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영의 어쩌다] 기획의도 몰래 뜯어고친 ‘골목식당’, 시청자와 동상이몽

입력 2019-01-24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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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영의 어쩌다] 기획의도 몰래 뜯어고친 ‘골목식당’, 시청자와 동상이몽

초심을 되찾으랬더니, 기획 의도를 은근슬쩍 수정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 시청자들을 상대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

지난해 1월 방송을 시작한 ‘골목식당’은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죽어가는 거리를 살리자는 취지로 ‘지역경제 심폐소생 프로젝트’를 기획 의도로 내걸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이 문구는 사라진 상태다. 기존의 기회 의도를 23일 수정한 것이다. ‘상권 살리기’라는 본래의 취지는 빼고, ‘식당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죽어가는 골목 되살리기 일환으로 식당을 섭외하기보다 ‘장사 기본’도 안된 식당 위주로 섭외해 논란이 되자, 골목 상권 되살리기는 애초 없었던 것처럼 기획 의도를 바꿨다는 의견이다. 문제가 되는 식당들을 섭외해도 비난과 논란을 피해가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골목식당’ 측은 동아닷컴에 “프로그램이 방송 1주년을 맞아 방향성을 더 확장할 계획이다. 기존 골목 상권 살리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사 케이스도 보여 주려고 한다. ‘요식업 교본’의 역할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제작진은 “요식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물론, 요식업을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 더 나아가 요식업을 하고 있는 가족, 친구를 둔 사람들까지 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양한 케이스를 통해 얻어가는 것이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의 기획의도가 처음 제작진이 생각했던 부분에서 더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식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더 신중을 기할 수 있도록, 그리고 폐업 위기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도록 창업교본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제작진은 더 다양한 장사 케이스를 보여주고 많은 이의 공감을 얻기 위해 죽어가는 상권뿐만 아니라 대학가 상권, 청년몰, 시장, 그리고 더 나아가 지방까지 갈 예정”이라며 “요즘 들어 시청자 분들의 많은 사랑에 감사하면서도, 그만큼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도 질책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미흡한 부분은 채워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골목식당’의 의도가 얼마나 시청자에게 전달될지 미지수다. 수차례 ‘문제적 식당’을 섭외해 논란이 된 ‘골목식당’은 이제 대놓고 문제 되는 식당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열어두고 있다. 방향성을 확장하겠다고 했지만, 그 확장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없다.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 시청자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초심을 되찾으라는 말도 뒤로 하고 기획 의도부터 뜯어고친 제작진이다. 이런 제작진을 시청자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백종원이 없다면 이미 폐지됐을 프로그램인데, 제작진만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격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동아닷컴에 “‘골목식당’ 제작진이 엉뚱한 빅픽처를 그리고 있다. 시청자들은 골목 상권을 살리는 취지, 그리고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한번쯤 가볼 수 있는 동네 음식점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작진은 전국구 식당 거리를 꿈꾸는 듯하다”며 “문제가 되는 식당을 섭외해 재미를 주는 것도 좋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그려야 할 것이다. 그 점이 궁극적으로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방향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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