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 감동시킨 ‘맏형’ 김태균의 특별선물

입력 2017-02-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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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국가대표 박건우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김태균이 선물한 목걸이를 강조하기 위해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고척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이거 보세요. 이니셜까지 새겨있어요.(박건우)”

24일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이 훈련중이던 고척스카이돔. 박건우(27·두산)가 배팅을 하기 전 덕아웃에서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를 자랑했다. 그가 들어 보인 목걸이에는 이름 이니셜 ‘Park.G.W’가 새겨져 있었다. 이 목걸이는 박건우만 걸고 있는 게 아니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목에 모두 걸려 있었다. 허경민(27·두산)도 자신의 이니셜이 박힌 목걸이를 내보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WBC 국가대표 박건우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김태균이 선물한 목걸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척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대표팀에 목걸이를 선물한 이는 다름 아닌 김태균(35·한화)이었다. 박건우는 “(김)태균이 형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주문해서 한국에 오자마자 나눠주셨다”며 “이니셜까지 새겨져 있어서 받고 깜짝 놀랐다. 나만 아니라 모두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태균이 선물한 목걸이는 개당 80만원이나 할 정도로 고가였다. 그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게 선물하기 위해 약 3000만원에 가까운 사비를 턴 것이다. 정작 선행의 주인공은 “그냥 선물하고 싶어서 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마음이 담긴 그의 선물에 선수들은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목걸이에 담긴 의미도 있었다. 김태균은 “함께 잘 해보자는 마음에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태균은 이번 대표팀에서 어깨가 무겁다. 이대호(35·롯데)와 함께 야수조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야한다는 책임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선배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가 ‘형’으로서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전지훈련지에서 틈만 나면 후배들을 데리고 나가 맛있는 것을 사주면서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목걸이도 같은 맥락이다. 그의 배려는 선수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목걸이를 선물하고도 “대표팀을 위해 고생하시는 다른 분들도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할 정도로 마음씀씀이가 넓었다.

WBC대표팀 김태균. 스포츠동아DB


이뿐만 아니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훈련도 매진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은 최약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투수뿐 아니라 김현수(29·볼티모어), 추신수(35·텍사스), 강정호(30·피츠버그) 등이 대거 빠지면서 야수진의 전력도 약화됐다. 이대호와 김태균이 중심타자로서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한다.

김태균은 2009년 WBC에서 타점·홈런왕을 할 정도로 맹활약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도 고참으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서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방망이를 힘차게 휘두르고 있다.

고척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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