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문학 태동 알린 ‘초판본의 향기’

입력 2018-12-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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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문학 거장들의 초판본을 직접 볼 수 있는 전시가 반갑기만 하다. 박목월의 청록집, 안국선의 금수회의록, 이태준의 무서록, 이광수의 춘원단편소설집(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제공|인천문화재단

■ 인천은 문화다 <중> 한눈에 보는 한국근대문학사

한국근대문학관 초판본 50종 전시
3D 소설 체험 등 ‘열린 전시’ 눈길


한국 근대문학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특한’ 전시가 인천광역시 한국근대문학관(중구 신포로15번길 76)에서 열리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의 2018년 기획전시인 ‘한눈에 보는 한국근대문학사’다.

이 전시에서는 한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유명 작가들의 초판본을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다. 2011년 등록문화재 470-1호 및 470-4호로 지정된 ‘진달래꽃’을 포함한 총 50종(시 19종·소설 23종·수필 및 비평 8종)의 도서 초판본이 전시 중이다. 이 중 ‘진달래꽃’의 초판본은 1925년 매문사에서 간행된 본으로 총 두 종이다. 두 종 모두 등록문화재로 인정받았는데, 앞표지·속표지·판권지 등에서 차이가 난다. ‘진달래꽃’ 초판본 두 종이 동시에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회동서관·1926)’ 초판본, 한국 최초의 신소설로 알려진 이인직의 ‘혈의 누(광학서포·1908)’ 원본도 공개된다. 발간 당시에 100부 한정본으로 출판된 백석의 ‘사슴(1936)’ 초판본도 볼 수 있다. ‘사슴’ 초판본은 시인 윤동주가 생전에 구하지 못해 애태우며 필사했을 정도로 희귀한 시집으로 유명하다. 조선의 발렌티노이자 일제 강점기 최고의 비평가 중 한 명이었던 임화의 ‘문학의 논리(학예사·1940)’ 초판본도 있다.

한국근대문학관 측은 “교과서, 매체 등을 통해 접하던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작들을 출간 당시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라고 전시의 취지를 밝혔다.

이번 기획전시는 기존 문학관 전시의 틀을 깼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진열장 안에 책만 배열하는 ‘닫힌 전시’가 아닌, 보고 듣고 체험하는 ‘열린 전시’를 통해 한국 근대문학과의 거리를 좁혔다. 관람객들은 입체안경을 쓰고 소설의 한 장면을 구경하는가 하면, 마치 작가들의 서재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셀카를 찍을 수도 있다. 관람료는 무료. 전시는 2019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 매주 월요일 휴관.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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