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안시성’ 조인성 “양만춘, 전형적 캐릭터에서 벗어나려했다”

입력 2018-09-21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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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안시성’ 조인성 “양만춘, 전형적 캐릭터에서 벗어나려했다”

배우 조인성이 영화 ‘안시성’을 통해 고구려 보장왕 당시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으로 분했다. 역사에서 실존했던 인물이자, 명장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었을 터. ‘안시성’을 통해 양만춘을 연기하면서 조인성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저도 (양만춘과) 매칭이 안 됐어요. 양만춘이라는 인물에서 성주와 장군이라는 걸 빼고, 리더상을 보면 어떨가 싶었죠. 그러니까 답이 나왔어요.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구축하기 시작했죠. 그냥 싸움을 잘 하는 형 같은 인물이면 어떨까 부터 시작했어요. 그러면 사극에서 주는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저 위인이라고 생각하면 못 할 것 같았어요.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싶었죠. 유오성, 배성우가 맡은 인물들이 가진 카리스마가 있었는데, 이들과 다른 카리스마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싶었고요. 너무 카리스마로 붙으면 답답할 것 같아서, 범상치 않은 인물로 표현을 해보고 싶었어요. 괴로움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면 했죠. 또 연개소문에게 반역을 들 정도의 사람이라면 야망이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야망을 버리고 나니 심플해지더라고요. 그렇게 출발을 했어요. 그게 이 캐릭터의 시작이자 끝이었던 것 같고요.”


역사상에 기록된 양만춘은 생몰년이 미상인 인물이다. ‘안시성의 성주’로 기억된 인물. 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기에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힘들지는 않았을까.

“그 여지가 저를 움직이게 했어요. 양만춘 장군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안시성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고요. 이순신 장군에 비해서 양만춘 장군은 덜 칭송받은 영웅이지 않았나 싶었어요. 사료(史料)도 남아있지 않았고요. 그러니까 제가 좀 더 자유롭게 어떤 것들도 투영해도 된다는 허용치가 열려있었어요. 대신 기준치는 없었고요.”

이번 ‘안시성’은 185억이라는 거대한 예산이 투입된 영화. 양만춘 장군이 자신의 부대를 이끌었던 부담감처럼, 조인성이 ‘안시성’을 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을 터.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어요. 힘들다는 생각도 들고요. 근데 이제 이런 기획이나 이런 제작비로 한 인물에게 포커싱이 맞춰진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어요. 저도 이게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고요.”


“양만춘 장군도 지금 저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양만춘 장군이라고 해도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나름 부족한 점도 있지만,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거잖아요. 저도 감히 ‘명량’ 최민식 선배님과 견주는 게 말이 되나요.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 해 보는 거죠.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어요. 후회할 바에 이걸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전환시키는 게 저를 위해 좋았죠. 후회가 될 때는 대표님과 술을 마시고 투정도 하고 그랬어요(웃음).”

보통 작품에서 자신의 매력을 표현했다면, ‘안시성’에서는 그런 모습을 조금 내려놓고 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장부터 양만춘으로 분하기 위해 그가 욕심을 버리고 완전 그 인물로 변신한 것.

“그건 분장팀에게 맡겼어요. 사실 야전에서는 기미, 주근깨가 필수였거든요. 그런 모습들이 좀 더 절박하고 치열하게 보이는 것에 일조한 거죠. 또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현장 자체가 전쟁터라서 그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추운데 안 추운 척 하는 것도 하나의 고생이었죠. 그런 부분들도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었고요.”

그런 고생들을 연기로 표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시성’의 촬영장은 혹독했다. 추운 겨울 촬영에 임해야 했던 배우들은 춥디추웠던 이번 겨울을 아직도 기억할 정도였다.

“촬영이 힘든 것도 있었지만, 자연과의 싸움이 힘들었어요. 요즘 여름이 너무 덥고 겨울이 너무 춥잖아요. 아주 미치겠더라고요. 거의 살인적이었어요. 거기에 갑옷을 입고, 안에 입었던 옷도 엄청나게 두꺼웠죠. 그걸 이겨내야 한다는 것도 힘들었어요. 강원도 고성에서 촬영이 진행됐는데, 거기서는 눈을 못 뜰 정도였죠. 그래서 이게 참 힘든 거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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