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스케치북’ 10주년 ①] 유희열 “10번째 생일…66만 방청객들이 주인공이죠” (인터뷰)

입력 2019-04-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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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주년 맞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진행자 유희열 인터뷰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심야 음악토크쇼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늦은 밤 잠을 잊은 시청자와 10년 동안 감성을 공유하며 오랜 사랑을 받아 왔다. 2009년 4월24일 방송을 시작한 뒤 26일 10주년을 맞는다. 10년간 총 950여 명(팀)의 가수가 무대에 올랐고, 66만여 명의 방청객이 이들과 뜨겁게 호흡했다. 주역 유희열을 만났다.


10년간 뮤지션 950팀·방청객 66만명 동원
방청권 위해 매주 줄서는 관객들 대단하죠
녹화 전 분위기 띄우는 MC 딩동 숨은 주역


가수 유희열은 23일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10주년 특집 방송 녹화를 마친 뒤 늘 그래왔듯 서울 여의도 방송국 앞의 한 호프집에서 제작진과 함께 맥주 한잔을 들이켰다. 10주년이라고 해서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프로그램의 10번째 생일의 주인공은 진행자인 자신이 아니라 “제작진, 뮤지션, 관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10여 명의 제작진, 10년간 참여한 950여 명(팀)의 뮤지션, 66만여 명의 관객이 존재하기에 10주년을 맞았다고 믿는다.

23일 KBS 사옥에서 만난 유희열은 “10년 동안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10년간 매주 자신 앞에 펼쳐진 하얀 ‘스케치북’ 위에 뮤지션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고, 관객과의 거리를 조율해 이들의 호흡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첫 회 녹화가 끝나고 대기실에 앉아있던 기억이 난다. 진행을 맡게 돼 영광이라고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됐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제작진 덕에 단 한번도 일하는 느낌을 받지 않고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음악활동의 또 다른 창구로써, 음악을 열심히 못해 자책하는 부분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위안하고 있다.”

유희열은 프로그램 제목에 자신의 이름이 붙은 게 10년이 흘러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모양이다. “‘전국노래자랑’에도 송해 선생님 이름이 안 붙지 않나. 저는 제작진이 준비해놓은 상태에서 잠깐 나가서 할 뿐이다. 제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하하! 죄송스럽고 부끄럽다.”

끝내 10년 동안 수고한 자신에게는 칭찬을 건네지 않았다. “생활의 중심이 됐다”는 소회가 전부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높았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로 시작해 20년 이상 KBS를 넘어 지상파 음악토크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높은 시청률과 수익을 내지 못해 위기가 많았지만 제작진이 버텨냈다”며 “20년간 이어온 연결고리를 여기서 끝내면 안 된다고 걱정하는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지켜줬다”고 했다. 이어 “‘스케치북’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성공과 거리가 멀지만, 그렇지 않은 가치도 공존해야 더 괜찮은 세상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유희열은 프로그램을 멋있게 꾸미는 뮤지션과 관객을 향해 입이 닳도록 고마워했다. “이들이야말로 ‘스케치북’의 10년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는 “뮤지션들은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하는데, 정작 우리가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주인공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 즉 관객과 뮤지션”이라고 말했다

‘스케치북’ 방청권은 공개 녹화 프로그램 가운데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구하기 어렵다. 관객은 선착순으로 지급되는 방청권을 받으려고 녹화 하루 전인 월요일부터 KBS 신관공개홀 주변에 줄을 선다. 유희열은 “대단하다”고 혀를 내두르며 “직접 찾아주는 관객들 덕에 10년을 버텼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유희열은 숨은 주역으로 10년 동안 녹화 전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MC 딩동을 지목했다. 그는 “MC 딩동이 없었다면 1년 만에 폐지됐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음악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유명가수가 아니면 관객 반응이 싸늘할 때가 있는데, 노래가 끝나고 환호가 터질 때 가장 짜릿하다. 젊은 진행자가 맡아야하는 생각에, 한 때 그만둬야 하나 싶었지만 그건 보류다. 하하! 제작진이 당장 다음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 전까지는 선배가수와 후배들 사이에서 총무처럼 중간역할로 관객과 호흡하겠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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