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성추행 혐의’ 조덕제 “떳떳하다. 끝까지 진실 밝히겠다”

입력 2017-10-17 2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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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덕제가 17일 오후 자신의 법무대리인인 변호사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과 심경을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영화 속 상대 여배우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배우 조덕제가 입을 열었다.

조덕제는 17일 오후 자신의 법무대리인인 변호사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과 심경을 밝혔다.

조덕제는 2015년 모 영화 촬영 도중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가했다”는 혐의로 상대 여배우로부터 피소돼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관련 1심 공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달 13일 2심 공판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여배우의 바지 버클이 풀려 있었고, 사과를 요구한 여배우에게 조덕제가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조덕제는 “억울하다.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다음은 이날 조덕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현재 심경은 어떤가.

“이번 사건이 2015년 이후 많은 언론에 오르내렸고 인터뷰 요청도 있었지만,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어왔다. 저의 그동안 억울함과 1심 판결을 완전히 무시한 채 제가 순간적이고 우발적으로 흥분해서 여배우의 바지와 팬티 안으로 세 차례에 걸쳐 손을 넣었다는 이유로 이번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2심 판결에 따라 더 이상 제 신분과 이름을 숨기지 않고 떳떳하게 나서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옳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명을 밝히면서까지 이 같은 내용을 말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1심처럼 2심에서도 재판부가 해당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았다고 하는데 제가 어느 부분에서 순간적이고 우발적으로 바지와 팬티 안으로 손을 넣었다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해야 할 당시 연기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성을 잃고 바람난 아내를 폭행하고 성폭행까지 하는 것이었다. 현실과 영화의 상황을 재판부가 혼동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 않다면 해당 사건의 영상 어디에 그런 부분이 있다는 것인가. 재판부 판단에 참담함과 억울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연기 생활을 20년 넘게 해왔고 출연작도 수십편 되는데 2심 판결처럼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면 제가 지금까지지 아무런 문제없이 연기 생활을 해왔겠는가.

지금 현재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믿겨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제 자신과 가족에게, 그 누구에게도 떳떳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왔다.”


-2심 판결에서 왜 유죄를 받았다고 생각하나. 2심에서 새롭게 제시된 증거 등이 있나.

“2심에서 4명의 증인이 추가로 나왔다. 하지만 해당 여배우와 피고 외에 사건과 관련이 없는 배우와 감독이었다. 1심과 다른 것은 그것 밖에 없다. 영상에도 (설정상)폭행을 당하고 반항하는 장면인데 그런 움직임이 없다. 감독의 잘못된 디렉팅에 의해 많은 여배우들이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그 행동을 했느냐, 안했느냐는 것이다.”


-여배우의 성추행 주장과 사과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촬영 이전에 감독과 상대 여배우가 어떤 협의를 했는지 알지 못했다. 촬영 당일 시나리오와 콘티에는 여배우의 등산복 상의를 갈기갈기 찢는 걸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촬영 당시 일부 수정됐다는 것만 현장에서 통보 받았다. 촬영 전에도 감독은 모두 동의한 듯 말했다. 특히 여배우는 상의를 찢는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을 하지만, 감독은 여배우에게 잘 찢어지는 흰색 티셔츠로 바꾸라 해서 여배우가 바꿔 입고 왔다. 소매가 없는 티셔츠여서 다시 바꿔 입고 오기도 했다.

하체 성추행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상체 위주로 촬영해 여배우의 하체에 손을 넣었는지 영상으로는 판단하지 못한다고 재판부는 말했다. 여배우의 연기와 표정에서 그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배우의 주장대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그의 하체에 손을 세 번이나 넣었다면 과연 아무런 표정이나 어색한 행동도 없이 해당 장면이 오케이컷이 되어 스태프에게 만족할 만한 장면이 나왔겠나.

주장대로 그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면 소리를 지르거나 어떤 행동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아무런 문제없이 촬영 스태프도, 감독도, 모니터 하던 스태프도 연기 이외 다른 느낌은 없다고 진술했다.

