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가 가리키는 롯데 박세웅의 에이스 증명

입력 2017-06-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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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롯데 박세웅이 잘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의 투구분석시스템(PTS)과 롯데 김원형 투수코치의 눈을 통해 분석한 결과 변화구 구속 상승과 관리의 힘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안에서조차 “박세웅(23)이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는 경탄이 나온다. 27일까지 86.2이닝을 던져 9승2패 방어율 2.08이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적용할 때, KBO리그의 가장 가치 있는 선발로 꼽힌다. 2015년 1군 입성 이래 누구도 박세웅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으나 이토록 단기간에, 극적으로 잠재력이 터질지는 거의 예측하지 못했다. 2015~2016시즌 연간 방어율 5.76(총 9승)을 찍었던 박세웅의 구위는 도대체 얼마나 좋아진 것일까. 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의 투구분석시스템(PTS)과 롯데 김원형 투수코치의 눈을 통해 분석해봤다.

롯데 박세웅. 스포츠동아DB



● 슬라이더와 커브의 구속 상승

PTS를 통해 본 박세웅의 2016년 직구 평균구속은 142㎞였다. 이것이 2017시즌 143.5㎞로 소폭 상승했다. 그리 유의미한 변화는 아니다. 포크볼도 시속 127.5㎞에서 128㎞로 변화가 미미했다. 그러나 커브는 113.6㎞에서 117.3㎞로 4㎞ 가까이 구속이 올라갔다. 슬라이더도 비슷한 폭의 증가(129.3㎞→133.2㎞)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롯데 김 코치는 “특별히 커브와 슬라이더의 구속을 올리려는 시도를 하진 않았다. 다만 커브와 슬라이더 비율은 올리도록 했다”고 말했다. 구사율이 올라가며 박세웅 스스로 커브 구속에 변화를 줬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제로 김 코치는 “박세웅이 시속 120㎞대 커브를 던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슬라이더 구속 증가는 휘어지는 각을 줄이는 대신, 속도를 택한 전략으로 보인다. 재능 있는 투수는 소위 ‘손장난’에 능하다. 같은 구종이라도 미세한 변형을 가하는 것이다. 박세웅의 ‘고속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 비율까지 높다는 점에서 위력적이다. 무엇보다 커브와 슬라이더의 속도와 구사율이 올라가며 결정구 포크볼의 위력이 배가됐다. 4가지 구종을 던지는 투수를 공략하기란 쉽지 않다.

롯데 박세웅. 스포츠동아DB



● 박세웅의 에이스 테스트는 이제부터

박세웅의 구위가 이렇게 유지되는 데에는 롯데 조원우 감독과 김 코치의 ‘관리’가 결정적이었다. 박세웅은 4월부터 6월까지 1달에 5번씩만 던지고 있다. 가급적 주 1회 등판을 보장해줬다는 얘기다. 박세웅의 체력을 최대한 충전시켜준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세웅의 6월20일 kt전과 25일 두산전 등판은 중대한 실험이었다. 주 2회, 4일 휴식 후 등판 시도를 했는데 13.2이닝(2자책점)을 던져 모두 승리를 거뒀다, 롯데의 엄혹한 선발 사정을 고려하면, 박세웅의 회복기가 짧아져야 활로가 열린다. 김 코치도 “이제는 (박)세웅이가 스스로 감당해야 될 때”라고 말했다. 체력적으로, 멘탈적으로 박세웅이 견고함을 증명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원래 롯데 에이스들은 숙명처럼 고독함을 견뎌왔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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