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넥센 불펜운영의 허와 실

입력 2017-04-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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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석 감독(오른쪽)이 포수 김재현과 마운드에서 교체 투수를 기다리고 있다. 프로선수로 뛰었지만 프런트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장 감독은 구단의 시스템을 깊이 이해하며 실천 중이다. 외국인 선발투수가 단 한 명뿐인 상황지만 불펜 가동을 최소화하며 전력을 아끼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넥센의 야구는 ‘선수에 대한 낙관’에서 출발한다.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벤치가 선수의 역량을 규정해주면, 팀은 돌아간다는 관점이다. 감독의 리더십 같은 측정이 어려운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넥센 야구에서는 선수가 최적의 조건에서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트레이닝 파트의 체력 관리가 중시되고, 선수의 혹사를 극단적으로 배격한다. 넥센 프런트는 ‘혹사지수’ 같은 데이터에 민감하다. 선수의 경기력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측정한다. 프런트 출신인 넥센 장정석 감독은 감독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이 팀의 철학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야구인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존재하는 법이다. 특히 초보감독으로서 데이터와 직감 사이에서 균형 잡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넥센 김재현-김세현(오른쪽).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 넥센 불펜운영의 특이성

큰 틀에서 넥센 벤치가 변동성을 많이 줄 수 있는 지점은 불펜이다. 여기서도 벤치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패턴’은 발견된다. ‘전약후강’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가령 6회에 등판하는 불펜투수보다 7회→8회→9회 뒤로 갈수록 강력한 투수가 등장한다. 이닝 후반으로 갈수록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고, 그 이전에 대량득점이 쏟아지면 불펜 필승조를 아낄 수 있다. 또 주 6연전의 시작인 화요일 경기보다 주 후반부에 불펜 투입 비중을 올린다. 상대팀들이 힘이 떨어질 때, 오히려 넥센은 승부를 거는 전략이다. 무리를 피하는 넥센의 시즌플랜은 4월 스타트보다 여름 이후에 방점이 찍힌다. 실제 25일까지 넥센은 21경기를 치렀는데 1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가 1명도 없다. 10이닝 이상 던진 투수도 전무하다. 승패를 떠나 넥센은 적어도 ‘페이스’는 지키고 있는 셈이다.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롯데자이언츠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7회초 무사 만루 상황에 등판해 무실점으로 막은 넥센 이보근이 환호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외국인 제2선발의 무게감

그러나 뜻이 숭고할수록 현실은 엄혹한 법이다. 넥센도 어쩔 수 없이 갈수록 마무리 김세현과 셋업맨 이보근의 비중이 올라가고 있다. 등판간격 관리는 유지되어도 급박한 타이밍에서의 투입이 잦아지고 있다. 타선이 터져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불펜투수들이 깔끔하게 끊지 못하기 때문이다. 23일 롯데전은 김상수, 25일 두산전은 황덕균, 양훈 등이 아웃카운트를 늘리지 못하며 불펜 필승조의 호출 템포가 빨라졌다. 넥센이 원치 않은 그림이었다. 결국 불펜진에 ‘지원군’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넥센은 신재영~조상우~한현희~최원태 등 토종선발들이 잘해주고 있다. 이 중 1명만 불펜에 들어가면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다. 그러나 넥센은 2군에 떨어진 오설리반에 이어 밴헤켄마저 어깨통증으로 26일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제 오설리반에 관해 단기간에 회복시키든, 포기하고 대안을 찾든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 이기고 있다는 결과에 만족하면 넥센이 아니다. 넥센은 ‘그들다운 야구’를 하는데 목적을 두는 팀이기 때문이다.

넥센 오설리반. 스포츠동아DB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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