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결과

6개월만 버티면 자동 면죄부… 기소율 70%→58% 뚝 떨어져

배석준 기자, 신진우기자 , 신나리 기자

입력 2016-09-22 03:00:00 수정 2016-09-22 0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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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남은 총선사범 공소시효]

《 “공소시효를 사흘 남기고 접수된 사건도 있었다. 어떻게든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니 막판에 인력을 전부 투입해 기소했지만 제대로 된 수사였다고 자신할 수 없었다.” 21일 한 검찰 관계자는 2012년 19대 총선의 공소시효 만료 직전 상황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4년이 흐른 지금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공안당국은 20대 총선 공소시효 만료 시점(10월 13일 밤 12시)을 코앞에 두고 사실상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


○ 막판 몰아치기해도 수사에 한계


검찰은 지난달 국민의당 박준영 박선숙 김수민 의원을 현역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7월에는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이 배우자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4·13총선 이후 처음으로 당선 무효형을 받기도 했다. 검찰이 이달 1일 기준으로 입건한 선거사범은 모두 2843명이었다. 이 가운데 기소나 불기소 처리를 끝낸 사범은 1717명(60.39%).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한 달여 남긴 시점까지 1126명에 대한 수사가 남아 있었던 셈이다.

선거사범을 전담하는 대검찰청 공안2부는 선거사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22일간 선거 수사에만 ‘다걸기(올인)’할 계획이다. 인력은 그대로인데 처리할 사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다. 특히 내부의 알력 다툼으로 사이가 틀어져 고발하는 사건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런 경우 증거 수집 자체가 힘들어 치밀하게 들여다보기 어렵다”며 “우리끼리 ‘지뢰밭’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수사 대상자들이 해외에 나가 있거나 소재 파악이 힘든 경우 수사는 난항에 빠지기도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람 찾고 확인하느라 힘을 빼면 그만큼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사의 맥도 끊긴다”며 “다른 선거사범 수사에까지 악영향을 끼쳐 짧은 공소시효 안에 제대로 수사할 수 없게 될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선거 범죄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수법이 교묘해지는 점도 수사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수사당국이 가장 주목하는 범죄는 사이버선거법 위반 행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사이버선거법 위반 행위는 20대 총선(9월 1일 기준)에서 1만7403건으로 4년 전 19대 총선 당시(1793건)보다 10배가량 늘었다.
○ 공소시효 6개월, 숨겨진 특권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대상자들에게 가장 믿을 구석은 ‘짧은 공소시효’다. 잘만 버티면 수사 의지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긴 수사당국이 오히려 수사 대상에게 조사에 응해 달라고 사정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검찰 쪽에서 ‘형식적인 조사니 협조해 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같은 당의 다른 의원은 “검찰이 시간에 쫓겨 할당량을 채우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도 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은 ‘권력 줄 대기’에 여념이 없다. 청와대나 검찰 쪽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선처를 부탁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8·9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도전에 나선 한 인사는 선거사범 수사선상에 오른 당협위원장들을 집중 공략했다는 후문이다. 이 인사는 “청와대가 나를 지지하고 있다. 당신의 어려움을 청와대에 전달해 잘 해결해 주겠다”며 지지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선거사범의 경우 단기간에 정치적 명운이 걸린 만큼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짧은 기간 내에 수천 건의 사건을 처리하면서 ‘여권 봐주기’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부실 수사가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데서 비롯된 ‘사법 불신’이다. 최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 의원이란 이유로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선거사범 공소시효가 끝나는 10월 중순에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 마지막 예산을 둘러싼 여야의 가파른 대치가 불가피하다. 특히 선거사범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현역 의원들의 목소리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불기소 처분을 받은 야당 의원들은 ‘표적 수사’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대치 정국’에 앞장설 가능성이 높다.

한 검찰 관계자는 “명백한 선거범죄가 의심되지만 공소시효가 짧아 증거를 충분히 수집하지 못해 기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짧은 공소시효가 정치인들의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배석준·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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