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작년엔 강상원, 올핸 이동훈! ‘화끈한 주루 시범’

입력 2017-03-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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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동훈의 홈스틸 장면.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시범도 이런 시범이면 볼 만하다. 한화 이동훈(21)이 깜짝 홈스틸로 시범경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이동훈은 24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범경기’ KIA전에서 모두를 놀라게 만든 홈스틸을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2-2 동점에서 진행된 8회말. 2사 후 윌린 로사리오가 중전안타로 출루하자 이동훈이 대주자로 들어갔다. 이어 김태균과 김주현의 연속 2루수 쪽 내야안타로 2사 만루. KIA는 마무리투수 임창용을 올렸다. 송광민 타석에서 볼카운트 0B-2S에서 3구째는 파울. 그리고 임창용이 4구째를 던지기 위해 준비동작에 돌입했다. 임창용으로선 첫 타자였고, 2사에다 만루였기 때문에 타자만 잡으면 이닝을 종료할 수 있는 상황으로 판단했다. 자유족인 왼발을 투수판 뒤로 빼고 양 팔을 한껏 들어올리면서 전력투구를 준비하는 와인드업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이때 3루에 있던 이동훈이 기습적으로 홈으로 내달렸다. 임창용이 포수를 향해 공을 던졌지만, 와인드업 자세를 취하는 순간 순식간에 스타트를 끊은 이동훈은 공이 포수 미트를 향해 날아가는 순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플레이트를 먼저 찍었다. 이 점수로 한화는 3-2로 승리했고, 결국 이 홈스틸이 결승득점이 됐다.

이동훈은 대구 상원고를 졸업한 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2차지명 2라운드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입단하자마자 100m를 11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과 이를 바탕으로 한 폭넓은 수비 범위로 김성근 감독의 눈길을 끌었지만, 타격에서 보완해야할 점이 많아 1군에 자리 잡을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지난해 퓨처스(2군)리그 타격 성적은 43경기에 출장해 타율 0.235(98타수 23안타), 홈런 없이 2루타 4개, 8타점, 18득점, 9도루였다. 1군에서는 17경기에 출장했지만 주로 대주자와 대수비로만 나서 타격 기록은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상원고 시절이던 2015년 청룡기고교야구대회에서 타격상과 최다안타, 최다득점 등 3관왕에 오른 바 있어 경험과 힘이 축적되면 타격에서도 발전 가능성은 있다는 평가다. 이동훈은 경기 후 “전지훈련에서 다른 수비들이 빈틈을 보일 때 한 베이스를 더 훔치는 연습을 많이 했다”면서 “최태원 코치님께서 많이 가르쳐 주셨다”고 말했다.

한화 강상원.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는 지난해에도 이동훈과 입단 동기인 신인 강상원(20)이 시범경기에서 폭풍 질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3월 10일 대전 두산전에서 7회말 이성열의 대주자로 1루에 들어선 그는 주현상 타석 때 2루를 훔치더니, 주현상의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 때 3루로 내달렸다. 이때 중견수 조수행의 송구가 주자와 겹치면서 3루수 류지혁이 공을 옆으로 흘리자 강상원은 스프링처럼 일어나 홈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천안북일고 출신으로 등번호 110번을 달고 있던 그는 단숨에 화제의 인물이 됐다.

한화는 지난해 팀도루 64개로 압도적인 최하위였다. 1위인 넥센의 도루숫자(153도루)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5년에도 80도루로 꼴찌였다. 2년 연속 팀도루 최하위에 그칠 만큼 ‘느림보 군단’ 한화이기에 ‘발 야구’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동훈과 강상원의 2년 연속 시범경기 깜짝 주루플레이는 그만큼 눈에 띄었다.

테스트 성격이 짙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시범경기. 이동훈의 홈스틸은 느슨한 시범경기가 때론 볼만한 시범경기가 될 수도 있음을 알려준 멋진 시범이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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