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취재파일] 노경은·김민재, 그리고 나성범…도전 향한 이중잣대

입력 2019-02-20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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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은. 스포츠동아DB

● 노경은(35)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지난해 33경기롯데 자이언츠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했으나 협상 테이블에서 구단과 2억 원 차이를 못 좁혔다. ‘FA 미아’가 될 위기, 노경은은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선언했다. 냉정히 말해 그는 KBO리그 정상급 투수가 아니다. 게다가 30대 중반으로 선수생활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고, 입단 테스트까지 불사한다는 각오다. 소식을 접하고 놀란 팬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제 그는 ‘상남자’로 불린다.

김민재. 스포츠동아DB


● 김민재(23·베이징 궈안)는 전북현대 시절 ‘슈퍼 베이비’라고 불렸다. 프로 입단 첫해인 2017년부터 A대표팀에 발탁되며 리그 정상급 수비수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병역이 해결되며 해외 리그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김민재의 선택은 중국 슈퍼리그행이었다. ‘중국화’로 인해 슈퍼리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여론은 순식간에 악화됐다. SNS에 쏟아지는 악플을 견디지 못한 김민재가 팬과 설전을 벌일 정도다.

● 여론은 도전에 환호한다. 정상급 별들이 즐비한 무대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선수가 뛰는 모습은 진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차범근, 박찬호, 박지성이 그랬고 손흥민, 류현진이 그렇다. 하지만 최근 나성범(30·NC 다이노스)을 향한 여론은 딴판이다. 나성범은 올 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으로 해외 무대에 진출할 자격을 얻는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꿈이었던 MLB 도전 가능성이 높다. 그를 보기 위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MLB 스카우트들이 집결하고 있지만 정작 팬들은 “돈 욕심을 낸다”며 그를 비난하고 있다.

나성범. 스포츠동아DB


● 나성범이 해외에 진출한다면 FA가 아닌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야 한다. 그를 원하는 팀은 소속팀 NC에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조건으로 MLB 갈 생각 없다”는 나성범의 발언은 이와 동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꿈만을 좇기 위해 NC에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발언이지만 ‘몸값 욕심’ 내는 선수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 ‘소시민은 도전하는 자를 항상 비웃는다.’ 노모 히데오(51)의 말이다. LA 다저스, 뉴욕 메츠 등에서 활약했던 그는 2005년 탬파베이에서 방출됐다. 하지만 “패전처리라도 좋다”며 MLB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때 비아냥대는 이들에게 노모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2년의 공백 끝에 2008년 MLB 복귀에 성공한다. 만일 나성범이 MLB에 도전장을 낼지, 그렇다면 그를 적정가에 영입할 구단이 있을지, 또 MLB 무대를 밟는다면 좋은 활약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그의 꿈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나성범은 “나는 지금 NC 소속이다. 다른 건 생각하지 않는다. 집중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묵묵히 구슬땀만 흘리고 있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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