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형 선발’ 두산 이영하, 구위+변화구+멘탈의 집합체

입력 2019-04-24 09: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이영하.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이영하(22)는 선발 한 자리를 보장 받고 올해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그 자체만으로 입지가 확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2018시즌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40경기에서 10승(3패2홀드)을 거뒀지만, 5.28의 평균자책점은 아쉬웠다. 승부욕이 강한 이영하 본인도 이를 납득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개막 기준 선발 등판 순서는 5번째였지만, “다른 팀의 1~2선발과 붙어도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기존의 조쉬 린드블럼~이용찬~세스 후랭코프~유희관~이영하로 이어지는 두산의 선발진은 나머지 구단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는데, 4~5선발로 분류했던 이영하가 놀라운 안정감을 뽐낸 덕분에 선발진 운용이 훨씬 수월해졌다. 이용찬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현시점에도 큰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영하의 눈부신 호투다.

이영하는 올 시즌 4경기에 선발등판해 모두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3승, 평균자책점 1.67(27이닝5자책점)을 기록했다. 최근 두 차례 선발등판에선 15이닝 동안 단 한 점만을 내줬다. 구위가 뛰어나고, 변화구의 완성도 또한 상당하다. 192㎝의 큰 키를 앞세운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최고구속 150㎞의 빠른 공과 포크볼, 슬라이더의 조합은 상대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이것만으로도 선발투수의 기본 조건은 갖췄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시즌 초반 배영수와 장원준을 1군에 등록하며 이영하를 계투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금세 계획을 철회했다. 선발로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녀서다.

본인도 “개인 승리는 안 따라와도 문제없다. 이닝과 평균자책점에 더 욕심을 내고 있다”며 “선발투수로서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가치는 빠른 공이다. 1회부터 꾸준히 구속을 유지할 수 있다. 평균 이상의 구속을 유지하는 게 강점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선발투수의 마인드다.

여기에 빠른 습득력과 남다른 멘탈(정신력)까지 장착했다. 올 시즌 초반에는 공인구의 크기가 다소 커지면서 포크볼 구사에 애를 먹었지만, 빠르게 그립을 조정해 효과를 봤다. 어떤 상황에도 주눅 들지 않는 강한 멘탈은 남다른 승부욕과 연결된다. 때로는 김 감독이 직접 나서 자제시킬 정도다. 그러나 승부욕이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오버페이스를 경계하며 삼진 욕심을 줄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발투수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우완 정통파 선발투수가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한국 야구의 미래를 봤을 때도 이영하의 퍼포먼스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잡아보겠다.” 이영하의 다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