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떳다①] 김진우·김진희 부부 “천만이 즐긴 빅헌터…돈 욕심 버리니 대박 났죠”

입력 2017-05-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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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으로는 전 세계 1270만 다운로드라는 이례적 성과를 거둔 ‘빅헌터’의 개발사 카카로드인터렉티브는 부부가 운영하는 회사다. 김진우·김진희 부부는 “전 세계를 누비며 그곳에서의 경험을 녹여 새로운 게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김진우 대표(왼쪽)와 김진희 실장이 ‘빅헌터’의 인트로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제주 |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 인디게임 개발자 부부 김 진 우·김 진 희

“디지털 노마드(유목민)를 꿈꾼다.” 제주에서 모바일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한 부부가 그린 미래다. 전 세계 1270만 다운로드. 인디게임으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둔 모바일게임 ‘빅헌터’를 만든 카카로드인터렉티브의 김진우(37) 대표 겸 총괄디렉터와 김진희(34) 기획마케팅 실장 얘기다.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곳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은 게임과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삶의 목표”라는 부부를 제주도 서귀포 표선비치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개발사 대표 남편 김진우

인치바이인치 잘 안돼 어려운 시기 겪기도
수익보다 재미…게임의 본질에 다시 집중
천만 대박…다른 회사처럼 많이는 못 벌어


마케팅 실장 아내 김진희

이력서 쓰는 남편에 마지막 게임 개발 제안
빅헌터 진심 통해…유저들이 나서서 홍보
돈보다는 시간…회사 커진다고 행복할까요


● 독학으로 모바일게임 도전

부부는 게임과 관련이 크게 없는 삶을 살아왔다. 김진우 대표는 웹에이전시에서 플래시 기반의 프로모션 사이트를 개발했고, 김진희 실장은 방송과 영화 예고편을 만드는 일을 했다. 어쩌다 게임, 그것도 힘든 인디게임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까 궁금했다.

“2010년 모바일이 크게 성장하면서 웹 플래시 시장이 위축됐다. 모바일로 옮겨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정적으로 SK브로드밴드 셋톱박스의 한 서비스 제작에 참여해 미니게임을 만들었는데, 그때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김진우)


-그간 어떤 게임을 개발했나.

김진우=빅헌터는 세 번째 게임이다. 첫 번째는 2013년 출시한 ‘롤링코인스’라는 퍼즐 어드벤처게임이었다. 두 번째는 2015년 내놓은 ‘인치바이인치’라는 퍼즐게임이다.


-성과는 어땠나.

김진희=롤링코인스는 290만 다운로드가 나왔다. 2013년 5월 오픈하자마자 유료앱 전체 1위를 달성했다. 처음 만든 게임이다 보니 당황스러웠다. 신랑이 1위를 했다고 얘기해줬는데 장난치는 줄 알았다.

김진우=모니터를 보여주면서 1위했다고 하니까 합성한거 아니냐고 하더라. 하하하.


● 초심으로 돌아가 또 다시 도전

첫 게임부터 성과가 났지만 부부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롤링코인스가 생각보다 수익을 내지 못했고, 두 번째 게임인 인치바이인치는 흥행에 실패했다. 다시 도전하는 게 쉽지 않았을 법했다.

“부부끼리 하다보니 재정적 문제가 많았다. 모바일은 처음이라 2010년부터 혼자 독학하면서 준비했다. 오래 걸리더라. 롤링코인스 초반에 약간의 수익이 들어와 그걸로 버텼다. 그러면서 인치바이인치를 개발했는데 잘 안돼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김진우)

“신랑은 이력서를 쓰고 있었다. 근데 그동안 고생한 게 너무 아깝더라. 이제야 노하우를 쌓아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데. 마지막으로 2004년 카카로드닷컴에 있던 맘모스 사냥게임으로 한번 도전해보자고 했다.”(김진희)

“2004년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원시 콘셉트의 플래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때 닉네임이 카카로드다. 메인에 상형문자처럼 생긴 사람이 뼈다귀 맘모스를 창으로 맞춰 점수를 내는 콘텐츠가 있었다. 아내가 그걸로 한번 만들어보자고 했다.”(김진우)

“2004년 오픈하자마자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해외에서도 메일이 오는 등 화제였다고 한다. 신랑이 게임 만든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당연히 그게 나올 줄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아쉬워했다. 마지막으로 카카로드의 이름을 되찾아보자고 했다.”(김진희)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는지.

김진우=인치바이인치같은 경우 당시 어려웠기 때문에 수익적인 부분을 많이 생각했다 이 게임으로 돈을 벌어야 다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게임의 본질은 많이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 빅헌터는 이런 것은 최대한 배제하고 정말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성공 이유를 분석해 보면.

