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결산-MBC①] ‘무한도전’ 없는 MBC…‘나 혼자 산다’가 왕?

입력 2018-12-18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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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그룹에서나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녔던 선두주자의 실종은 혼란을 부른다. 정점을 노리는 다른 주자들의 발전을 부르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소위 ‘춘추전국시대’가 만들어 지면서 명확한 색깔이 없는 그룹이 되는 부정적 효과도 발생핸다.

2018년 MBC 예능이 딱 이런 상황이었다. 지난 3월 31일 갑작스러우면서도 자연스레 MBC ‘무한도전’이라는 걸출한 프로그램이 종영을 선언했다. 그리고 MBC 예능은 여전히 ‘무한도전’의 뒤를 잇는 다음 제왕의 탄생을 기다린다.


이에 MBC 예능은 정책적으로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의 탄생을 장려해 왔다. 최근 정규편성된 ‘공복자들’, ‘이불 밖은 위험해’, ‘전지적 참견시점’, ‘선을 넘는 녀석들’ 등 참신한 소재의 프로그램들이 이같은 정책을 통해 탄생했다.

이로 인해 탄생한 ‘전지적 참견 시점’은 다소 늦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MBC 예능의 떠오르는 유망주가 됐다. 한때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세월호 사고 보도 장면을 사용한 과오를 다소 요란스럽게 처리했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이 지금의 안정적인 전성기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참신을 넘어 시대를 앞서간(?)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역시 MBC ‘일밤’ 2부로 편성하는 과감함도 보여줬다.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타사의 프로그램들이 각각 KBS2 ‘1박 2일’, SBS ‘집사부일체’임을 감안하면 이런 편성 시도 자체 만으로MBC의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MBC 예능을 지켜온 프로그램들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참신한 게스트 섭외와 가감 없는 토크로 오랜 사랑을 받은 ‘라디오스타’는 최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조금씩 따라잡히다가 결국 추월을 당하고 말았다.


‘복면가왕’ 역시 2017년 당시 10%대에 머물렀던 시청률이 8%대 초반으로 하락했으며 복면가수들에 대한 화제성 역시 둔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복면가왕’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음악 감상을 방해하는 자막, 미스터리 음악쇼를 표방하는 가운데 추리적 요소가 줄어든 점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처럼 MBC 예능은 파일럿 프로그램들의 탄생을 통해 다시 예능 왕국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가지만 시청자들이 꼭 봐야 할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시청률과 화제성을 둘 다 지켜가고 있는 것은 ‘나 혼자 산다’를 꼽을 수 있다.


‘나 혼자 산다’는 지난해 대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태다. 전현무, 한혜진, 박나래, 기안 84, 이시언 등 무지개 고정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호흡이 더 없이 좋을 정도로 절정에 올랐다. 여기에 성훈, 화사 등 새로운 인물들을 끊임없이 투입해 화제성도 유지했다. 화사가 만든 곱창대란이 ‘나 혼자 산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처럼 몸집이 커지면서 정작 1인 가구의 증가, 스타들의 1인 라이프를 보여주겠다는 기존 취지와 떨어지게 된지 오래다. 기존 무지개 회원들이 서로 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일도 많아졌고 단체로 여행을 가는 경우도 증가했다. 1인 가구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건 ‘무지개 라이프’ 정도다.

물론 이런 변화로 인해 ‘나 혼자 산다’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 점차 캐릭터쇼로 진화했다. ‘무한도전’이 비워놓은 캐릭터 쇼 자리를 ‘나 혼자 산다’가 대체 중인 것이다. 덕분에 ‘나 혼자 산다’는 올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조사에서 늘 상위권에 올랐다.

그렇다면 ‘나 혼자 산다’는 완벽한 ‘무한도전’의 대체재일까. 이제 ‘무한도전’ 시대는 막을 내리고 ‘나 혼자 산다’의 시대가 온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까지 이를 속단하긴 이르다. 지금까지 등장한 파일럿 프로그램들을 볼 때 앞으로 끊임없이 새 예능을 내놓을 MBC다. 호랑이 ‘무한도전’이 사라진 숲에서 왕이 된 여우 ‘나 혼자 산다’를 노리는 도전자들은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즉, 시청자들은 이런 발전적인 팀킬을 통해 탄생할 새 예능을 즐기면 그 뿐이다. 2019년 더 재밌고 참신해질 MBC 예능을 기대하며 팝콘이나 미리 준비해 놓자.

사진│MBC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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