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유아인-스티븐 연-전종서, 칸 ‘버닝’ 준비 완료 with 이창동 (종합)

입력 2018-04-24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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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현장] 유아인-스티븐 연-전종서, 칸 ‘버닝’ 준비 완료 with 이창동 (종합)

영화 ‘버닝’이 제71회 칸 국제 영화제 입성을 앞두고 처음으로 취재진을 만났다. 지난 2016년 제작이 지연되고 무산설까지 휩싸였다가 지난 1월 무사히 크랭크업한 ‘버닝’. 칸에 가기까지 지나온 길이 파란만장했기에 더욱 높은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버니’ 제작보고회. 이날 행사에는 ‘버닝’에 출연한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와 더불어 ‘버닝’을 연출한 이창동 감독이 참석했다.

8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는 이창동 감독은 “영화 개봉하기 직전에는 기대와 긴장을 함께 하곤 한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다. 특히 ‘버닝’은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작품이라 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버닝’에 대해 “미스터리한 작품이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지만 그것에 머물지 않고 영화 그 자체를 미스터리로 확장할 수 이을 것 같다. 영화 자체가 미스터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창동의 세계 안에서 유아인과 스티븐 연의 만남으로 기대를 높이는 작품.


유아인은 ‘버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먼저 “내 주제에 뭘 선택하나. 불러주시면 가야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트리트먼트나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부터 감독님과의 작업에 참여하고픈 의지를 표현했다. 시나리오가 나오고, 작업하면서는 더더욱 ‘이래서 내가 같이 하고 싶었구나’ 싶었다. 어쩌면 내가 선택한 작품이기에 자기합리화일 수도 있지만 확신이 들었다”면서 “‘이창동’이라는 이름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이 있으니까. 내가 어린 나이 때부터 감독님의 작품을 봐왔는데 그 작품들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를 연기한 그는 “시나리오를 읽는데 한편의 소설을 보는 것 같았다. 상황이나 인물의 감정 묘사가 굉장히 섬세하고 디테일하더라. 종수는 대사도 많지 않다. ‘이렇게 영화가 만들어져도 괜찮은가’ 싶을 정도로 자유롭게 느껴졌다. 틀에 짜인 시나리오와 달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창동 감독은 유아인의 연기에 대해 “그간 강렬한 캐릭터의 행동과 감정을 드러내는 역할을 해오지 않았나. 강렬함에 있어서는 그 어떤 배우보다 뛰어난 것을 보여줬다”면서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강렬함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력하고 감정이 억제돼 보이는 청년인데 내면에 엄청난 것을 가진 인물이다. 확연히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서도 아주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이 드러나야 했다. 힘든 역할이었다. ‘버닝’을 통해 유아인의 연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스티븐 연은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같이 일해서 영광이었다. 내가 꿈에서도 이창동 감독님과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봉준호 감독님이 ‘이창동 감독님이 부른다. 얼른 전화해라’고 하더라.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벤을 이해하게 됐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체불명의 남자 벤을 소화한 스티븐 연은 “미국에서는 여러 종류의 다양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캐릭터를 일차원적으로 연기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버닝’의 벤은 달라서 좋았다. 완전히 몰입해서 한국 사람으로서 들어갈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에서 촬영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벤을 연기한 게 아니라 ‘벤이 됐다’고 생각한다. 연기하기 어려웠지만 즐기면서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이창동 감독은 스티븐 연에 대해 “한국말 연기가 힘들었다고 했는데 영화 속에서는 완벽한 뉘앙스를 보여줬다.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의 모습은 밸런스를 맞춰가면서 잘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유아인과 스티븐 연의 호흡은 어땠을까. 스티븐 연은 “유아인은 정말 기 막히는 배우다. 파트너를 완전히 믿을 수 있다는 건 배우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유아인과 함께하면서 그런 것을 느꼈다. 함께 작업하면서 친구가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유아인 또한 “좋았다. 아주 색다르더라. 캐릭터적으로 함께 부딪히며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독특한 지점이 있었다. 연기적으로나 연기 외적으로나 서로를 관찰하고 생각을 듣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화답했다.

종수의 어릴 적 친구 해미를 연기한 전종서는 “‘버닝’을 통해 많이 배웠다. 선택받아서 행운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창동 감독은 “경험이 많고 연기력을 인정받는 여배우들도 하기 어려운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서너 장면은 나온다. 전종서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배우”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제71회 칸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버닝’이 경쟁부문에 진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이창동 감독은 2007년 제60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밀양’, 2010년 제 3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시’에 이어 연출 작품 세편 연속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더불어 2000년 제35회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 된 ‘박하사탕’, 2003년 제 43회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다시 한번 소개 되었던 ‘오아시스’까지 6편의 연출작 중 5편이 칸 영화제에 진출했다.

‘버닝’으로 생애 처음으로 레드카펫을 밟게 된 유아인은 “해외 일정을 소화하다가 소식을 들었다. 감독님은 칸에 많이 가봤고 스티븐 연도 두 번째인데 나는 안 가봐서 잘 모르겠다. 다들 대단하다고 하니까 대단한가보다 싶다”며 “우리 영화가 굉장히 독특한 영화가 알려지고 소개되고 다양한 평가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기쁘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스티븐 연은 지난해 ‘옥자’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레드카펫에 오른다. 그는 “익사이팅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지난해 ‘옥자’로도 칸을 경험했지만 ‘버닝’으로 가게 돼 더 특별하다. 사람들이 많이 본 적 없던 ‘버닝’ 같은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 기회를 이창동 감독님과 함께해 영광이다. 기대치가 높다”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더불어 전종서는 데뷔작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평소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영화를 통해서 가게 돼 감독님과 같이 연기한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궁금하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이창동 감독은 “칸 영화제가 우리 영화를 알리고 평가받는데 가장 효과적인 자리라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 세 배우들이 세계인들에게 알려지고 평가받는 가장 좋은 기회이고 경험일 것이기에 나도 기쁘게 생각하다”고 말했다.

제71회 칸 국제 영화제 레드카펫 입성을 앞두고 있는 ‘버닝’는 5월 17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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