김진희=진심이 보였나보다. 수익보다는 그냥 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소장하고 싶게 하려고 노력했다. 유저분들도 그 마음을 알아준 거 같다. 그리고 유저분들이 먼저 나서서 홍보도 해줬다.


-게임 내 유료화 요소가 많지 않는데, 수익은.

김진희=다운로드에 비해선 많이 벌지 못했다.

김진우=처음엔 정말 수익 내는 것을 의도하지 않았다. 돈이란 자체도 가치가 있지만 가장 소중한 가치는 시간이라고 봤다.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그 사람의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가치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 800만명이 다운로드할 때부터 요구 사항이 많아지더라. 그래서 무기 등을 추가했고, 상아(게임머니)를 인앱 결제할 수 있게 하는 등 지금의 빅헌터가 완성됐다. 물론 1000만을 넘었지만 다른 회사들처럼 많이 벌지는 못했다. 향후 다른 게임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만 벌었으면 좋겠다.


-여유가 없긴 하겠지만 혹시 차기작 계획은.

김진우=오래전부터 다른 게임을 고민해왔다. 하지만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다. 지금은 ‘빅헌터2’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기획 단계 정도지만 가능하면 올해 안에 두 번째 버전을 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목표 정도를 가지고 있다.


● 우리 삶의 가치는 “돈보다 시간”

빅헌터가 성과를 거두면서 회사를 키울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물었다. 부부가 그리는 회사의 미래를.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 추세로 볼 때 결혼을 좀 일찍 했다. 둘 다 해외에서 직장을 다니며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통해서다. 그런데 결혼하자마자 애가 생겼다(웃음).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요즘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가 있지 않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며 그런 경험을 새로운 게임이나 서비스에 담아보고 싶다. 그런데 회사를 키우면 그게 힘들어질 거 같다.”(김진우)

“회사를 키우면 돈은 많이 벌 수도 있을 거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과연 돈을 벌면 행복할까.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까. 돈보다는 시간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누리려면 회사를 무작정 키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김진희)

둘은 결혼 8년차 부부다. 디자인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 오랜 부부의 내공이 있더라도 같은 업에, 그것도 한 회사를 꾸리다보면 부부싸움은 하지 않을까.

“싸우는 일은 거의 없다.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회사부터 인생 전반에 대한 설계를 함께 얘기한다. 어느 날은 일하다 말고 얘기를 시작하면 새벽까지 이어진다. 회사 방향에 대해 의견이 갈릴 때는 시간을 갖고 타당한 이유에 대해 고민을 한 뒤 얘기를 해 조율한다.”(김진우)

“정말 얘기를 많이 한다. 가치관과 삶의 방향이 비슷해 크게 다른 의견은 없었던 거 같다.”(김진희)


-서로의 장단점은.

김진희=장인정신은 멋지다. 대충 넘어가도 될 것 같은 부분도 집요하게 파고든다. 어느날 작업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 맘모스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고 혼자 엎드려 소리를 내고 있었다. 게임에서 사냥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마음에 드는 게 없다고 했더니 직접 소리를 내고 아이폰에 녹음을 했다.

실제로 게임에서 나오는 원시인 캐릭터의 “예” 하는 효과음 등은 김진우 대표의 목소리다.

“반면 뭐 하나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기도 하다. 유저들은 기다리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집중할 부분은 집중하고 넘어갔으면 할 때도 있다.”(김진희)

“맞다. 성향의 차이다. 나는 굉장히 집중해 하나만 파는 스타일이다. 반대로 아내는 멀티에 굉장히 강하다. 회사는 갖춰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 이것들을 모두 커버해준다.”(김진우)

마치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의 관계같다는 기자의 말에 부부는 “그들과 비교하는 것은 너무 죄송스러운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단점은 밤에 혼자 작업을 하다보면 가끔 외로울 때가 있다. 그런데 아내는 잠에 취약하다. 하하하. 물론 가정 일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이해한다. 동료가 있으면 시너지가 나는데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쉽다.”(김진우)


-인디게임 도전하는 이들에 해줄 말은.

김진우=가장 궁금한 것은 기술적 측면보다는 마케팅이나 홍보일 것이다. 페이스북 등 국내외의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련 그룹이 있다. 우리도 빅헌터를 하면서 알게 됐는데 매우 유용하다. 미국 등 해외에선 게임이 창의적이면 굉장히 높게 평가해준다.


● 김진우
▲1979년 경북출생 ▲애드플러스 ▲인터메이져 ▲CODE AND ASSOCIATES ▲유플리트 멀티미디어수석 ▲카카로드인터랙티브 대표 겸 총괄디렉터


● 김진희
▲1982년 서울출생 ▲KBS N 특수영상실 ▲모팩 ▲팍스넷 ▲카카로드인터랙티브 기획마케팅 실장

제주 |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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