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초이 부활시킨 ‘김기태식 소통법’

입력 2015-04-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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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최희섭(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공평한 기회속에서 확실한 동기부여
타격폼 수정보다는 의견 경청·격려
개막 2연전서 홈런 포함 3안타 불꽃

KIA 최희섭(36)은 지금 김기태 감독에게 매료돼 있다. “감독님을 위해서 야구를 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너무 정치적이지 못해서 비판 이상의 비판을 받아야 했던 최희섭의 ‘순수함’을 생각할 때, 진심 그대로 받아들일 만하다. 최희섭의 진심은 행동으로 증명되고 있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완주했고, 시범경기를 거쳐 28∼2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개막 2연전에 나섰다. 2경기에서 최희섭은 6타수 3안타 1홈런 2볼넷을 기록했다. 불과 2경기이지만, 최희섭의 이력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여기까지 오기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음을 헤아릴 것이다.


● 공평함, 그리고 과정

최희섭이 김기태 감독에게 딱히 특별배려를 받아서 따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최희섭은 “미야자키 캠프에서 체조를 했는데 잠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설마 최고참인데 눈감아주시겠지’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여지없이 ‘최희섭, 똑바로 하자’고 하시더라. 그때 ‘이 분은 진짜 리더구나’라고 느꼈다.” 지적을 받았음에도 최희섭은 고참이라고 예외를 두지 않는 김 감독의 공평함에 순응한 것이다. 납득할 때 의욕이 샘솟는 최희섭은 김 감독의 팀 운영방식에서 어떤 합리성을 느낀 것이다.

개막전을 앞두고도 김 감독은 선수단 앞에서 “승패는 상관없으니 남자답게 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최희섭의 야구관과 딱 일치한다. 최희섭은 2015시즌의 목표를 말한 적이 없다.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팀과 팬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뛴다. 결과는 나중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결과를 떠나 최희섭의 얼굴은 요즘 밝다.


● 자율 속의 책임, 소통

최희섭은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다. 2009년 KIA의 한국시리즈 10번째 우승 주역이었다. 정점을 찍어본 선수는 그 안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KIA가 조범현 감독-황병일 타격코치 체제 이후 최희섭 안의 무언가를 끄집어내지 못한 데 있다. 그 기간 세상은 그 원인을 온전히 최희섭의 의지 문제에서 찾으려 들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과 박흥식 타격코치는 달랐다. 최희섭을 인정해줬고, 그의 말을 경청했다. 자율을 주더라도 제멋대로 할 선수가 아니라고 믿었다. 박 코치는 세세한 타격폼 교정을 해준 것 외에는 최희섭을 격려하는 데 집중했다. 간섭 대신 신뢰를 보낼 때 역량이 극대화되는 그의 성향을 바꾸려들지 않고 존중한 것이다. ‘위에서 이렇게 믿어주는데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이 절로 생겨났다. 그 덕분에 KIA는 중심타자의 부활 가능성을 확인했다. 최희섭이 살아나면 브렛 필, 이범호, 나지완 등 우타자들까지 덕을 볼 수 있다.

최희섭이 앞으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는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최희섭을 포함한 선수단의 신바람을 통해서 KIA의 문화가 더 이상 권위주의 리더십과 맞지 않음은 짐작할 수 있다. 답은 ‘타이거즈 정신’이 아니라 자발성을 부를 수 있는 소통 능력에 있었음을 김기태 리더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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