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격세지감

입력 2017-01-21 0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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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6년’. 사진제공|인벤트 디 , 청어람

격세지감이란 말을 실감케 하는 상황이다.

최근 영화계에서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얽힌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작품 제작이 활발하다. 민주화운동을 통한 당대의 움직임을 담아내는 시도는 물론 폭압적인 권력을 직접 언급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그 자체로 올해 영화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5년 전 개봉한 ‘26년’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겪은 상황은 지금과 사뭇 다르다. ‘26년’은 개봉 4년 전 촬영을 준비했지만 돌연 투자가 철회되면서 제작이 무기한 연기됐다.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제작 지연 탓에 ‘외압’ 논란도 증폭됐다.

‘26년’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당시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몬 권력자를 향해 유가족들이 복수를 감행한다는 내용이다. 바로 이런 이야기가 ‘누군가’의 심기를 건들인 탓에 투자를 약속한 주체들이 하나 둘 발을 뺐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제작에 난항을 겪은 ‘26년’은 결국 일반 관객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방식으로 4년 만에 촬영을 재개해 개봉했다. 당시 제작자 최용배 청어람 대표는 ‘외압’ 논란과 관련해 “실체가 보이지 않았지만 느껴지긴 했다”고 말하면서 험난했던 과정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 영화계의 분위기는 거리낌이 없다. 1980년대에 시선을 둔 영화의 제작이 급증하는 가운데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당대 군사정권의 폭압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장준환 감독이 연출하고 김윤석·하정우·강동원이 출연하는 ‘1987’은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1월 일어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놓고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권력과 사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해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사건으로 부패한 군사정권의 민낯을 비춘다.

개봉을 앞둔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도 있다. 1980년 5월이 배경인 영화는 서울에서 손님을 태우고 우연히 광주로 간 순박한 택시운전사의 눈에 비친 광주를 보여준다. ‘26년’ 이후 다시 나오는 5·18 소재 영화로 관심을 얻고 있다.

현재 광주 일대에서 촬영이 한창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일반 관객이 제작비를 지원하는 화제작이다. 최근 종료한 스토리 펀딩에서 목표액을 월등히 뛰어넘어 139%를 달성, 총 6973만원 모금에 성공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의문사한 가족이 겪는 국가의 폭력을 다룬 이야기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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