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만에 돌아온 대전구장… 42세 김성근 vs 73세 김성근

입력 2015-03-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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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이 31년 만에 대전구장에서 홈 개막전을 치른다. 두산의 전신 OB 사령탑이었던 1984년, 42세의 김 감독은 당시 OB의 연고지였던 대전에서 박상열을 내세워 홈개막전 승전보를 울렸다. 김 감독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대전구장 1루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세월을 거슬러 31년만에 돌아온 대전구장, 그리고 1루 덕아웃

OB감독으로 첫 시즌 정열 불태웠던 대전
84년 9월 대전팬들과 눈물로 작별한 그 곳
세월 지나 한화 선장으로 찾은 1루 덕아웃
오늘 두산(옛OB)상대로 승리의 선물 쏜다

1984년 대전 한밭종합운동장 야구장은 외야에 관중석이 따로 없었다. 풀밭에 플라타너스 나무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따뜻한 봄날이면 팬들은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서 고기를 구워 먹고, 얼큰하게 술 취한 아저씨들은 풀밭에 누워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기도 했다.

당시 대전을 홈구장으로 사용한 팀은 OB(현 두산)였고, 사령탑은 바로 김성근 현 한화 감독이다. 원년부터 OB를 맡은 김영덕 감독이 1984년 삼성 사령탑으로 옮기면서 김성근 감독은 그해 처음 프로팀 지휘봉을 잡았다.

42세 혈기왕성했던 김 감독은 당시 시즌 개막전인 4월 7일 잠실 MBC전에 신인 사이드암 김진욱을 ‘깜짝 선발’로 내세워 4-1로 이겨 감독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마무리로도 신인 좌완 윤석환을 올리는 과감함을 보였다. 잠실에서 1승1패를 거둔 뒤 4월 10일 대전 홈 개막전에선 박상열(현 한화 퓨처스 투수코치)의 완투 속에 삼성을 8-5로 꺾고 승전가를 불렀다. 그의 20년 프로 감독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OB는 그해 시즌 막판 그 유명한 ‘져주기 게임’의 희생양이 되면서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롯데에 넘겼지만, 대전 팬들은 전년도에 1게임차로 가까스로 탈꼴찌(6팀 중 5위)를 한 팀의 대변신에 환호했다.

그러나 동거는 오래 가지 못했다. OB는 1984년을 끝으로 서울로 떠났고, 김 감독도 그렇게 1년 만에 대전구장 1루 덕아웃과 작별했다. OB가 떠난 자리에는 제7구단으로 창단한 빙그레가 1986년부터 터를 잡았다.

1984년 9월 16일 홈 고별전(롯데전)에서 김 감독은 경기 후 선수단과 함께 1루 선상에 도열해 작별인사를 했다. 당시 대전 팬들은 그물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그로부터 31년. 돌고 돌아 한화 사령탑에 올라 대전구장 1루 덕아웃에 앉게 된 김 감독은 헤어졌던 대전 팬들과 공식 재회를 기다리고 있다. 세월은 흘렀고, 대전구장도 변했다. 이제 플라타너스가 있던 자리에는 가족석과 연인석, 캠핑존이 들어섰다. 대전 홈 개막전을 하루 앞둔 30일 그는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고 웃더니 “대전 팬들은 예전부터 열성적이었다. 야구를 깊이 아는 분들이 많다”며 추억에 잠겼다.

김 감독은 31일 홈 개막전 선발투수로 쉐인 유먼을 예고했다. 상대팀은 공교롭게도 31년 전 그가 처음 프로 감독 생활을 시작했던 OB의 후신 두산(선발 유희관)이다. 대전을 떠나간 팀과 대전에 돌아온 사령탑의 대결. 김 감독은 지난 6년간 5차례 꼴찌를 하는 과정에서도 윤항기의 ‘나는 행복합니다’를 노래하며 응원했던 대전 팬들을 진정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그는 “팬들의 기대가 큰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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