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쇼월터…김현수에 대한 속내는?

입력 2016-05-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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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벅 쇼월터 감독은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완고함이 김현수의 가치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편협함으로 흘러갈까 걱정이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3안타 경기 후에도 벤치만 지키게 해
현지 언론마저 “기회 더 줘야” 압박
쇼월터 “표본이 적다” 김현수 외면

볼티모어 김현수(28)를 바라보는 벅 쇼월터 감독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가 3안타로 활약한 1일 시카고화이트삭스전이 끝나고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여기에 전제가 붙었다. “벤치에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성향과 공을 많이 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자신이 기회를 많이 주지 않은 것에 대한 정당성을 피력했다. 타자가 타격감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타석에서 투수를 상대하는 것이다. 매 타석 잘 칠 수는 없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적응해 나간다. 벤치에서 바라만 보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 김현수의 실패, 그리고 변화

김현수가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한 것은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일이었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182로 부진했다. 700만 달러를 주고 영입한 외국인타자로서 보이는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야를 넘어가는 타구가 없었다. 결국 룰5드래프트로 볼티모어에 온 조이 리카드(25)에게 주전 좌익수를 넘겨줬다. 그러나 리카드는 타율 4할대의 맹타를 휘두르던 개막 초반과 달리 조금씩 타격감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 0.131로 저조하며 시즌 타율이 0.278로 하락했다.

반면 김현수는 정규시즌에서 홀로 부단히 노력하며 시범경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올까 말까한 대타 기회마다 안타를 때려냈고, 6경기 중 선발 출장한 4경기에서 3번이나 멀티히트를 때려냈다. 안타를 치지 못한 날에는 볼넷을 2개 얻어내 출루에 성공했다.



쇼월터 감독의 꺾이지 않는 고집

처음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영입했을 때 주목한 부분은 출루율이었다. 현재 리카드의 출루율은 0.308이지만 김현수의 출루율은 0.647에 달한다. 표본이 적다고 반박할 수 있지만, 주어진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더 대단한 숫자다. 그러나 쇼월터 감독은 한 번 결정한 부분을 번복하지 않고 있다. 김현수가 3안타를 친 다음날 경기에서 그를 대타로도 쓰지 않았다. 가뭄에 콩 나듯 기회가 주어지면 아무리 베테랑이라고 해도 타격감을 유지하기 어렵고, 선수 스스로도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지만 쇼월터 감독은 리카드에게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김현수에게 비판적이었던 현지 언론마저 “기회를 더 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선수기용의 권한을 지닌 사령탑이 “표본이 적기 때문에 숫자만으로 정확한 답을 내기 어렵다”며 망설이고 있다. 강정호를 ‘킹캉’으로 만든 것은 부진해도 믿고 꾸준한 기회를 준 구단의 인내였다. 그러나 그런 신뢰 없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김현수는 언제까지 외로운 싸움을 계속 해야 할까.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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