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제대 후 첫 촬영, 쫄지 않으려 했는데 덜덜 떨고 있더라”

입력 2017-12-18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드라마 ‘화유기’로 연예계에 복귀하는 이승기는 데뷔 후 처음으로 밤샘촬영을 경험할 만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아직 군기가 빠지지 않아서 잘 버티고 있다며 웃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드라마 ‘화유기’로 돌아온 이승기

제작진도 군대서 감 잃지 않았을까 걱정
13년 활동하면서 몸에 밴 리듬 금방 찾아
군대서 체력 키워 예능프로 병행도 거뜬


가수 겸 연기자 이승기는 10월31일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바로 연예계에 복귀했다. 이달 23일 첫 방송하는 케이블채널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출연을 일찌감치 결정하고 11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막힘없이 술술 풀리고 있는 복귀 과정에서 그의 유일한 걱정은 “민간인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현장이 어색하다”는 점이다. 또 데뷔하고 처음으로 밤샘 촬영을 경험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2년간의 군 생활을 떠올린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군인 정신”으로 촬영장을 지키고 있다.

이승기를 15일 서울 논현동 한 호텔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만났다. 그는 입대 전보다 한층 날렵한 모습이었다.

“첫 촬영 때, 쫄지 않은 척하려고 당당하게 갔는데 덜덜 떨고 있더라. 하하! 지금은 어색함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다. 체력적 소모가 크지만 나약해지기 시작하면 방송을 끝까지 이끌어갈 수 없을 것 같아 종영할 때까지 군기가 빠지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이승기가 연예계로 돌아오기까지 공백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입대 직전까지 영화 ‘궁합’을 촬영했고, 입대하던 날엔 신곡도 냈다. 제대 후 곧바로 ‘화유기’ 촬영에 합류했다. 결국 그의 연예계 공백은 딱 군 복무기간 만큼이다.

‘화유기’ 연출자 박홍균 PD와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작가는 드라마 제작을 결정하고 이승기의 전역이 임박해지자 적극적인 구애를 보냈다. 극중 손오공의 역할에 이승기가 적임자라는 생각에 그의 복무기간에도 교감을 나눴다. 하지만 이승기는 제작진의 신뢰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스스로가 믿음직스럽지 못했다고 했다.

“분명 제작진은 제가 군대 가서 감을 잃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했을 것이다. 저 스스로도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다행인 것이 13년 동안 활동하면서 몸에 밴 리듬을 금방 찾은 것 같다. 첫 촬영하던 날은 떨었지만, 이내 빠르게 몸이 풀리고 있다.”

가수 겸 연기자 이승기.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승기는 제대 후 첫 작품으로 ‘화유기’를 만난 건 오히려 행운이라고 했다. “여태껏 가장 힘든 촬영현장”이라며 웃는 그는 “컴퓨터그래픽 작업으로 인해 다른 드라마보다 2, 3번 더 촬영해야 해 체력적으로 부담되지만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군인정신이 남아 있다.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차승원 선배와 3년 전 호흡을 맞춘 바 있어 피곤함도 느낄 새 없다. 즐거움이 크다”고 했다.

15일 제작발표회에서 이승기는 “첫 회 시청률이 10%를 넘으면 재입대하겠다. 모든 출연진이 특수전 사령부 체험을 하자”는 공약을 내걸었다. 2년 만에 돌아온 연예계 분위기에 적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화유기’에서 이승기는 퇴폐적인 ‘악동 요괴’로 불리는 손오공 역을 맡아 인간세계에서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각인된 반듯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건들건들하며 거친 언행을 일삼는다. 한껏 풀어진 매력으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극중 자주 착용하는 퍼 코트에 대해서도 “인조 올 모(毛) 콘셉트”라며 유머감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캐릭터의 악동 같은 면을 표현하는 데 있어 거리낌이 없다. 저 스스로도 제 안에 이런 모습이 있나 생각할 정도이다. 홍자매 작가가 ‘인간 이승기’에 대한 성향도 충분히 파악하고 대본을 쓰신 게 아닐까. 하하!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보다 대본 그대로 변형하지 않고 표현하려고 한다.”

이승기는 ‘화유기’와 함께 내년 SBS 새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도 출연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한방’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줄 ‘괴짜 사부’를 찾아가 일상을 함께 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와 함께 진행해 빠듯한 일정이 되겠지만, 마음에 드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어서 출연을 결정했다. 군대에서 체력을 키웠기에 제작진이 조금 배려를 해주신다면 충분히 두 프로그램 소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해보니 그랬다. 하하! 할 만한 것 같다.”

tvN 새 토일드라마 ‘화유기’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우 성지루, 차승원, 오연서, 이승기(왼쪽부터).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승기는 가수 활동 병행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좋고, 이를 통해 많은 에너지를 얻고 있다. 더 몰아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하고 싶다”며 다시 시작하는 연예계 활동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강한 체력에 대한 자신감과 달리 이승기는 나이를 실감하기도 한다. 1987년생인 그는 군대에서 2년을 보내고 돌아오자 서른 살이 됐다.

“최근 굉장한 한파가 오지 않았나. 촬영을 마치고 상대역 오연서(1987년생)의 건강을 챙기고 있더라. 이제 그런 나이가 됐다. 하하!”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