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을 만나다①] 아웃사이더, ‘오만과 편견’을 넘어서다

입력 2015-03-30 0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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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가요계에서 힙합은 유례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이 방송되는 날이면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를 힙합 가수들이 싹쓸이하며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도 힙합 가수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힙합을 지향하는 음악가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단순한 덩치키우기를 넘어 질적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한국 힙합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 지금, 이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언더와 오버의 다양한 뮤지션을 ‘힙합을 만나다’코너를 통해 만나보자>>


[힙합을 만나다①] 아웃사이더

아웃사이더, 사진|아싸커뮤니케이션


래퍼 아웃사이더는 외톨이다. 그의 대표곡인 ‘외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도 그는 속사포랩 부문에서의 너무나도 독보적인 입지로 인해 과거도 현재도 견줄 수 있는 래퍼가 전무한 외톨이이다.

그리고 이런 혼자만의 길은 아웃사이더 스스로의 ‘오만’과 주위사람들의 ‘편견’을 만들어냈다. 무려 4년 4개월 만에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이 ‘오만과 편견’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먼저 ‘오만’에 대해 아웃사이더는 “‘아무도 없다’라는 생각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두 가지의 극단적인 감정이 ‘난 혼자다. 외롭다’와 ‘내가 최고다’이다. 이 두 가지 감정을 다 겪어왔다”며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는 나의 오만함이 있으면 그것을 버려야할 것이고 또 혼자라는 생각이 있다면 그것도 버려야지만 활동을 이어가고 음악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만함을 버리고 당당함으로 내가 원하는 음악을 다른 사람과 만들어보고 싶었다. 매너리즘에 빠져서, 혹은 오만함으로 인해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정을 잊고 살아가지 않았나싶었다”며 “삶을 반영하는 것이 랩이고 힙합이고 음악이다 보니까 사람에 대한 존경과 존중으로도 충분히 (음악을)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외톨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이런 음반을 낸 것만 해도 내가 외톨이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곁에 있던 사람들이 정말로 고마운 사람이었구나 하는 의미를 반영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여 ‘오만’은 결국 그동안 혼자라고 생각했던 삶이 혼자가 아니라는 깨달음의 의미임을 알렸다.

‘편견’ 역시 마찬가지로 ‘사람’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다. 4년 4개월 동안(어쩌면 데뷔이후 지금까지 쭉)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고 밝힌 아웃사이더는 “그동안 법적소송과 디스전도 있었고, ‘쇼미더머니2’에 나갔다가 마지막 무대에서 20만원을 받고 최하위로 탈락한 경험도 있었다. 이건 내가 갑작스러운 위치와 환경, 삶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아웃사이더는 “이런 부적응이 음악과 무대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혼란이 길어질수록 상처와 트라우마가 커졌다. 법적분쟁이 있다 보니 자꾸 사람들 앞에 숨고 싶었고, 환경적인 제약이 있으니 보여줄 것을 제대로 못 보여줬다. 이것이 다시 10년 이상 이어온 나의 음악에 대한 리스크로 작용했다”라며 “그런 정리되지 않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나에 대한 시선이 변하고 편견을 갖게 되더라”라고 밝혔다.

웃으면서 이야기 하긴 했지만 아웃사이더는 “데뷔하고 10여년간 활동하면서 악플이라는 것에는 정말 초월해있었다. 그런데 ‘쇼미더머니’와 법적분쟁 이후로는 ‘내가 진짜 죽을죄를 지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고 당시의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이어 “사실 설명을 하고 싶은데 너무 구차해보이고 음악만 잘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소수의 반응이 점점 더 커지고 그게 여론을 형성하는 것을 확인을 했다”며 “그것을 보면서 ‘이 편견을 어떻게든 바꿔야겠다. 내가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적어도 순수하게 음악만으로 좋다 나쁘다는 평가 받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정말 트라우마를 꺼내놓고 당당하게 맞서고 치료하지 않으면 음악을 못할 것 같다, 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아웃사이더, 사진|아싸커뮤니케이션


이 같은 트라우마와의 정면 대결이 가장 잘 드러난 트랙이 바로 ‘20’이다. 여기서 20은 ‘쇼미더머니2’에서 아웃사이더가 마지막무대에서 받은 무대지원금 20만원을 뜻한다.

아웃사이더는 “‘20’이 이번 앨범의 가장 중요한 트랙이다. 변명이나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 방식을 있는 그대로 평가받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정말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면서 작업을 했다”며 “‘20’을 작업하면서 쓴 가사가 9개가 있다. 처음 쓰고 보니 너무 변명하는 것 같아 다시 쓰고, 그 다음은 너무 증명하는 것 같아 다시 쓰고, 감정에 호소하는 것 같아 다시 쓰고...이렇게 다시 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꾸 ‘20’을 꺼내놓게 된다. 그러다보니 20에 친숙해 졌다. 그때 알았다. 상처와 트라우마는 숨기려고 할수록 더욱 나를 옭아매고, 마주할수록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고 이제는 이런 트라우마와 상처가 많이 해소됐음을 알렸다.

