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원스텝’ 여주 산다라박, ‘로봇 연기’가 너무해

입력 2017-03-24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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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스텝’ 속 작곡가 지일(한재석)은 시현(산다라박)의 색청 증상을 확인한 후 굳어진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생각보다 심각한데-.” 다른 의미에서 ‘이심전심’의 대사였다. ‘원스텝’의 여주인공 시현은 생각보다 정말 심각했다. 색청 말고 연기력이….

‘원스텝’은 교통사고 후 기억상실에 과거를 모두 잃어버린 여자 ‘시현’(산다라박)과 자신의 전부였던 작곡을 할 수 없게 된 작곡가 ‘지일’(한재석)이 만나 자신들의 잃어버린 어떤 것을 찾기 위한 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음악 영화다. [교통사고 후]라는 줄거리 도입부터 진부하다. 한국판 ‘원스’ ‘비긴 어게인’으로 포장했지만 ‘원스텝’은 음악 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답습하는데 그친다. 각자의 상처를 안은 두 뮤지션의 만남부터 이들이 음악으로 연을 맺은 후 함께 곡을 만들어가는 모습과 그 속의 갈등, 음악으로 화해하고 치유하는 과정까지. ‘안 봐도 비디오’일 정도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스토리다.

이전의 음악 영화와의 차이점은 단 하나, ‘색청’이다. ‘색청’은 음(音)에 의해서 본래의 청각 외에 특정한 색채 감각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원스텝’을 연출한 전재홍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에 ‘원스텝’을 제안 받고 나서 한 달 정도 고민했다”면서 “신선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색청을 표현한 영화가 없어서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낯설고 생소한 소재 ‘색청’은 ‘원스텝’의 유일한 차별점이다. 이 색청은 극 전체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여주인공’ 시현이 앓고 있다. 그만큼 여주인공에게 주어진 몫이 무겁고 또 무겁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산다라박의 연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21일 진행된 ‘원스텝’ 언론배급 시사회 당시 좌석 곳곳에서 탄식과 웃음이 나왔을 정도. 산다라박은 기본적인 발성과 시선 처리의 문제를 뛰어넘어 감정을 터뜨려야할 결정적인 신에서도 ‘로봇’ 같이 딱딱한 연기로 아쉬움을 남겼다. 첫 스크린 주연이라는 것과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평가는 다르지 않다. 같은 소속사 식구 장수원이 출연해 오래 회자된 ‘사랑과 전쟁’ 속 로봇 연기를 잇는 연기력이었다.

놀라운 점은 ‘원스텝’이 첫 주연 영화이긴 하지만 산다라박의 연기 데뷔작은 아니라는 것이다. 산다라박은 ‘원스텝’에 앞서 [닥터 이안](2015), [우리 헤어졌어요](2015), [미싱코리아](2015) 등의 웹드라마와 MBC 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2016) 등에서 주조연으로 출연한 경험이 있다. ‘처음’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산다라박은 시사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첫 영화여서 걱정도 많았고 떨리기도 했다. 하지만 원래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부담감보다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설렘이 더 컸다”면서 “음악 영화라는 점 하나 만으로 큰 고민 없이 선택했다. 그동안 음악을 해왔다 보니까 음악 영화가 편하게 다가오더라. 색청에 대해서는 어려웠지만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함께 고민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원스텝’에는 제작비 10억원이 투입됐다. 100억대 블록버스터와 비교하면 저예산이지만 10억원은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한달이라는 짧은 촬영 기간 수십명의 제작진이 함께 힘을 모아 만든 작품이다.


산다라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원스텝’ 전재홍 감독의 생각이 궁금했다. 전 감독은 산라다박에 대해 “준비 자세가 굉장히 좋더라. 신인 배우 가운데 최고”라면서 “대사를 완벽하게 외웠더라. NG도 거의 없었다. 신인이라 현장에 적응하기 어려웠을 텐데 준비성이 철저했다. 가수 활동보다는 앞으로 배우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기력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요구하자 전 감독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작 ‘풍산개’에서 호흡을 맞춘 윤계상을 언급했다. 전 감독은 “윤계상과도 작업해봤는데 그때의 느낌이 들더라. 윤계상도 연기에 대한 갈증이 큰 배우였다. 산다라박의 연기에 대한 갈증이 윤계상보다 더 큰 것 같다”며 “산다라박과 함께 일하면서 즐거웠다. 산다라박이 음악 영화 말고도 강하고 진지한 역할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완벽한 배우라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본다”고 칭찬했다.

산다라박은 “연기는 많이 활동해보지 못한 분야라서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열심히 할테니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연기도 도전하는 동시에 가수의 모습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기에 뜨거운 열정을 드러낸 그의 차기작은 영화 ‘치즈인더트랩’이다. ‘치즈인더트랩’은 순끼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산다라박은 주인공 홍설(오연서)의 절친 장보라 역에 캐스팅됐다.

‘치즈인더트랩’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공들인 캐스팅이다. 산다라박이 장보라의 똑 부러지는 이미지와 속 시원하게 쏟아내는 직설적인 말투까지 준비해와서 놀랐다. 적임자라 판단해 캐스팅했다. ‘치즈인더트랩’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스텝’보다는 한 발짝 성장했을 산다라박의 연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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