내 공이 잘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묻겠다.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한 양의지의 이적에 따른 불안감은 없나.

“불안감과 두려움보다는 이적 여부에 관계없이 (양)의지 형은 내게 굉장히 좋은 선배다. 나를 지금의 자리까지 올려주신 선배님이라 감사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박)세혁이 형과도 그만큼 호흡을 많이 맞춰봤다. 2017년부터 꾸준히 함께왔다. 세혁이 형이 정말 잘해준다. 당연히 불안한 느낌은 없다.”

-입단 당시(2013시즌)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생각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그냥 맞혀 잡는다는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강한 투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워낙 왜소했고, 신인드래프트 순위(5라운드)도 낮았다. 그저 한 번만 1군 무대를 밟아보자고 생각했는데, 과정이 좋았다. 함께 입단한 동기들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했다. 나보다 지명순위가 높았던 선수들보다 잘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20일 미야자키로 이동한다. 2차 캠프에서 중점적으로 점검할 포인트는.

“몸쪽 승부다. 꾸준히 연습했는데, 완성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또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몇 개인지도 직접 던져보며 확인하고 싶다.”

-2019시즌 목표는.

“간단하다. 지난해보다 세이브를 한 개라도 더 올리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오키나와(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