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 설경구 “당시 무명배우…이창동 감독의 큰 모험”

입력 2018-04-24 22: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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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설경구 “당시 무명배우…이창동 감독의 큰 모험”

배우 설경구가 영화 ‘박하사탕’에 캐스팅되던 당시를 회상했다.

설경구는 24일 밤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박하사탕’ 관객과의 대화에서 “쉽게 결정 못했다. 내가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여러 사람의 인생을 망칠 것 같았다. 주저한 작품이었다”고 고백했다.

‘박하사탕’은 설경구와 문소리의 첫 장편 주연작. 설경구는 “당시 문소리도 나도 이름도 없는 무명배우였다. 감독님이 큰 모험을 하신 것이다. 운 좋게 천운으로 캐스팅 됐다”면서 “연기하면서 너무 괴로웠다. 챕터마다 다른 인물 같아서 고통 속에 너무 어려운 숙제를 하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촬영 전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촬영 할 때는 감독님 뒤로 다녔다. 인사하기도, 눈 마주치기도 싫을 정도로 불편했다”면서 “챕터 5 정도 때 감독님께 사과했다. ‘한다고 하는데 이 정도 밖에 안 되어서 죄송하다. 감독님은 더 큰 것을 원할 텐데 나는 이것 밖에 안 된다. 이게 최선이다’라고 말씀드렸다. 그 정도로 나에게는 힘들었던 영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내 대표작을 질문받을 때 항상 ‘박하사탕’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박하사탕’이고 앞으로도 ‘박하사탕’일 것이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창동 감독은 “왜 사과한 것만 말하고 내 말은 안 하느냐”면서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설경구에게 ‘너만 의지하고 너만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라고 했다. 단순히 용기를 주기 위한 게 아니라 실제로 내 마음이 그랬다”고 밝혔다.

이창동 감독은 “설경구를 보면서 영호가 걸어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경험이 많지 않아서 힘들어했지만 한 장면 한 장면에 영호의 모습을 보여줘서 놀라웠다. 다만 ‘참 잘 한다’는 말은 안 했다. 개인적인 연출론인데 배우는 ‘잘 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 말에 자기를 맞추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경구라는 미지의 잠재력을 받아들이고 싶었다”며 “설경구를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고 화답했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은 마흔 살 김영호의 20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영화로 설경구와 문소리의 첫 장편 주연작이다. 2000년 개봉해 오랜 시간 큰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4월 26일 재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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