‘20’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도중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아웃사이더의 마음에 크나큰 상처를 입힌 바로 그 ‘쇼미더머니2’ 무대에 관한 것으로, 문제의 ‘가슴앓이’에 대한 솔직한 심경과 스스로의 평을 털어놓았다.

아웃사이더는 “물론 나도 무대에 만족하진 못했다. 그리고 혼란스러웠다.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출연했고, 법적분쟁을 하는 도중에 방송에 나왔다. 심지어 처음에는 심사위원으로 섭외를 했는데 갑자기 경연을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지원자들과 붙어 떨어지면 굴욕을 당하는 상황에 나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라며 “그런데 2년이라는 시간을 간과했다. 힙합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도 바뀌어있었고, 음악 스타일도 달라져 있었다. 내 나름대로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고, 래퍼로서보다는 대중가수로서의 모습과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것 같다. 많이 섞는 게 잘 섞으면 혁신이지만 아니면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위험한 무대이긴 했었다”라고 자평했다.

더불어 그는 “신기한 게 그날 일진이 정말 안 좋았다. 리허설하다가 백댄서가 다치고, 목걸이가 5번 끊어졌다. 뭔가 예감이 안 좋다라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그렇게 됐다”라며 “그리고 격파는 왜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내가 어렸을 때 태권도를 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날 주제가 자신을 괴롭히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라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게 트라우마가 됐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웃사이더, 사진|아싸커뮤니케이션


이처럼 ‘오만’과 ‘편견’에 대해 담아내다보니 앨범에 담긴 곡들도 인스트루멘틀을 제외하고 14곡이나 실리게 됐다.

아웃사이더는 “꼭 정규앨범을 내고 싶었다. 뮤지션은 아무래도 정규음반을 냈을 때 디테일과 파급력이 커지게 된다. 그리고 오만과 편견이라는 이야기를 담기위해서는 따로 낼 수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음반시장이 사장된 요즘에 14곡이 담긴 정규앨범도 드물지만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담감도 있다. 바로 남들의 두 배에 가까운 가사량이 그것이다.

여기에 대해 아웃사이더는 “3집까지는 꽉 눌러 담아야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자연스럽게 할 말이 채워졌다”라고 가사량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음을 알렸다.

또한 일명 ‘속사포랩’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라임과 플로우의 부족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하는 분도 있는데 그게 내 단점이 맞다”라고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곧 “당연히 라임이나 플로우에 신경을 안 쓰는 건 아니지만 예전에는 속도나 랩스킬에 가려져서 그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군대에 다녀오고 이 씬에 돌아오니 정말 랩을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내가 너무 안주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꼭 하고 싶은 말은 내가 한국에서 속사포랩을 먼저 시작하고 인기를 얻다보니 대명사처럼 됐지만, 내가 속사포랩의 최절정이나 한계인 것은 아니다. 해외에 속사포랩을 하면서도 라임과 플로우를 맞추고 감정을 이끌어내는 엄청난 래퍼들의 랩을 들어보면 충분히 더 발전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그것을 더 보여주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오만과 편견’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한 아웃사이더는 욕심쟁이이다. 단순히 음악 작업뿐만이 아니라. 공연과 투어, 자신의 산문집과 소설 집필 등 여러 방면에 걸쳐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아웃사이더는 “(같은 소속사의)타이미가 또 잘해주고 있어서 전국투어도 준비하고 있고 올해는 다작을 할 계획이다. 래퍼의 다양한 영역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또 그동안 준비해온 산문집이 4월17일에 나오고 그 다음에는 소설을 발표하려한다. 가사와 음악만으로는 다 말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를 통해 들려주려 한다”라고 벌써부터 빡빡한 연간 계획을 준비했다.

끝으로 그는 “신인가수처럼 많은 활동량으로 제2의 음악인생을 시작하려한다”며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이번 앨범에도 변명이나 증명을 담지 않았고, 나에게 들려주고 싶고,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담았다. 음반만큼은 나의 삶과 태도를 표현하고 싶었다. 대중적인 성적은 전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전성기가 끝난 게 아니라 여전히 나아가고 있는 아티스트구나’ 그런 평을 받아서 기쁘다”라고 아웃사이더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됐음을 덧붙였다.

아웃사이더, 사진|아싸커뮤니케이션


(사족을 덧붙이자면 아웃사이더는 속사포랩 만큼이나 엄청난 달변가이다. 인터뷰에 실린 내용 외에도 여러 이야기를 나눴으나 분량을 고려해 현재 아웃사이더의 상황에 가장 부합하고 핵심이 되는 이야기를 위주로 인터뷰를 구성했으며, 이로 인해 미처 풀어내지 못한 부분도 -ex. 소속 가수인 타이미에 대한 평가, MC스나이퍼와의 현재관계, 아내와의 결혼 스토리, 피처링이 항상 여자 가수인 이유 등-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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