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한선태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엘리트 야구부 생활을 한 적이 없다. 지난해 열린 2019시즌 신인지명회의에서 지명을 받은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다. 올 시즌 2군에서 4경기에 등판해 5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인 한선태는 “절대 창피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며 1군에 올라갈 그날을 꿈꾸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한선태는 지난해 열린 2019 KBO 신인드래프트 최고의 화제였다. LG는 2차 10라운드에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이력은 간단했다. 고교 졸업까지 엘리트 야구부 생활을 한 적이 없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야구에 흥미를 느꼈지만 어느 학교에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군 전역 후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지난해 8월 해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이대은(KT 위즈), 이학주(삼성 라이온즈) 등 쟁쟁한 이들 사이에서 가능성을 뽐냈고, 결국 LG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퓨처스리그 개막 한 달여 만에 18일까지 4경기에 등판, 5이닝 무실점 투구를 기록하고 있다. 만일 한선태가 1군에 콜업돼 마운드를 밟는다면 그 자체가 역사인 동시에 여느 ‘육성선수 신화’를 넘는 스토리다. 또한 KBO리그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게 된다. ‘미생’ 한선태는 그 순간을 위해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최고구속 145㎞! 순조로운 1군 적응기
-본격적으로 팀 훈련을 소화한 지 3개월 정도 지났다. 프로 생활은 어떤 것 같나?
“이천 숙소생활부터 경기 준비, 실전등판 등 모든 과정이 재미있다. 구단 관계자들과 선배들이 워낙 잘 챙겨준다. 내심 조직 생활에 대해 긴장도 많이 했는데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막 4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결과가 워낙 좋다.
“첫 3경기는 점수 차가 넉넉한 상황에서 던졌는데, 17일 이천 삼성 라이온즈전은 2점차에 등판했다. 내 공만 던지려고 했다. 특별히 긴장되진 않았다. LG 유니폼을 입고 첫 등판이 인하대학교와 연습경기였다. 당시에는 긴장됐지만 한 경기를 치르니까 정식경기 때는 크게 긴장되지 않았다. 매 경기 보완할 점이 나온다. 언젠가 실점도 하고 난타당할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도 이미지트레이닝하고 있다.”
-가진 것보다 배울 게 더 많다는 평을 받았는데, 지금은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
● “벤치에서 경기 보는 것 자체가 공부”
LG 퓨처스팀에는 가득염, 김광삼 코치가 투수 파트를 맡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KT를 거치며 1군 메인투수코치로 자질을 인정받은 가 코치의 존재는 한선태에게 천군만마다. 가 코치는 그에게 “넌 야구가 아니라 뭘 해도 성공했을 사람”이라고 매일 같이 칭찬한다. 선수출신이 아님에도 프로에 지명 받고 실전에 뛰고 있다는 자체가 대단하다는 의미다. 가 코치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긴 해도 자질이 워낙 좋다. 실전 등판 간격이 긴 것도 벤치에서 야구를 보며 배울 게 많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LG 2군에는 장원삼, 심수창이 있다. KBO리그를 대표했던 베테랑 투수들이다.
“정말 많이 배운다. 선배들이 가끔 내게 ‘대단하다’고 할 때가 있지만, 배울 게 훨씬 많다. 볼카운트나 주자 상황에 따른 투구 방법들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도 옆에 붙어서 많이 배우고 싶을 뿐이다.”
-LG 1군 경기를 자주 챙겨보나? LG 불펜은 올 시즌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탄탄하다. 바꿔 말하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지 않다.
“1군 경기는 빼먹지 않고 매일 챙겨본다. (정)우영이나 (신)정락 선배처럼 사이드암 투수들이 워낙 잘 던진다. 하지만 아쉽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 1군에 올라가면 팬들을 실망시킬 뿐이다. ‘똥볼’을 던져서 뭐하겠나(웃음). 올해 목표는 2군 25경기 등판이다.”
-등번호 111번, 아직 육성선수일 뿐이지만 팬들은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각오 한마디 덧붙인다면.
“2군에서 잘 만들고 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근력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팀 훈련이 끝나고도 열심히 운동하는 중이다. 아직은 아득한 꿈처럼 느껴지지만 언젠가 1군에 올라간다면, 절대 창피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 가슴의 ‘트윈스’ 로고가 어울리는 투수가 되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