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하균 “난 쉬고 있을 땐 그냥 백수”

입력 2017-11-15 06:57:00

데뷔하고 20년간 쉼 없이 달려온 신하균은 “영화를 찍지 않을 때” 가장 불안하다. 배우가 직업인 그에게 일종의 직업병과 같은 거다. 하나의 작품에 출연할 때면 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불안감을 조금씩 잠재운다.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영화 ‘7호실’로 돌아온 신하균

누군가의 기억에 영화 속 내가 존재할 때 뿌듯
애드리브에 막싸움까지 만드는 재미 컸던 영화
도경수의 눈빛…미래가 더 기대되는 연기자죠


배우가 자신의 일에 진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제각각이다. 화려한 흥행 성적, 그에 따라 높게 책정되는 출연료 혹은 티켓파워나 팬덤도 보람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배우 신하균(43)은 소박하고 담백한 평소 모습처럼 덤덤한 순간들에서 뿌듯함을 찾고 있다.

“누군가 내가 출연한 영화를 기억해 줄 때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들의 기억에 내가 나온 영화나 인물이 남아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다. 누군가의 기억에 영화 속 내가 존재한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신하균이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도 비슷하다. 학창시절 숱한 영화와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배우들을 스크린에서 만났고, 그 때의 기억이 두고두고 잊히지 않아 자연스럽게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꾸준함’ 역시 신하균을 설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키워드다. 1998년 연기를 시작해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크든 작든 출연 영화를 내놓았다. 비현실과 현실을 넘나드는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가 그를 통해 관객에 전달됐다.

그런 신하균이 15일 개봉하는 영화 ‘7호실’(제작 명필름)을 통해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다.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살아가는, 너무나 현실적인 인물을 맡았다. 신하균은 “객관적인 시선을 가진 현실적인 남자가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7호실’은 망해가는 서울 DVD방이 배경이다. 어떻게든 DVD방을 처분해 빚더미에서 벗어나려는 주인 두식과 학자금 대출 갚으려고 취직한 아르바이트생 태식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각각이 가진 비밀을 DVD방 7호실에 숨긴다. 목적이 다른 두 남자의 대결이 웃기면서도 서글프다.

장편영화 연출은 처음인 신인 이용승 감독은 신하균을 캐스팅하면서 ‘40대인데도 소년의 이미지가 있다’고 했다. 이런 평가에 대다수의 관객은 동의하고 있다.

“글쎄. 남들이 그렇게 봐준다면 내 이미지 중 하나일 텐데,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배우에게 그런 이미지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

평소 영화를 찍을 때 즉흥적으로 떠올린 대사나 행동을 연기로 옮기는 애드리브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신하균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감독이 ‘알아서 해보라’는 주문을 많이 했다”며 “혼자 중얼거리는 대사는 거의 다 즉석에서 떠올린 말들이다. 이번 영화는 유독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재미가 컸고 그래서 더 풍성해진 것 같다”고 했다.

배우 신하균.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신하균의 극 중 상대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인 도경수다. 착실하게 연기자로 성장하는 도경수는 이미 영화계의 관심 어린 시선을 받고 있지만, 정작 신하균은 그의 존재를 미처 알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촬영 전에 도경수가 나온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을 찾아봤다. 나도 그렇고, 둘 다 워낙 말이 없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막 친해지진 않았지만 술 한 잔씩 하면서 이야기는 나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연기자라고 해야 할까. 잠재력이 커 보인다. 무엇보다 그의 눈이 가진 힘이 정말 좋다.”

영화에서 그는 도경수와 격한 다툼도 벌인다. 차라리 짜여진 대로 연기하는 액션이라면 보는 입장에서도 긴장이 덜할 텐데, 둘의 다툼은 밀폐된 공간에서 온몸을 내던진 ‘막싸움’이다. 인터뷰 자리에서 둘의 대결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지자, 신하균은 “혹시 도경수가 더 많이 맞았을 것 같아서 그러느냐”며 “나도 많이 맞았다”며 웃었다.

‘7호실’은 세상이 빠르게 바뀌면서 사양 업종으로 지목된 DVD방의 마지막을 담아낸다. 사실 DVD방은 하나의 소재일 뿐,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겪는 ‘비애’로도 읽히는 영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걱정 없이 바로 연기자로 들어선 덕에 신하균은 “카페 같은 자영업 창업은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다”고 했다. 부업으로 카페나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배우들도 많지만 그의 생각은 명확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고 싶지 않다. 배우는 쉬면 안 된다. 꾸준히 찾아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으니까. 사실 배우는 쉬면 그냥 백수다. 하하! 게다가 연기는 혼자 할 수 있는 작업도 아니잖나. 같이 주고받으려면 더 찾아야 한다.”

배우도 ‘직업인’이다. 때문에 신하균은 “영화를 찍지 않을 땐 불안하다”고 했다.

“작품 없이 쉬고 있으면 ‘나 이러다가 계속 노는 거 아냐?’ 이런 불안감이 찾아온다. 요즘 놀고 있다. 이럴 때가 엄청난 불안감이 찾아오는 때다(웃음). 지금도 여전히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할 때면 늘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그는 늘 새로운 인물로 변화한다. 잔혹한 악당(‘악녀’)으로, 때로는 무사(‘순수의 시대’)가 되기도 하고, 기괴한 사건의 설계자(‘빅매치’)도 된다. 현실에서 조용하고 말수도 적은 신하균은 오직 영화를 통해 변화무쌍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7호실’에서는 굉장히 다혈질 같은 인물을 연기했지만 실제 성격은 많이 다르다. 감정을 시도 때도 없이 표현하는 사람은 아니다. 영화에서 내가 연기하는 인물들은 최대한 이해하려고 한다. 그럴 땐 내 이해심이 한없이 넓어진다. 현실에서는? 모든 걸 포용할 정도로 이해심이 넓진 않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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