촬영장소는 협소한 아파트 현관이었다. 여배우와 제가 카메라 앞 1~2미터 거리에서 촬영했고, 스태프 2명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행을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연기를 20년 넘게 해왔는데 수시로 그렇게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인가. 어떻게 이런 논리로 판결을 할 수 있나. 증거나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다.”

배우 조덕제가 17일 오후 자신의 법무대리인인 변호사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과 심경을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감독의 지시는 없었나.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컷을 외치지 않았다. 아파트 현관에 거울이 있어 촬영감독과 포커싱 기사 등 스태프 3명뿐이었다. 감독은 방 안에서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화면상으로 이상한 점이 느껴졌다면 컷을 했을 것이다. 촬영감독 등 스태프 세 명은 이상한 것이 없었다고 했다. 현장에서 유죄로 인정할 만한 건 없다. 오로지 여배우의 진술만 있을 뿐이다.

당시 감독이 배우들과 촬영 스태프가 있는 곳에서 해당 장면에 대해 설명했다. 상습적으로 학대와 폭력을 당하는 가련한 여인의 모습을 표현하는 장면이었다. 등에 멍자욱 분장도 했다.

메이킹필름상 나와 여배우가 있을 때와, 나 혼자 있을 때 장면이 다르다. 촬영 스태프에 따르면 감독은 ‘여배우가 노출을 꺼려 하니까 내가 찍겠다. (조덕제에게)과감히 연기하라’고 했다.

당시 첫 촬영이어서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 긴장감 속에서 촬영했다. 주방에서 아파트 현관으로 촬영장소가 바뀌고 의상 등이 바뀌는 사실을 당일 현장에 도착해 들었다. 대사도 무시하고 과격하게 연기하라는 지시도 현장에서 들었다. 공개된 자리에서, 여배우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독의 입장은 무엇인가.

“1심에서 감독은 증인으로 나왔지만 2심에는 두 번의 출석 요청에 모두 응하지 않았다.”


-촬영 직후 여배우가 항의했다고 하는데.

“감독의 오케이컷으로 촬영을 마감했다. 스태프가 이동할 때 잠깐 쉬고 있었는데 감독이 방으로 오라 해 갔더니 여배우가 촬영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무슨 일인지 얘기해보라면서.

여배우가 ‘브래지어가 개인의 것인데 이걸 찢으면 어쩌냐’고 말했다. 상의를 찢으면 속옷이 화면에 나오는데 난 의상팀이 준비한 걸로 알고 있었다. 속옷의 경우 배우의 캐릭터나 이미지에 맞지 않는 것이면 안 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게 원칙이다. 개인의 것인지 몰랐다.

이에 사과했다. 그러자 다짜고짜 ‘연기를 그렇게 거칠게 하면 어쩌냐. 연기를 혼자 하느냐’ 따져 물었다. 감독이 오케이컷 했고, 또 감독이 있는 자리에서 내가 조단역이지만 연기 선배로서 연기 지적을 하자 불쾌해져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이 장면에 맞게 한 것인데 뭐가 문제냐, 여주인공 캐릭터에도 도움이 되는 장면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는 등 주장은 없었다. 이튿날 감독과 점심식사하면서 여배우를 잘 설득해서 촬영도 잘 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현장 총괄PD로부터 연락이 와 ‘여배우가 연락이 안 되는데 그날 일 때문에 그런 것 같으니 마음을 풀어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자신이 설득해 데려 오겠다’고 했다. 이에 ‘내가 뭘 사과할 게 있느냐’며 거절했다.

하지만 ‘여주인공이 없으면 안 되니 그 다음날 또 문자메시지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저예산영화인 점 등을 고려해 요청을 계속 무시하기 어려워 ‘어떤 부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촬영과정에서 마음 상했다면 미안하고 마음 풀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또 이 과정에서 하차도 고려하겠다는 과장된 표현이 여배우에게는 성추행을 인정했다는 증거가 되고 말았다. 당시 PD가 관련 진술을 하기도 했다.

