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원 “할수록 어려운 연기…요즘은 ‘집밥 예능’으로 충전 중”

입력 2018-08-2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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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그룹 쥬얼리 멤버에서 연기자로 성장하고 있는 예원은 “똑같이 카메라에 서는 것이지만 연기할 때의 매력이 신선하다. 쉬면 저를 잃을 것 같아 가능하면 이 느낌을 오래 가져가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 최근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마친 예원

부족한 연기…낙담보단 반면교사 삼으며 성장
눈앞으로 다가온 서른 살, 성숙한 연기 기대돼
채널A ‘식구일지’서 매일 집밥…살찔까 걱정


누구에게나 잊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과거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자신의 인생이 새로 태어나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을 들게 한다. 연기자 예원(29)은 카메오로 출연한 tvN ‘응답하라 1997’(2012)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예원이 아닌 작품 속 캐릭터로 자신을 기억해주는 반응이 신기했던 그때는, 예원의 가슴에서 연기에 대한 도전의식이 막 피어오를 때였다.

예원은 ‘응답하라 1997’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정은지의 언니 역할을 맡았다. 회상 장면에서 짧게 등장했지만 그를 눈여겨본 시청자가 많았다. 예상치 못한 칭찬에 예원은 ‘연기에 도전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솟아났다. 그 이후 5년째 연기를 하고 있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고개를 젓는다.

“그때는 연기에 대해 잘 몰랐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용감한 거였다. 지금은 이전보다 시야가 넓어지고, 보고 배우는 것들이 많아 어렵기만 하다. 제 연기를 보면서 단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다. 불안해서 손톱 깨물면서 본다. 하하!”

예원은 최근 종영한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도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했다. 당연히 더 잘할걸이라는 후회가 밀려오지만 낙담하기보다 시행착오를 통한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아예 만족하는 날이 오지 않길 바랄 정도다. 만족하면 성장에 대한 의지가 둔해질 것 같아서다.

그는 “일이 정기적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니깐 쉬지 못하더라도 일을 하고 싶다. 집에 있으면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저를 잃어버릴 것 같다. 언젠가는 쉬고 싶지 않아도 쉬어야 할 때가 있을 테니”라며 웃었다.

연기자 예원.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이렇게 예원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는 건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2011년 그룹 쥬얼리의 멤버로 합류했다. 그룹의 유명세 덕분에 예원은 시작부터 화려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룹의 활동이 뜸해지고 2015년 해체에 이르게 되면서 스스로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도전한 뮤지컬 ‘넌센스2’를 통해서는 연기의 또 다른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많은 분량의 대사에 덜컥 겁부터 났지만 “기회가 왔는데 망칠 수 없어” 대사를 열심히 외웠다. “못할 것 같았는데 하니까 되더라”라는 그는 “두 달 동안 연습한 것들을 무대에서 뿜어냈을 때의 희열, 똑같은 공연을 하지만 매번 다른 관객의 반응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연기를 시작하고부터는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데뷔 때의 철부지가 조금씩 철이 들면서 마음가짐이 변화한 것도 그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그는 “그때도, 지금도 힘들다. 힘듦은 계속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끝이 없는 고민들을 붙들고 있으면 뭐하겠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니 저도 밝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고민이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으면 자전거를 탄다. 서울 금호동에서 여의도까지 왕복 1시간30분 정도 한강변을 달리면 잡념이 사라진다고 했다. 게다가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으니 “잘 찌는 체질이어서 365일 관리하는” 그에게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고 있어 “살이 찔 것 같다”고 걱정한다. 9월 방송하는 채널A ‘식구일지’를 통해 30일 동안 오후 7시에 가족들과 한데 모여 저녁식사를 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스무 살 때부터 자취를 해온 예원은 ‘가족과의 집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어 좋은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고 했다.

“살찔 걱정은 되지만, 가족의 품을 느낄 수 있어 좋다. 프로그램 때문에 중국에서 근무하는 남동생도 왔다. 엄마는 자주 만나면서 쇼핑도 하는데, 아빠와는 나이 들면서 멀어진 것 같다. ‘식구일지’를 계기로 가족들과 더 가까워질 것 같다.”

연기자 예원.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커지는 걸 보니 나이가 들었다보다”며 웃는 예원은 20대에 상상했던 모든 것이 ‘완벽한 어른’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지만, 다가올 서른 살을 기대하고 있다.

“주변에서 나이 들어야만 할 수 있는 역할과 느낌이 있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가는 것이 기대된다. 연애는 하고 싶은데, 예전과 달리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조심스러워진다. 그냥 일만 해야 할 것 같다. 하하!”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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