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프런트까지 비리, 다음엔 누구?…축구계 ‘불편한 시선들’

입력 2016-05-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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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의 강호 전북현대가 심판매수 혐의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팬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24일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가 치러진 전주월드컵경기장의 분위기도 평소답지 않게 을씨년스러웠다. 전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전북 심판매수’ K리그 반응은?

‘경남 비리’ 연장 수사서 터진 사실에 긴장
조사받았던 한 축구인 “몇몇 감독도 거론”
끊이지 않는 추문 속 검찰 수사확대에 촉각

K리그에 또다시 추문이 터졌다. 안종복 전 사장에서 촉발돼 지난해 말 챌린지(2부리그) 경남FC가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올해는 클래식(1부리그)의 강호 전북현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심판매수 사건이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도형)는 23일 2013년 전북 스카우트로부터 유리한 판정을 부탁받고, 회당 100만원씩 각각 200만원과 300만원씩을 받은 K리그 전직 심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전북은 ‘해당 스카우트가 구단에 보고 없이 개인적으로 진행한 행동이고, 즉각 직무를 정지시켰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으나 여론만 더 악화시키고 말았다. 온라인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의 각종 축구 게시판에는 최근 K리그 클래식 2연패 달성으로 ‘리딩 클럽’으로 평가받는 전북을 성토하는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많은 축구인들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심판매수 등 비리를) 전혀 안 했거나 못한 사람이 이상한 것 아니냐.” 그만큼 K리그에 비위행위가 만연했고, 연루된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고, 다양한 인사들이 구설에 오르내리는 것이 K리그의 현주소다.

당연히 축구계의 시선은 칼자루를 쥔 검찰로 향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를 확대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일단 부산지검 관계자는 23일 “(심판에) 현금이 오갔고, 전북 스카우트가 자신의 단독 행동이라 주장해 현재로선 타 구단과 타 심판으로 수사를 확대할 만한 단서가 없다”고 밝혔으나 ‘사건 종결’로 못 박진 않았다. 더욱이 이 관계자의 마지막 발언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다른 K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많더라”라고 말했다.

축구계가 더욱 경악하는 것은 경남을 끝으로 중단된 듯했던 검찰 수사가 담당검사가 바뀌었음에도 계속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과거 불법 스포츠도박과 연계된 승부조작 사태로 전체 K리그 등록인원의 10%에 달하는 60여명의 선수들이 창원지검의 수사망에 걸려든 바 있다. 이번에는 심판, 구단 사장, 스카우트의 검은 커넥션이 적발됐다. 다음은 감독, 코치 등 지도자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감도는 이유다. 과거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던 한 축구인은 24일 “(검사가 스카우트뿐 아니라) 몇몇 감독들의 이름을 거론해 깜짝 놀랐다”며 당소 충격적인 얘기를 전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자체 조사를 이미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에 오래 몸담았던 한 유력 축구인은 “경남 사태가 터진 뒤 프로연맹 차원에서 몇몇 인사들이 연루됐는지 여부를 살폈다. 수사권한은 없지만 조심스레 자체 조사를 한 것으로 안다. 본인들이 부인했고, 거기에서 더 진행되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보름 전쯤 검찰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흘려버렸는데 또 터졌다. 이참에 K리그의 모든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또 다른 축구인의 말처럼 축구계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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