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명당’ 조승우 “난 운이 좋은 놈, 결코 혼자 빛날 수 없다”

입력 2018-09-19 0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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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명당’ 조승우 “운이 좋은 놈, 결코 혼자 빛날 수 없다”

이번에는 ‘천재 지관’이다. ‘내부자들’에서는 극중 복수와 정의를 꿈꾸는 검사였고 ‘비밀의 숲’에서는 뇌수술로 인해 감정을 잃었지만 정치적 흔들림 없이 비리를 파헤치는 검사였다. 최근 종영한 ‘라이프’에서는 숫자가 중요한 냉철한 승부사이자 상국대학병원 총괄사장이었던 그가 ‘명당’에서는 땅의 기운을 읽어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는 지관으로 변신했다. 배우 조승우의 이야기다.

현시대에서 정의로움을 연기하는 그가 조선시대까지 내려와 세상의 올바른 이치에 대해 말한다.

영화로는 데뷔작 ‘춘향뎐’(2000)이후 사극 출연은 처음이기도 하다. MBC 드라마 ‘마의’로는 약 5년 만이기도 하다. 출연 소감을 물었더니 그는 “사극에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한 작품 끝나고 날 때마다 ‘힘들어서 이제 못하겠다’라고 다짐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또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제가 과거의 이야기를 좋아해요. ‘사람들이 이렇게 살았단 거야’라는 생각도 들고 연기할 때도 새로워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상상력을 동원해서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정형화된 사극 톤이 있지만 변형을 할 수도 있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에 연기적으로 기회가 많아서 좋아요.”

조승우는 ‘명당’에서 땅의 기운을 읽어 운명을 바꾸는 천재 지관 ‘박재상’ 역을 맡았다. 극 중 박재상은 서로 각자 다른 방향을 가진 인물들의 연결고리와 같은 역할이다. 이에 조승우는 스크린을 휘젓는 느낌보다는 중심을 잡아주는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다. 그는 “어떻게 보면 심심해 보일 수 있고 두각이 안 되는 캐릭터로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구도로 보면 권선징악의 이야기죠.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싶은 주인공이 대립되는 무리와 피 터지는 싸움을 벌이는 전형적인 캐릭터로 볼 수 있는데 나는 오히려 묵묵한 한 축이 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박재상 역시 개인의 복수심에 일을 나섰지만 점점 나라를 살리고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게 옳다고 판단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박재상 밖에 없고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박재상을 연기하는 게 의미가 있었어요.”


극 중 캐릭터처럼 조승우는 현장에서도 튀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앙상블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표면 위로 튀어 오르는 것은 안 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도껏 주어진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배우 개인이 돋보이려 자기 스스로 역량을 뽐낸다면 그것은 작품을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작품은 ‘나’를 빛나게 해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데뷔시절부터 공동작업을 해와서 그런 것 같아요. ‘춘향뎐’때 임권택 감독님께서 ‘이건 너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다. 여기 봐라. 수십 명의 스태프가 있다. 또 뒤에 후반작업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한 영화를 위해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다’라고 알려주셨어요. 또 제가 연극전공을 했기 때문에 그걸 통해서 배우는 것도 많았죠.”

그는 최근 ‘내부자들’, ‘비밀의 숲’, ‘라이프’ 그리고 ‘명당’까지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메시지를 출연했다. 혹여 이 쪽으로 관심사가 생긴 것인지 묻자 그는 손사레를 치며 “아니다. 그냥 재미있고 의미가 전달 될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사회와 개개인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는 메시지를 주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최근에 마친 ‘라이프’는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의료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해줬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병원에 들락날락 거리지만 그 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었잖아요. 그걸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명당’은 한 인간의 순수성과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눈이 필요하고, 그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해주는 작품이었어요.”


배우 조승우는 브라운관, 스크린, 그리고 뮤지컬 무대까지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다. 그의 기사에서 ‘조승우가 곧 장르’라는 반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수식어에 대해 묻자 그는 “배우에게 있어서 최고의 극찬이자 가장 위험한 반응”이라고 말했다.

“운이 좋은 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하지만 또 다음 작품을 해야 하는 연기자의 입장에서는 중압감이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냥 저는 연기하는 게 좋아요. 메이킹 필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스태프들이랑 노는 게 가장 좋아요. 주로 제가 괴롭히지만.(웃음) 스태프 이름 한 명씩 외우며 사는 게 재미있고요. 어렸을 때는 남한테 약해보이기 싫어서 애써 싫은 척, 애써 다가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명당’ 이후 조승우의 차기작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다. 2015년 ‘스위니 토드’ 이후 “당분간 무대에 오르지 않을 생각”이라고 하며 3년의 무대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자신을 뮤지컬 배우로서 자리매김하게 한 ‘지킬 앤 하이드’로 돌아온다. 무대로 돌아가는 소감을 물으니 “무섭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무대에 올라가면서 기도 하면서 올라가거든요. 그 중압감과 무서움이 말로 못해요. 새가슴이 된다니까요. 그래서 지금 좌불안석이에요. 아마 죽을 때까지 무대는 무서울 것 같아요.”

그런데 조승우는 왜 ‘지킬 앤 하이드’를 선택했을까. 그도 ‘지킬 앤 하이드’를 선택할 때까지 고민이 많았다. 조승우는 “이 작품을 너무 자주하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괜히 민폐끼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고”라고 말했다.

“그런데 캐스팅 기사 나가고 나서 ‘다시 돌아와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본 적이 있었어요. 제가 이 뮤지컬을 10년을 했는데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분이 계시더라고요. 어떤 분은 2004년 EBS ‘예술의광장’때 출연했던 ‘지금 이 순간’ 영상을 보시면서 위안을 삼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좀 충격을 받았어요. 이번에는 그 분이 꼭 예매 성공하셨길 바라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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