이후 이틀 후 느닷없이 총괄PD로부터 내가 영화에서 하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를 몰라 현장을 찾아가 감독 및 총괄PD 등과 얘기를 나눴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여배우의 가슴을 만지고 팬티 안으로 손을 넣었다는 추행 주장을 들었다. 나와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감독 등에게 ‘촬영과정을 다 보지 않았느냐. 촬영 도중 어떻게 왜 그런 일을 하겠느냐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감독과 PD도 ‘오해한 것 같다’며 미안해했다

제작자도 여배우와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장면에 대해 서로 해석이 달라 오해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배우는 ‘하체에 손을 넣지 않았느냐, 가슴을 만지지 않았느냐’고 계속 추궁했다.

난 마음을 달래고 오해를 풀려는 자리이고 사실관계를 따져 묻는 상황에, 없는 사실까지 말할 수 없어 그 부분은 내가 분명히 부인했다. 그러나 여배우는 인정할 것을 추궁했다.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잠시 무릎을 꿇기까지 했다. 그랬더니 마음이 좀 풀어진 듯했다.


-여배우는 왜 이렇게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진실은 여배우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여러 상황과 정황상 예상할 수 있는 건 있다. 여배우는 인터뷰에서도 밝힌 것처럼 극도로 노출 장면을 꺼렸다. 하지만 해당 영화는 흥행을 노리는 작품이어서 어느 정도 노출 장면을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배우는 노출 장면이 있다면 연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였다. 여배우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내게 좀 더 과격한 연기 주문을 하면서 촬영을 진행한 게 아닌가 싶다.

여배우는 당시 진술에서처럼 촬영 영상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제출한 녹취록과 진술 등에 따르면 상체가 다 노출됐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등만이 노출됐다.

어떻게든 해당 장면이 영화에 쓰이지 않기를 바란 것으로 보이고 평생 유통되는 것도 원치 않는 것 같다. 노출 수위를 다시 수정할 필요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예산영화라는 점에서 재촬영 일정 등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1심에서도 인정해 여배우의 주장을 과장으로 판단했다. 여배우의 주장은 시나리오나 콘티, 감독의 디렉션 등에 비춰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옷과 브래지어를 찢어야 등에 난 멍자욱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주연 배우의 일방적 주장 등 갑질에 의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나.

“갑질이라기보다 여배우는 사건 당시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 제작진은 여배우가 없으면 영화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내게도 별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고 여배우만 달래려는 노력을 했다. 여배우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해관계 때문에 내게 화살이 돌아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

여배우가 한 인터뷰에서 ‘10년 넘는 배우라며 애드리브와 성추행을 구분 못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촬영 도중 하체에 손을 넣었다는 주장을 기정사실화해놓고 이를 문제 삼는 여론이 있는 것 같다.

1심에서는 그런 사실이 없어 무죄가 났다.”


-상고에 임하는 취지와 심경은 어떤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내 생각이 맞았다고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2심에서도 1심을 뒤집을 만한 어떤 내용이 없다. 내가 추행을 했다고 사실화하고 판결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건전한 생각으로 한 걸음 한걸음씩 배우로서 살아왔는데, 지금껏 허튼 짓하지 않고 연기만 하며 살아왔듯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배우로서 연기와 촬영이 무엇인지 안다. 상대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봤다. 왜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할까. 정말 나도 모르는 일이 있나. 정말 답답했다.

촬영에는 기본적인 룰이 있다. 액션장면에서도 아프면 더 이상 피해를 막기 위해 중지해야 한다. 촬영 중에도, 영상을 보아도 여배우가 연기를 했다고 보인다. 그래서 나도 연기를 한 것이다. 뭔가 이상했다면 내가 먼저 중지했을 것이다.“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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